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모임 구하기] 입체적 질문으로 생각 자극하기
작성자 북렌즈
태어난 김에 독서모임_가이드 및 처방
[독서모임 구하기] 입체적 질문으로 생각 자극하기
독서모임을 이끄는 많은 분들이 발제법, 질문 만들기를 가장 힘들어합니다. 독서모임에선 책의 핵심을 건드려 주고, 사람들의 사고를 자극하며, 여러 가지 생각이 오고 갈 수 있는 질문에 높은 점수를 줍니다. 그렇다고 나머지 질문들이 나쁜 것은 아닙니다. 상황에 따라 적절한 질문이 있을 뿐입니다.
나쁜 질문에 대한 두려움을 없애고 다양한 질문을 만들다 보면 양질전환이 됩니다. 질 좋은 질문은 대화의 질도 높일 수 있습니다. 질문은 모임 전에 준비할 수도 있지만 대화 진행 중에 새로운 질문이 나올 수도 있습니다. 고정된 형태에서 벗어나 유연하고 다양한 질문으로 모임에 신선함을 불어넣어 봅시다.
기본적으로 질문은 대답을 전제로 합니다. 대답하는 사람을 고려해야 좋은 질문이 됩니다. 신입 사원 때, 독서토론논술 교재를 개발할 때 팀장님이 주신 피드백이 지금도 기억이 납니다. 힘을 팍팍 주어 거창한 질문을 만들어 가져갔는데, “네가 이 질문에 한번 대답해 봐.”라고 하셨어요.
바로 대답을 하려고 했더니 말문이 턱 막혔습니다. 그 이후로 질문을 만들면 꼭 직접 예상 답안을 만들어 봅니다. 그리고 이 질문을 대하는 대상의 입장이 되어 적절히 대답을 할 수 있는지 고민합니다. 특히 청소년들에게 하는 질문일 때 난이도를 조절하게 되고, 누군가는 기분 나쁘거나 부담스럽지 않을지 검토합니다.
이런 과정에서 가장 넓게 닫힌 질문과 열린 질문을 분류해서 익히면 좋습니다. 닫힌 질문은 대답이 1~3개로 한정된 수렴형 질문입니다. 반면에 열린 질문은 대답이 사람에 따라 다양하게 나올 수 있는 확산형 질문입니다. 예를 들어, <토끼와 거북이>를 읽고 질문을 만든다면, “토끼와 거북이 중 누가 경주에서 이겼나요?”는 닫힌 질문입니다. 답이 거북이로 고정되어 있으니까요. 이와 다르게 “거북이가 토끼가 어떻게 경주할 수 있을까요?”는 열린 질문입니다. 답이 달리기, 수영, 높이뛰기, 팔씨름 등등 다양합니다.
대부분 닫힌 질문보다 열린 질문이 좋다고 하는데, 그것은 정답에 대한 강박을 벗어나 멤버들이 부담 없이 생각을 교류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럼 닫힌 질문은 모두 나쁠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정확하게 내용의 이해도를 확인하고, 핵심을 점검할 때는 유용합니다. 그래서 시험에는 닫힌 질문이 많이 활용됩니다. 책에서도 꼭 짚고 넘어가야 할 내용은 닫힌 질문으로 모두에게 각인시킬 수 있습니다. 이렇게 의도에 따라 적절한 질문을 활용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래서 질문을 만들고 나서, 이 질문의 의도는 무엇인지, 예상 답안이 몇 개 정도 나오는지 고민하면 좋습니다.
다음은 각기 다른 생각을 자극하는 3차원 질문법을 알아보겠습니다. 비판적 사고를 자극하는 토론형 질문, 문제해결력을 키우는 토의형 질문, 공감능력을 키우는 수다형 질문입니다. 이것도 책에 따라, 상황과 의도에 따라 적절히 활용할 수 있습니다.
토론형 질문의 포인트는 대립각입니다. 흔히 찬성반대 토론이라고도 하는데, 의도적으로 대립된 구도를 만들고 둘 중 하나의 입장을 선택하게 합니다. 이 선택의 근거를 마련하면서 뾰족한 사고를 하게 되고, 상대방과의 대립을 통해 적절한 긴장감과 함께 비판적 사고를 자극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홍길동전>을 읽고서, 홍길동의 행동이 정의다 vs 정의가 아니다로 입장을 나누어 토론할 수 있습니다. 간단히 손을 들어 입장을 표명하고 이유를 드는 것만으로 충분히 사고를 자극합니다.
다음 토의형 질문의 포인트는 공통된 지향점을 전제로 머리를 맞대고 고민하는 겁니다. 직면한 상황을 문제에 정의하고 구체적인 해결책을 생각하며 건설적인 대화를 나눕니다. 환경에 관련된 책을 읽고 기후위기 극복을 고민하고, 인권에 대한 책을 읽고 인권 향상을 위해 실천할 행동을 다짐할 수 있죠. <홍길동전>을 읽고서, 백성들의 빈부격차 해소 방안에 대해 고민하는 식입니다.
마지막으로 수다형 질문의 포인트는 개인의 경험과 생각을 부담 없이 이끌어 내는 겁니다. 이 과정에서 서로 공감하고 감정에 반응하며 친근감도 많이 느낍니다. 앞에서 닭가슴살과 같이 건강하지만 퍽퍽한 이야기를 주로 했다면, 이 수다형 질문은 말랑말랑함으로 멤버들의 감정을 자극할 수 있습니다. <홍길동전>을 읽고서, 홍길동과 같은 도술이 생기면 무엇을 하고 싶은지, 율도국과 같이 떠나고 싶은 곳이 있는지 편하게 생각을 나눕니다. 각자의 경험과 생각을 꺼내는 열린 질문이 대부분이죠.
요즘 모임의 트렌드는 비경쟁식 토론입니다. 그래서 대립 구도의 질문은 피하고 수다형 질문을 통해 서로 친근감을 느끼며 책 이야기를 꺼내는 분위기가 주를 이룹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한 모임의 이 세 가지 형태의 질문을 모두 넣기 위해 노력합니다. 균형 잡힌 생각의 자극을 위해서, 가볍게라도 여러 형태의 질문을 제공합니다. 토론형 질문으로 대립 구도도 만들어 보고, 싸움 나지 않을 정도로 반론도 해보고요. 치열하게 구체적인 해결책을 고민하며 실천을 다짐하기도 합니다. 그 속에서 개인의 이야기를 자연스럽게 꺼낼 수 있는 수다형 질문도 끼워 넣습니다. 책에 따라서 더 빛을 보는 질문도 있으니 비중 조절은 상황에 맞게 하면 됩니다.
다음은 깔때기 질문법입니다. 고등학교 문학 시간을 떠올려 보세요. 작품을 분석하는 여러 관점이 있습니다. 작가를 중심으로 바라보는 표현론적 관점, 시대적 배경을 중시하는 반영론적 관점, 독자의 감상에 의미를 부여하는 효용론적 관점, 작품 자체를 분석하는 절대론적 관점입니다. 이것들을 깔때기에 고루 섞으면 진액이 나오는데, 그것이 내면화 질문입니다. 그림이 그려지나요? 이 방법은 작품에 대한 입체적 자료 조사에 좋은 틀이 됩니다.
우선 작가가 어떤 삶을 살았는지, 어떤 작품활동을 해왔는지 조사합니다. 작품에는 작가의 사상이나 삶이 스며들어 있기 마련이니까요. <동물농장>을 읽기 전, 사상가로서의 조지 오웰의 삶과 업적을 알면 주제 의식이 명확해집니다. 왜 그렇게 전체주의를 싫어하는지 이해하게 되죠.
작품의 배경이 되는 역사적 사건, 시대적 상황에 주목합니다. 이 배경지식이 작품을 이해하는데 큰 도움을 줍니다. 특히 전쟁과 혁명 같은 뚜렷한 사건은 작품의 주요 모티브니까요. <동물농장>에서도 스탈린 독재 시대는 우화 속에서 그대로 나타납니다. 정치적 갈등이 첨예하던 시기의 실존 인물들이 다 동물들에 대입됩니다. 한 출판사는 동물이 상징하는 인물들을 1:1로 정리해 두기도 했습니다.
작품을 읽고 수용하는 것은 결국 독자입니다. 그래서 독자들은 작품을 읽고 어떤 생각을 하는지, 작품이 독자와 사회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중점적으로 생각합니다. <동물농장>을 읽고 전체주의에 대한 환멸을 느낄 수도 있고, 또 다른 정치체제에 대한 가능성을 떠올릴 수도 있습니다. 결국 이 독자들이 누군가에게 투표를 하고 정치에 참여할 때, 이 작품이 어떤 영향을 줄지 고민할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작품 내적인 면에 집중해서 분석할 수 있습니다. 앞에서 말한 외적인 요소는 걷어 내고 작품의 구성 요소를 중심으로 깊이 있게 탐구합니다. 인물의 성격은 어떠한지, 어떠한 갈등을 겪으며 주제를 전달하는지, 어떠한 문체로 이야기를 표현하는지 등등 꼼꼼하게 살펴봅니다. 작품의 완결성을 판단하는 눈을 기를 수 있습니다. <동물농장>이 과연 시대적 배경을 걷어 내고, 저자의 명성을 가리고도 잘 만들어진 작품인지 판단해 보는 겁니다.
이러한 과정들을 내 삶에 적용하는 “내면화 질문”이 마지막 포인트입니다. 1인칭 질문을 통해 내 삶에 적용하도록 이끕니다. 이 모든 자료 조사와 탐구가 결국은 내 삶을 풍요롭게 만들기 위함이니까요. “나는 어떤 동물처럼 행동할까?”, “나는 어떤 정치 형태를 지지할까?” 등의 질문을 통해서 좀 더 구체적인 나의 모습을 그려 나갑니다.
ㅡ 이렇게 질문해 보세요.
1. 열린 질문과 닫힌 질문 구별하기
2. 토론형, 토의형, 수다형 질문 만들기
3. 사고를 자극하는 깔때기 질문법 익히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