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해력] 결국은 의사소통! 아무말 대잔치에 먹을 것 없다
작성자 북렌즈
일잘러를 위한 문해력 처방전
[문해력] 결국은 의사소통! 아무말 대잔치에 먹을 것 없다
말싸움을 하다 보면 자주 나오는 말이 있습니다. "뚫린 입이라고 아무말이나 하네!" 여기서 '아무말'은 갈곳을 잃고 헤매는 말들을 지칭해요. 이 '아무말'들이 모여서 파티를 열었는데, 그 파티 이름이 '아무말 대찬지'입니다. 예능에서 자막으로 쓰일 정도로 많이 볼 수 있는 말이고, 이제는 크게 흉이 되지도 않습니다. 오히려 그 뜬금없음이 재미를 유발하고, 하나의 캐릭터로 인기를 얻기도 해요.
뭐~ 편하게 내뱉는 아무말은 그냥 웃으면서 넘길 수 있다고 해요. 세상 빡빡하게 살 수만은 없으니까요. 하지만 그 말이 누군가를 속이고 어떤 이득을 취한다면? 누군가에게 피해를 준다면? 심각하게 생각해야 합니다. 경제적 피해가 아니라 감정적 피해도 포함되어요. 우리의 믿음이 배신당한 것이니까요.
축구를 좋아해서 다양한 축구 관련 영상을 봅니다. 언제부터 유명한 축구 선수들이 우리나라 축구 선수인 손흥민과 이강인을 칭찬하는 인터뷰가 SNS에 많이 보이는 겁니다. 중국이나 일본 기자들이 한국 선수들을 저격(?)하는 질문을 하면 세계적인 선수들이 꾸짖는 듯한 표정으로 옹호하며 치켜세우는 겁니다. 굉장히 기분이 좋았어요. 이제 정말 월드 클래스가 되었구나! 생각했어요.
하지만, 결국 가짜뉴스였습니다.
이 모든 것은 조작된 영상이었어요. 과거의 인터뷰에 인공지능 보이스로 합성한 뒤, 자막을 큼지막하게 적어두면 다들 속는 겁니다. 자세히 외국어를 들으면 이상한 것을 파악할 수 있지만, 이미 '국뽕'에 차올라서 보고 싶은 것과 듣고 싶은 것에 더 집중하게 되는 것이죠. 굉장히 실망스러웠습니다.
이와 비슷한 것은 많아요. 굉장히 멋있고 예쁜 사람들의 포토샵 수정 전과 후를 비교한 것도 충격이었어요. 정말 진짜와 가짜의 경계가 희미해지고 있는 세상입니다. 가짜가 훨씬 더 쉽고 빠르게 노출되니까요. 이외에도 요즘 인공지능이 교묘하게(?) 손을 본 필터 사진을 SNS에서 많이 볼 수 있습니다. 인공지능이 그린 작품일까요? 내 사진일까요? 우리는 앞으로 계속 무언가를 검증해야하는 시대를 살아갈 것입니다.
대화 '질의 격률'의 포인트는 가치 있는 정보를 포함하고 있느냐입니다. 대표적으로 거짓 정보는 가치가 없어요. 실컷 대화를 주고 받았는데, "뻥이요~" 하면 허무하겠죠? 그 말을 믿고 생각하고 반응하고 대꾸했던 시간들이 너무너무 아까울 것입니다. '허언증', '리플리 증후군' 등 말마다 거짓말하는 사람들은 결국 주변 사람들과 건강한 관계를 맺지 못하곤 합니다. 질의 격률은 사람의 신뢰를 바탕으로 한 관계의 질과도 이어지니까요.
하지만 우리는 모두 진실만을 말할 것을 선서!하지 않습니다. 나쁜 의도가 없더라도 조금씩 진실에서 어긋나기도 해요. 크게 두 가지 상황이 자주 발생합니다. 첫째, 허풍입니다.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나도 모르게 이야기에 살을 붙입니다. 토크쇼에서는 MSG라고도 많이 해요. 적당한 과장은 이야기에 감칠맛을 더하지만, 과하면 이야기의 신뢰성을 떨어뜨려요. 한번 '뻥카'로 인식되면 되돌릴 수 없습니다. 양치기 소년 이야기 하시죠? 진정성 있는 도움이 필요할 때 외면 받을 위험이 있어요.
저도 여기서 자유롭지 못합니다. 대충 읽은 책을 가지고 다 아는 척을 한다거나, 왕년에 잘나갔다는 식으로 검증하지 못할 내용에 MSG를 치기도 해요. 조금 더 잘 보이고 싶고, 재미있게 반응을 이끌어내고 싶고, 그런 작은 욕심들이 그런 순간을 만듭니다. 이미 흘린 물은 다시 담을 수 없지만, 반복해서 흘리지 않을 수는 있어요. 선을 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합니다.
둘째, ~카더라입니다. 검증되지 않은 이야기를 전달하다가 가짜뉴스 전파자가 되기도 해요. 정보 과잉의 시대에 더욱 큰 문제입니다. 물론 가십거리로 좋은 소재들이 있고, 가볍게 주고받을 수 있어요. 하지만 카더라 뉴스가 너무 자주 대화의 소재가 될 때, 치명적인 내용이 담긴 카더라 뉴스를 가볍게 주고받을 때, 그 대화의 질은 점점 떨어집니다. 저급한 커뮤니티 익명 게시판과 다를 바가 없어요.
한 때 단체 카톡방에 ~카더라 뉴스 공유가 넘쳐날 때가 있었어요. 온갖 증권가 찌라시부터, 연예인 관련 뉴스들이 수시로 공유되었습니다. 아는 사람들에게 가벼운 안주거리를 제공하는 마음이겠지만, 그것이 대화의 중심이 될 수는 없습니다. 거기다 그 떠도는 뉴스들이 가짜뉴스인 경우가 많아 지금은 공유하는 것조차 범죄가 될 수 있는 상황이에요. 카톡 공유도 범죄가 될 수 있다고 하자 공유되는 ~카더라의 양이 확 줄었습니다. 그만큼 위험한 소재들이었다는 것이고, 자신 없는 내용이라는 것이죠. 주의해야 합니다.
그럼 어떻게 대화 속에서 '질의 격률'을 지킬 수 있을까요? 질 높은 대화에 대한 갈증을 어떻게 채울까요?
대화할 때마다 "선서! 진실만을 말하겠습니다."를 외칠 수는 없습니다. 퍽퍽한 닭가슴살과 같은 대화만 한다면 모두가 지치고 말 거예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대방이 '헛소리만 늘어놓는다'는 이미지를 줄 수는 없습니다. 헛소리가 오고 가는데 질 높은 대화가 이루어질 리가 없어요. 뉴스 리터러시 연구를 하면서 가짜뉴스 예방, 팩트체크 방법에 대한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이를 바탕으로 대화에 적용할 수 있는 방안을 나누어 볼게요.
: '빈말'은 실속 없이 헛된 말이라는 뜻이에요. 사람들은 생각보다 빈말을 많이 합니다. 그럼 기반이 약하다는 것이 무슨 의미일까요? 진실이든지, 거짓이든지 큰 상관이 없는 주제입니다. 진실을 이야기한다는 전제 하에, 의미 있는 탑을 하나씩 쌓아가며 대화의 질을 만들어 간다고 봅시다. 그럼 처음부터 모래성처럼 부서지기 쉬운 주제는 그 위에 차곡차곡 무언가를 쌓을 수 없습니다. 부드러운 대화를 위해 가끔 활용할 수는 있지만 너무 많이 사용하지 않도록 주의합니다. 생각보다 삶들이 빈말을 많이 한다는 사실!
혹시나 그런 시시비비를 가리는 대화가 부담스럽다면, 관계를 악화시키는 것 같다면, 상황에 따라 조절할 수 있어요. 대신 '가벼운 이야기구나! 빈말이구나!' 인지해야 합니다. 너무 믿지도 말고, 깊이 있게 빠져들지도 않아야 합니다. 상대방을 지적하지 않을 수 있고, 스스로도 자기검열을 안 할 수 있지만, 그만큼 얕은 대화라는 것을 인지하고 있어야 합니다. 그래야 언제 무너지더라도 충격을 최소화할 수 있어요.
[대화 문해력 tip] 상대방이 말을 했을 때, 의미 있는 말일까? 생각해 봅니다. 빈말인 경우나 의미 없는 주제라면 가볍게 듣는 모드로 전환합니다. 정 듣기 싫으면 화제를 돌리는 것도 방법이에요. (예) (또 쓸데없는 이야기를 하는군.) 요즘 이런 문제가 이슈던데, 어떻게 생각해?
: 뉴스를 볼 때, 가장 먼저 하는 것이 출처 확인입니다. 언론사일 수도 있고, 특정 기자일 수도 있습니다. 인터넷 기사 중에 많은 것들은 들어보지도 못한 업체에서 특정 기자도 없이 찍어낸 텍스트입니다. 유튜브 콘텐츠에서도 인공지능 영상과 목소리는 우선 의심하고 봐야 해요. 다수의 사람이 활동하는 커뮤니티, 익명 게시판에 아무렇게나 쓴 글들을 100% 믿을 수 있나요? 자신의 신분을 노출하지 않기 때문에 자유롭게 이야기를 지어낼 수 있습니다. 콘텐츠에 달린 댓글을 볼 때도, 그 댓글을 쓴 계정이 가짜 계정이라면 신뢰도가 확 낮아집니다.
출처가 확인된 후에는 크로스 체크를 해요! 그 출처가 또 절대적이진 않으니까요. 요즘은 좋은 시대라서 검색 몇 번만 하면 필요한 정보를 얻을 수 있습니다. 출처가 모호한 이야기는 내가 출처를 확인한 후 역으로 알려줘도 됩니다. 기분 나쁘지 않게 ~ "관심 있는 주제라 검색 좀 해봤어!" 전달하면 됩니다. 내용이 조금 다를 때는 다양한 생각거리로 확장할 수도 있어요. 중요한 것은 확인하는 습관이에요.
[대화 문해력 tip] 상대방이 말을 했을 때, "저 말이 진짜일까? 저 사람은 어떻게 알게 되었을까? 궁금해 하세요. 정말 출처가 궁금한 것은 조심스럽게 물어보세요. 따지듯이 묻지 말고, "내가 과제에 활용하려고 하는데 ~ 누구한테 전해주려고 하는데 ~ 혹시 출처가 ~?" 대답에 따라 신뢰도가 달라지겠죠! 묻기 힘들 때는 스스로 검색해 보아요.
: 법정 드라마나 형사 드라마 보신 적 있죠. 거기서 증인이나 피해자, 가해자의 일관된 진술이 매우 중요한 영향을 미칩니다. 앞뒤 말이 연결되지 않거나 모순되면 신뢰도가 팍 떨어져요. 말이 맨날 바뀌는 사람과의 대화는 골치 아픕니다. 또 언제 말을 바꿀지 모르기 때문에, 대화의 질 자체가 떨어질 수밖에 없어요. 서로가 앞뒤 이야기를 바탕으로 매끄럽게 대화가 진행될 때 신뢰도가 올라가고 대화의 질도 함께 올라가요.
온라인 게시판 댓글 단 사람의 댓글 내역을 확인한 적이 있나요? 히스토리 파악만으로 어느 정도 진정성 있는 댓글인지 검토할 수 있어요. 매번 주장이 달라지는 사람, 일관된 주장을 펼치는 사람, 빈말만 주구장창 내뱉는 사람... 즉, 그런 말하기 습관이 쌓여서 진정성 있는 화자의 이미지를 형성합니다. 말하는 사람은 가치관, 신념의 문제기 때문에 생각하면서 말하는 것이 중요하고요. 듣는 사람은 판단하는 입장에서 집중해서 들어야 합니다. 과거의 맥락도 기억하고 있어야 기준을 삼을 수 있죠. 결국 서로가 집중하고 노력하는 것이 중요해요.
[대화 문해력 tip] 사실 들으면서 다 기억하기 힘들죠. 키워드 중심으로 간단히 메모하는 습관도 좋아요. 정말 중요한 자리는 녹음할 수도 있고요. 말하는 사람이 일관성 없이 말해도, 들을 때는 잘 파악해야 휘둘리지 않으니까요. 정 필요하면 기분 나쁘지 않게 다시 물어볼 수 있습니다. "앞에서 이랬는데, 지금은 저런데 무슨 차이가 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