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해력] 생각의 경계, 객관과 주관 분리하기

[문해력] 생각의 경계, 객관과 주관 분리하기

작성자 북렌즈

일잘러를 위한 문해력, 어휘력 처방전

[문해력] 생각의 경계, 객관과 주관 분리하기

북렌즈
북렌즈
@booklenz
읽음 3,380
이 뉴니커를 응원하고 싶다면?
앱에서 응원 카드 보내기

인간은 기본적으로 자신을 중심으로 생각합니다. 자신의 견해나 관점을 기초로 하는 주관적 판단에 익숙하죠. 그것을 벗어나 제삼자의 입장에서 사물을 보거나 생각하는 객관적 판단은 쉽지 않은 일입니다. 올바르게 글을 이해하기 위해선 좀더 일반적이고 공통된 입장에서 객관적으로 판단하려는 의도적인 노력이 필요합니다.


글에는 사실과 의견이 섞여 있습니다. 현재에 있는 일이나 실제로 있었던 일을 담고, 그것에 의미를 부여하고 해석하거나 판단하는 식이죠. 명확히 구분되지 않는 경우도 많은데, 의식적으로 그런 효과를 노리기도 합니다. 글쓴이의 의견을 기정 사실처럼 여기도록 말이죠. 그래서 글 안에서도 어디까지가 사실이고, 어디서부터는 의견인지 구분할 필요가 있습니다.

 최근 뉴스에서 자주 볼 수 있는, 서로 다른 논조의 뉴스를 살펴보겠습니다. 

(A) 전염병으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고통 받고 있습니다. (사실) 
     변화된 일상 속에서도 정부는 세계적인 성과를 보이고 있습니다. (사실+의견)
     이 위기가 우리에게 기회가 될 것이니 조금만 믿고 버팁시다. (의견)

 (B) 전염병으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고통 받고 있습니다. (사실)
      변화된 일상 속에서 무능력한 정부 때문에 더 힘듭니다. (사실+의견)
      이 위기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새로운 혁신이 필요합니다. (의견)

  (C) 전염병으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고통 받고 있습니다. (사실)
      변화된 일상 속에서 정부는 최선을 다하고 있지만 한계가 있습니다. (사실+의견)
      이 위기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결국 우리 개인이 노력해야 합니다. (의견)

글 내부적으로 사실과 의견을 구분하는 것 외에 텍스트와 독자를 분리하는 작업입니다. 글도 작가의 주관적 결과물이지만, 스펙트럼으로 따지면 독자의 생각이 더욱 주관적인 형태라고 할 수 있습니다. 독자가 가장 경계해야 할 것은 독자 자신이기도 합니다. 지금까지 살면서 쌓아 온 경험과 배경지식, 가치관과 신념은 독해에 좋은 자산이지만 과도하게 작동하면 방해물이 됩니다. 심지어 편향된 생각으로 왜곡하여 이해하기도 해요. 우선 분리하여 이해하는 것이 중요!

 기본적으로 같은 텍스트도 독자에 따라 반응이 다릅니다. 예를 살펴볼게요.

(A) 독서에도 교육이 필요하다. (텍스트)
     무슨 말인지는 알겠는데, 교육은 오바야. (독자1)
     독서에도 교육이 필요한 것 같아! 시대가 달라졌어! (독자2)

(B) 유초등 교육이 인생을 결정할 만큼 중요하다. (텍스트)
     무슨 말인지는 알겠는데, 노는 것이 더 소중해. (독자1)
     세 살 버릇 여든 간다고 하잖아! 중요한 시기지! (독자2)

사람들은 원래 편향된 인지 구조를 가지고 있어요. 태생적으로 ‘보고 싶은 것, 듣고 싶은 것’이 더 쉽게 와 닿고 끌립니다. 평소의 독서교육에 대한 생각, 유초등교육에 대한 신념이 독해에 영향을 미칩니다. 글을 읽고 생각이 바뀔 수도 있고, 그대로 유지할 수도 있겠죠.

 작가의 생각이 나와 같으면 기분이 좋고, 다르면 나쁘기도 하지만, 그 요소가 독해의 너무 많은 영향을 미치면 위험합니다. 작가의 의견을 그대로 알아채는 것을 우선으로 해요. “역시! 그랬군!”, “참나! 어이 없네!”라는 넘겨 짚는 반응은 살짝 미뤄두고 말이죠. 심지어는 나와 다른 생각은 못 본 척 외면하기도 하고, 숨어 있지도 않은 의미를 추론해서 창작하기도 합니다. 그런 거 없이 “이 사람은 이렇게 생각하는구나!”라고 깔끔하게 인정하고 그 이후의 앞에 글과 함께 판단하는 것이 좋습니다.

 많은 사람들은 ‘자동적’으로 생각합니다. 글을 읽다 보니 문득, 직관적으로 그런 생각이 드는 경우가 많죠. 이것은 독해에서 매우 효율적인 과정입니다. 하지만 비판적 읽기, 심층적 주제를 파악하는 읽기에서는 경계해야 하는 과정이기도 합니다. 함정에 쉽게 넘어갈 수 있으니까요. 그래서 저는 ‘생각의 출처’를 자주 확인합니다. 그렇게 생각한 이유가 무엇인지 점검하는 것이죠. “그냥”이라고 초등학생처럼 말하면 안 됩니다. 파고 들어서 찾아야 해요.

 출처는 크게 3가지로 나누어집니다. 텍스트 안 / 텍스트와 독자 사이 / 텍스트 밖.

앞에서 우리가 텍스트와 독자를 분리하는 연습을 했었는데요. 같은 맥락입니다. 텍스트 중심이 정답은 아니지만, 그것을 객관의 기준점으로 ~ 독자를 주관의 기준점으로 정하는 것입니다. 우리의 목표는 글을 이해하는 것이니까요. 생각을 더해서 우주의 진리를 찾는 것은 나중입니다.

(예)  글의 핵심 메시지: 인공지능은 절대 인간을 대체할 수 없다.
        그렇게 생각한 이유가 무엇인가요? 생각의 출처를 정리해주세요.
        *텍스트 안: 마지막 문단 3번째 줄에 이런 문장이 있습니다. 
        
*텍스트와 독자 사이: 55p 세 번째 문장을 바탕으로 추론했습니다.
        *텍스트 밖: 저번에 들었던 강의가 떠올랐어요.

[텍스트 안] 사실적 독해에 가깝습니다. 글을 그대로 발췌한 것이죠. 친절한 글은 가능합니다. 작가가 반복적으로 사용한 단어, 마지막에 강조한 문장 등은 이해하는데 중요한 단서가 됩니다. 하지만 표면적인 주제에 그칠 위험도 있으니, 쉽게 만족하면 안 됩니다. 

[텍스트와 독자 사이] 추론적 독해 영역입니다. 텍스트를 바탕으로 해서 문맥에 맞게 추론하여 의미를 구성한 것입니다. 여기서는 합리적 추론인지 점검할 필요가 있어요. 그 근거는 앞 문단, 뒷 문단, 전체적인 구조와 맥락, 논조 등을 활용할 수 있습니다.

[텍스트 밖] 상식 퀴즈라면 상관 없지만, 글을 읽고 이해도를 점검하는 과정에서는 부적합한 반응입니다. 지금은 글의 핵심 메시지를 찾는 과정이니까요. 우선 글에 집중하여 핵심 메시지를 찾고 나중에 배경지식을 활용하여 비판해도 늦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