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해력] 결국은 의사소통! 대화는 독백이 아니야!

[문해력] 결국은 의사소통! 대화는 독백이 아니야!

작성자 북렌즈

일잘러를 위한 문해력 처방전

[문해력] 결국은 의사소통! 대화는 독백이 아니야!

북렌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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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len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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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체 카톡방이 다들 하나 이상씩 있을 거예요. 특히 편한 사이의 사람들이 모인 단톡방에서 오가는 대화를 유심히 한 번 보세요. 이것이 대화인지, 각자가 혼잣말을 하는 것인지... 누구한테 하는 말인지 혼란스러울 때가 많습니다. 지금은 그나마 직접 답글을 달 수 있는 기능이라도 있지만, 답글을 원하지 않는 일방적 외침도 많아요.

브런치 글 이미지 1

제가 속한 단톡방도 뜬금 없는 이야기가 자주 오고갑니다. 맥락에 상관 없이 그냥 내뱉는 말들이죠. 사실 이건 대화가 아니라 혼잣말, 독백에 가까워요. 하지만 집단이 모여 있으니 집단적 독백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교육학적으로 유아기 언어 발달의 과정에 '집단적 독백'이 들어갑니다. 

집단적 독백은 자기중심적 언어의 일종으로,
상대방의 질문이나 반응에 관계없이 자신의 이야기만을 하는 것을 특징으로 하며, 주로 유아기에 나타나는 현상입니다. (두산 백과사전) 

http://www.civicnews.com/news/articleView.html?idxno=5037&replyAll=&reply_sc_order_by=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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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요한 것은 우리가 유아가 아니라는 사실... 저는 '탈맥락'이라고 부릅니다. 맥락에서 벗어난 대화가 일상인 시대가 되었어요. 그냥 웃음거리로 치부하고, 캐릭터로 생각하는 경우가 있지만 결과적으로 대화의 기본 속성을 무시하는 행위입니다. 이 부분을 명확히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어요.


대화 '관련성의 격률'의 포인트는 상호작용입니다. 상호작용을 위해서 공통된 맥락을 공유하고, 그 안에서 서로 공감하며 지속적으로 생각을 교류할 수 있어요. 관련 없는 이야기가 오고 간다면, 서로 같은 탑을 차곡차곡 쌓는 것이 아니라 각각의 탑을 쌓는 그림이 되죠. 심지어는 탑도 아니고 여기저기 말을 흩뿌리는 모양새가 됩니다. 

이 관련성의 격률이 자꾸 어긋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정신 못 차린다고 화만 내서는 안 됩니다. 첫째, 맥락을 파악하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우선 능력으로 접근할 수 있어요. 태도적으로 집중을 안 하는 것이 아니라, 집중력이 부족할 수 있고요. 시건방진 것이 아니라, 인지적으로 앞뒤 맥락을 파악하는 능력이 부족해서 흐름을 놓칠 수 있습니다. 학교 교과서에도 언어적 맥락을 파악하는 부분이 있어요. 지시 대명사가 가리키는 개념을 찾는 문제가 있을 정도로 맥락 파악은 학습의 대상입니다. 

둘째, 특정 문제에 과도하게 빠져있기 때문입니다. '집단적 독백'이 자기중심적 언어라고 했죠? 유아기 때는 사고 발달 문제지만, 성인은 태도의 문제입니다. 내가 처한 문제가 너~무 중요하면, 머릿속에 그 생각만 가득해요. 그럼 다른 사람이 다른 주제를 이야기해도, 귀에 잘 들리지 않습니다. 지금 몰두하고 있는 그 상황에서 헤어나오질 못하거든요. 대화가 이어지는 것 같아도 결국 깔때기처럼 내가 빠진 주제로 귀결되는 경우가 있어요. 회사 일에 골몰하고 있다 보면, 가족들과 대화할 때도 흐름을 놓치곤 합니다. 또 무슨 이야기를 하다가도 결국은 회사 이야기로 끝나는 경우가 있죠.  

셋째, 상대방을 존중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무관심이라고 쉽게 말하곤 하는데, 결국 상대방을 존중하지 않기 때문에 일어나는 일들입니다. 이 대화의 중심이 나니까, 굳이 다른 사람에게 관심 가질 필요가 없는 것이에요. "저 사람이 왜 저런 말을 하지?", "저 사람이 말하는 주제가 무엇이지?", "어떻게 대화를 이어갈까?" 이런 고민 자체가 에너지 소비로만 느껴지는 겁니다. 그러니 대답을 하지 않거나, 자기 맘대로 화제를 휙휙 바꾸거나 제멋대로 반응합니다. 그러니 티키타카가 될 리가 없죠.


그럼 어떻게 대화 속에서 '관련성의 격률'을 지킬 수 있을까요? 대화의 밀도를 높이는 일이기도 합니다. 

고맥락 문화와 저맥락 문화가 있어요. 두 문화는 의사소통 방식도 달라요. 고맥락 문화는 대화에서 맥락이 미치는 영향력이 크기 때문에, 함축적이고 모호한 표현, 비언어적 표현을 많이 사용합니다. 빈칸은 서로서로 맥락으로 채워나갈 수 있으니까요. 반면에 저맥락 문화는 구체적이고 직접적인 표현을 많이 사용합니다. 공통된 맥락을 최소화하니 친절하게 하나하나 다 풀어서 설명해야 합니다. 둘다 장점이 있고 단점이 있습니다. 모두 고려해서 방안을 정리해 볼게요.

고맥락 소통은 잘 맞으면 대화의 효율성이나 즐거움을 극대화할 수 있지만, 맥락을 놓쳐서 소외 받는 사람이 생길 수 있어요. 그래서 말하는 사람도 주의하고, 대답하는 사람도 집중해야 합니다. 하나를 알려줬는데 열을 알면, 좋죠. 센스 있게 알아서 딱! 반응해주면 좋죠. 하지만 이것이 기본값은 아닙니다.

예를 들어, (손가락질과 함께) "거기에 있는 그것 좀 가져다 줘!"라고 하면 말하는 사람은 편해요. 하지만 듣는 사람은 헤맬 수 있습니다. "식탁 모서리에 있는 소금 좀 가져다 줘!"라고 말하면 더 구체적이죠. 눈치껏 '지금 설렁탕을 먹는데, 간을 봐야 하니까, 소금이 필요하겠지?'라고 생각하며 소금을 가져다 주면 칭찬 받을 수 있지만, 기본값은 아닙니다. 관용어 사용도 마찬가지예요. "어부지리로 얻었구나!"에서 '어부지리'란 사자성어를 아는 사람은 의미가 확 와닿습니다. 하지만 모르는 사람은 소외될 수 있어요. 

[듣기Tip] 우선 상대가 어떤 의사소통 방식을 사용하는지 관찰해야 해요. 고맥락 소통을 즐겨 한다면, 퀴즈를 맞히는 마음으로 접근합니다. 저 대명사는 무엇을 뜻하는지, 저 관용어는 어떤 상황에서 쓴 것인지, 대화 속에서 생략된 것은 무엇인지 계속 탐구합니다.

머릿속이 너~무 복잡하다면 차라리 대화를 쉬는 게 나아요. 듣기는 결국 입력인데, 다른 내용이 이미 꽉 차 있으면 입력될 것이 없습니다. 정리가 안 된 상태에서 계속 무언가 입력되면 더 뒤죽박죽 꼬이기만 해요. 택배 상자를 뜯지도 않았는데 계속 물건이 들어오는 것과 같아습니다. 난장판이겠죠? 잠시 미루었다 기존 생각을 정리한 후 받을 수도 있고, 반품할 수도 있어요. 

예를 들어, 대화 상대방이 실컷 자녀 이야기를 하고 있어요. 하지만 자녀가 없는 나는 머릿속에서 강아지 생각을 합니다. 집에서 혼자 잘 있을지, 최근에 몸이 안 좋았는데 상태는 괜찮은지, 계속 맴돌아요. 그런 상황에서는 상대방의 가족 이야기가 잘 들리지 않습니다. 그때 무엇이든 반응을 하려고 하다 보면 관련성 없는 이야기를 내뱉을 확률이 커요. 가만히 있으면 중간이라도 가는 상황입니다. 최대한 강아지 생각을 정리하고, 상대방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 주세요. 화자도 상대방이 관심 없는 낌새가 보이면 적당히 정리해야겠죠? 그래서 대화는 상호작용입니다.

[대화 문해력Tip] 우선 머릿속 다른 생각을 지우고, 상대방에게 몰입하기 위해 노력합니다. 정 몰입이 힘들면 '잠깐만~'하고 자리를 비웁니다. 머리를 환기시키고 오세요. 솔직히 말하는 것도 방법입니다. 이런이런 일이 있어서 대화에 집중이 안 된다고 하면, 대부분 이해해 줄 겁니다. 적절하게 화제가 바뀔 수도 있어요.

무의식적인 것을 포함해서 우리는 상대방을 평가하고, 그 평가에 따라 대화의 중요도도 가늠합니다. 그래서 쫑긋 들으려고 하기도 하고, 대충 들으려고 하기도 해요. 그럴 때 항상 대화의 상대방을 '배울 것이 있는 사람', '궁금한 사람'이라고 생각하세요. 상대방에 대해 호기심을 가지면 발언권부터 집중도까지 많은 것이 달라집니다. 그 흐름을 따라가다 보면 관련성 있는 대화를 계속 이어나갈 수 있어요.

연애 버라이어티 프로그램 중에 <블라인드>라고 있어요. 외모나 직업 등의 요소가 모두 가려진 상태에서 대화만으로 상대방을 선택하는 겁니다. 대화만으로 호감을 느끼기도 해야 하고, 어필하기도 해야 하는 상황에서 서로서로 대화에 엄청 몰입합니다. 궁금하니까요. 어떤 사람인지, 취미는 무엇인지,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나랑은 잘 맞을지 등등 호기심을 바탕으로 경청하게 돼요. 정보가 감추어져 있으니 대화만으로 추측해야 합니다. 그러한 상황이 상대방의 말과 흐름을 존중하게 만들어 줍니다. 자연스럽게 흐름을 따라가게 되고 티키타카가 끊이지 않고 이어집니다.

 [대화 문해력 Tip] 보물찾기와 같은 마음으로 들으세요. 나보다 잘나고 못나고의 문제가 아니라, 저 사람과의 대화 속에 신비한 무언가를 찾을 수 있다는 태도입니다. 내가 주는 것이 아니라 발견할 수 있는 상황이에요. 그럼 그 대화의 흐름에 몰입할 수 있을 거에요. 흐름을 벗어나면 힌트를 얻지 못하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