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해력] 글에 숨겨진 심층적 의미 추론하기
작성자 북렌즈
일잘러를 위한 문해력, 어휘력 처방전
[문해력] 글에 숨겨진 심층적 의미 추론하기

문학 교과서 공부할 때를 떠올려 보세요. 해설서에 보면 ‘표면적 주제’, ‘심층적 주제’라고 나누어 있는 것을 목격했을 겁니다. 겉으로 쉽게 드러나는 주제와 조금 더 깊은 곳에서 파악할 수 있는 주제를 구분한 것이에요. 바로 빙산의 일각을 생각하시면 됩니다. 글에서 쉽게 드러나는 부분이 다가 아닌 경우가 많아요. 그럴 때 우리는 여러 요소를 활용해서 물 속에 숨겨진, 심층적 의미를 추론해야 합니다.
우선 질문을 하고, 생각을 열면 새로운 단서들이 보입니다. 표면적인 의미만으로 다 담을 수 없는 요소들이 보이는 거죠. “이것만으로 설명이 되지 않는데…”, 싶으면 관련된 추가 단서를 확보합니다. 넓은 시야를 가져야 합니다. 예를 들어볼게요.
*주장: 살짝 모호하고, 철학적인 면이 있음. 설명이 충분하지 않음.
*예시1: 명확히 이해 잘 됨.
*예시2: 왜 이 내용을 가져왔는지 모르겠음.
이런 상황에서 많은 사람들은 예시2를 무시합니다. 없는 취급을 해요. 주장에서 부족한 부분이 있을 때, 예시1을 바탕으로 어떻게든 의미를 만들어 냅니다. 그렇게 해서 딱 맞아 떨어지면 그나마 다행인데, 그렇게 만든 의미로 예시2를 담지 못한다면 예시2는 왜 넣었을까요? 주장을 더 쉽게 설명해주기 위한 것인데 말이죠. 그렇게 그냥 넘어가지 못하는 성격(?)을 가진 분들은 예시2를 해석하려고 노력합니다. 텍스트가 이해되지 않으니 배경지식을 활용해요. 온갖 배경지식을 바탕으로 예시2에서 의미를 찾긴 했는데, 주장, 예시1과 잘 연결하는 것이 문제입니다. 또다른 고비죠.
현명한 방법은 텍스트 안 단서를 최대한 활용하는 것입니다. 단서에는 구조와 전략 모두 포함돼요. 우선 주어진 단서는 주장, 예시1, 예시2가 있고 이 셋의 구조적 관계가 있습니다. 여기서 예시1만 명확히 이해되는 것이 오히려 함정일 수 있어요. 이 명확히 이해한 내용으로 나머지를 재단하려는 오류를 범하기도 합니다. 그 내용이 틀리진 않았어도, 글의 구조적 관계 속에서 다른 의미를 가질 수도 있으니까요. 그래서 명확히 규정 짓기 전에 관계를 살펴봐야 합니다.
내가 명확히 이해했다고 생각하는 것은 표면적 의미고, 진짜 하고 싶은 말은 모호하게 숨겨 놓은 뒤 다른 문단과의 맥락 속에서 드러나게 유도하기도 합니다. 텍스트에 그대로 있고, 확실한 출처가 있지만, 그래서 1차원에 그치곤 합니다. 쉽게 얻은 것은 진정한 보석이 아닌, 그런 느낌. 틀린 것이 아니라 표면적인 거예요. 이럴 때는 조금 더 오지랖을 부려서, 질문을 하며 읽어야 합니다. “이건 왜~?” 파헤쳐서 문단별 관계를 통해 공통된 의미를 만듭니다.
반어법: 운수 좋은 날(현진건) / 즐거운 편지(황동규) / 태평천하(채만식)
중의법: 그냥 하지 말라(송길영) / 정치에 반하다(김만권) / 시선으로부터,(정세랑)
앞에서 제목이나 목차와 같은 표지를 활용하면 좋다고 했는데, 복잡한(?) 작품은 함정인 경우도 있어요. 유명한 반어법의 작품 제목들을 가져왔습니다. <운수 좋은 날>을 보면서 운수 더럽게 없는 상황을 만나고, <즐거운 편지>를 통해 슬픔을 맛보고, <태평천하>를 통해 지옥을 경험하죠.
중의적인 제목도 있습니다. ‘그냥’ 하지 말라가 아무 것도 하지 말라는 뉘앙스도 있지만 여기선 ‘생각하고’ 하라는 의미도 담습니다. 정치에 ‘반하다’도 사랑스럽게 반할 수 있고, 딴지를 걸며 반대할 수도 있습니다. ‘시선’으로부터도 김시선 할머니로부터 전해지는 이야기를 나타내기도 하고 우리의 관념과 시각을 말하기도 합니다.
왜 이렇게 복잡하게 쓰냐고 할 수 있지만, 이것이 또 글을 읽는 맛이에요. 너무 드러난 단서는 1차적인 의미까지만 도움이 되는 경우도 있으니 쉽게 단정 짓지 말 것! 티가 난다고 ‘팩트’라고 우위를 두는 경우도 있는데 주의해야 해요. 심층적 메시지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보이지 않는 단서와 맥락, 구조와 관계도 파악해야 합니다. 방탈출 게임에서 숨은 단서를 찾는 마음으로, 꼼꼼히 살펴봅니다.
흩어진 단서들을 찾았다면, 퍼즐 조각을 맞추듯 연결해 봅니다. 그 연결 속에서 좀더 근원적인 메시지를
뽑아낼 수 있다면, 추론 성공입니다. 좋아하는 속담 중에 ‘장님 코끼리 만지기’가 있어요. 말 그대로 장님들은 아주 제한된 상황 속에서 코끼리를 접하고, 파편적으로만 이해합니다. 하지만 이 장님들이 모두 모여 의견을 나누고, 개인의 경험을 퍼즐로 삼아 입체적으로 연결한다면 코끼리라는 큰 그림, 심층적 의미에 다다를 수 있을 겁니다. 추리 게임을 하는 마음으로 임해 봅시다!
*상황1: 회사에서 A가 B를 괴롭힙니다. 맨날 구박해요.
*상황2: 회사에서 C가 B를 챙겨줍니다. 다정하게 보살펴줘요.
*상황3: 발렌타인 데이, A는 C에게 초콜렛을 선물합니다.
가벼운 예입니다. 이 세 가지 상황을 종합적으로 보면, 관계가 보입니다. 단순하게 표현하면 A는 B를 싫어하고, C는 B를 좋아하고, A는 C를 좋아합니다. 이 세 가지 상황의 조각을 맞추면 A가 B를 왜 싫어하는지, 괴롭히고 구박하는지 원인을 추론할 수 있습니다. A는 C를 좋아하는데, C가 B한테 잘해주니까 그 화풀이를 A에게 하는 것입니다. 삼각관계인 것이죠!
대화에서도 이런 상황이 많아요. 아이에게 “가족 중에 누가 제일 좋아?”라고 물었을 때, “아빠, 아니야.”, “엄마, 아니야”라고 합니다. 그럼 4인 가족이라고 했을 때 한 명만 남아요. 그 남은 퍼즐 “형”이 가장 좋아하는 가족이 됩니다. 대놓고 말하진 않지만 다른 퍼즐들을 통해 추론할 수 있죠. 아주 간단한 예지만 글로 바꾸면 이런 식이에요.
*문단1: 가상화폐는 혁신적인 문물이다. 블록체인 기술 최고다!
*문단2: 일부 나라에서는 적극적으로 수용하고 있다. 만족도도 높다!
*문단3: 혁신 기술을 외면해서 망한 기업들, 쇠퇴한 나라들의 사례가 많다.
문단1을 읽고서는, 가상화폐 대단하구나! 생각할 수 있어요. 그리고 문단2를 읽으면서, 실제로 이런 나라들도 있구나. 신기하네. 문단3을 읽으면서 역사 공부하는 마음으로, 이런 기업들과 나라들이 망했구나. 알 수 있습니다. 담백하게 정리하면 이런데, 이 퍼즐들을 조합하면 또다른 의미가 생깁니다. 우선 퍼즐을 모아볼게요.
가상화폐, 혁신, 국가, 수용, 외면, 망한 기업, 쇠퇴한 나라
퍼즐들을 조합하면 “우리나라도 혁신적인 가상화폐를 외면하면, 망할 수 있다. 다른 나라들처럼 적극적으로 수용해야 한다!?” 이런 해석을 이끌어낼 수 있습니다.

일상 생활 속 대화 중에서도 우리는 의미를 감추고 의사소통을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주변부를 건드리며 돌려 말하기도 하고, 비유해서 말하기도 하고, 유머러스하게 전달하기도 합니다. 이를 잘 알아채면 “센스 있다”, “말귀를 잘 알아 먹는다”, “눈치 좀 있네”라는 말을 듣게 되죠. 반대로 잘 못 알아 듣는 분들은 심한 스트레스를 받습니다. 그냥 직접적으로 말하지, 왜 사람 피곤하게 하냐고. 음흉한 인간이라고 짜증내기도 합니다. 예를 살펴 볼게요.
*대표: 바쁘신가요?
*직원A: 네! 엄청 바쁩니다!. 이것저것 하고 있습니다!
*직원B: 괜찮습니다! 도와드릴 일 있나요?
*직원C: 죄송합니다. 빨리 치우도록 하겠습니다.
위 대화에서 직원 A, B, C 는 모두 다르게 대답했습니다. 그리고 세 대답 모두 성립이 가능합니다. 질문한 대표의 의도에 따라서 말이죠. 그럼 대표는 어떤 의도로 질문했을까요? 이 부분만으로 알 수 없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위에서 알아본 ‘퍼즐 찾기’를 해야 합니다. 그 퍼즐은 주어진 상황을 통해서 추론할 수 있죠.
*상황1: 오랜만에 회사 방문. 직원들이 열심히 일하는 모습 목격
*상황2: 갑자기 중요한 문제가 생김. 급하게 문제를 해결해야 함
*상황3: 지저분한 회의실, 사무실 목격
*대표: 바쁘신가요?
주어진 상황을 바탕으로 의도를 추론해 봅시다. [상황1]에서 질문의 의도는 정말 순수한 궁금증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오랜만에 회사에 와서 업무 파악이 덜 된 상황이에요. 그때는 지금 진행하고 있는 프로젝트에 대해서 설명하면 됩니다. 그럼 이어서 “아 그렇군요, 설명 감사합니다. 수고하세요.”라는 반응과 함께 대화가 마무리 될 거예요.
[상황2]에서 질문의 의도는 도와줄 사람을 찾는 것입니다. 엄~청 바쁘지 않으면, 이것 좀 도와주세요, 라는 의미에요. 그때는 내가 더 급한 일이 있는지, 도와줄 수 있는 상황인지 파악해서 답변하면 됩니다. 그럼 이어서 “감사합니다. 이런 일 도와주시면 됩니다.”라는 반응과 함께 대화가 마무리 될 거예요.
[상황3]에서 질문의 의도는 꾸짖기 위한 것입니다. “얼마나 바쁘길래, 주변 청소도 안 하고 있습니까?”를 돌려서 말한 것이에요. 질문의 형태지만, 궁금해서 물어보는 것이 아닙니다. 주저리주저리 대답했다가, 변명한다고 더 혼날 수 있어요. 이런 숨은 의도는 특히 조심해야 해요. 그래서 상황과 맥락 속 단서를 잘 파악해야 합니다. 피곤한 일이죠. 그래서 개그 코너에 단골 주제가 되기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