[비즈니스 어휘] 탭핑(Tapping): 수시로 간을 보라
작성자 북렌즈
[비즈니스 어휘] 탭핑(Tapping): 수시로 간을 보라

팀장: 새로운 기획안 잘 보았습니다.
매니저: 감사합니다.
팀장: 개발해야 할 기능들이 많더라고요.
매니저: 의도를 구현하기 위해선 꼭 필요합니다.
팀장: 먼저 개발팀에 일정 탭핑해봐야겠네요.
매니저: 네?? 탭이요?
탭핑(Tapping)은 탭(tap)에서 유래한 말로, ‘가볍게 두드리다, 박자를 맞추다’는 뜻이 있어요. 손가락으로 기타 지판 위에 있는 현을 두드려 소리 내는 연주법도 탭핑이라고 합니다. 목욕탕에서 물의 온도를 확인하기 위해 손으로 톡톡 두드려볼 때가 있죠. 이런 맥락에서 비즈니스 용어로는 ‘간을 보다, 가볍게 점검해 보다’라는 의미로 활용됩니다.
여러 업계에서 굉장히 다양하게 활용 가능한 어휘입니다. 협상하는 과정에서 가격에 대한 정보를 슬쩍 확인하기도 하고, 결과물에 대한 반응을 간단히 살펴보기도 하고, 이 기획안을 진행할 건지 의도를 넌지시 물어보기도 하고, 가능한 일정을 대략적으로 점검하기도 합니다.
*클라이언트 반응 좀 탭핑해 볼게요.
*미팅을 통해 진행 가능성 탭핑해 보았습니다.

수시로 간을 보라
지식플랫폼에 글을 연재하면서 좋은 기회를 많이 얻었어요. 하지만 그중에서 아픈 기억도 있습니다. 한 출판사에서 제가 운영하던 독서모임과 발행하던 글에 관심을 갖고 연락을 주었어요. 수시로 메일을 주고받고, 몇 번의 전화 통화를 하고, 직접 만나 회의도 하면서 책의 기획 방향을 잡았습니다. 그리고 계약서도 작성을 하고 들뜬 마음을 안고 부지런히 글을 썼어요. 계약금은 선인세 개념인데, 큰 출판사가 아니라서 생략하기로 했지만 크게 신경 쓰지 않았습니다. 저는 원고를 완성해서 보여주겠다는 마음으로, 집중해서 글을 썼어요. 시간이 지나고 연락을 받았는데, 출판 시장이 힘들어 출판사를 정리할 예정이라고 하더라고요. 작은 출판사라서 상황은 이해가 갔습니다. 제가 아쉬웠던 것은 더 일찍 상황을 파악했을 수 있었는데, 계약서만 믿고 주변을 둘러보지 못했다는 점이었어요. 그 이후로는 계약금도 부지런히 챙겨 받고, 수시로 담당자분들과 교류하려고 노력해요.
처음에는 주어진 일은 다 열심히 하게 됩니다. 하지만 그 일이 모두 결실을 맺지는 못하죠. 시간이 지나면서 조금씩 분위기를 파악하게 됩니다. 지금 하고 있는 일이 진행 가능한 일인지, 기획 단계에서 멈출 프로젝트인지 말이죠. 업무를 진행하면서 구두로 하는 약속은 믿으면 안 됩니다. 언제 돌발상황이 생겨 없던 일이 될지 모르니까요. 그래서 수시로 간을 보고 안테나를 세워 주변을 살펴야 합니다.
가장 민감하게 간을 봐야 하는 부분이 예산입니다. 실제로 내년 사업기획을 위해 열심히 프로젝트를 기획하고 있는데, 할당된 예산이 없을 수 있어요. 그때는 프로젝트의 진행 가능성이 높지 않다고 판단할 수 있어요. 다음은 인력의 흐름입니다. 힘주는 곳에는 인력 지원도 함께하니까요. 나중에 변화가 있을 수 있으니 지속적으로 흐름을 파악해야 합니다.
주어진 일은 다 최선을 다하면 된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선택과 집중이 필요한 순간도 있습니다. 특히 요즘처럼 유연하게 일이 진행될 때는 언제든 일이 생기고 없어질 수 있어요. 우리가 ‘똥개 훈련’이라는 표현도 쓰는데, 이루어지지 않을 일에 많은 힘을 쏟으면 나중에 허탈한 감정도 큽니다. 그래서 다른 부서 간을 보고, 상사의 간을 보고, 시장의 간을 보는 거예요. 안테나를 바짝 세우고 수시로 확인하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