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해력] 글의 목적과 전략 파헤치기
작성자 북렌즈
일잘러를 위한 문해력, 어휘력 처방전
[문해력] 글의 목적과 전략 파헤치기

많은 사람들이 ‘어떤’ 메시지인지, 내용 자체에 집중합니다. 하지만 그 메시지를 ‘어떻게’ 전달하는지도 중요한 요소입니다. 글쓴이가 메시지를 효과적으로 전달하기 위해 의도를 담은 것이니까요. 역으로 독자는 이 구조를 파악하면 글을 이해하는데 큰 도움이 됩니다.
같은 메시지도 다양한 구조에 담길 수 있습니다. 이러한 내용과 형식의 유기적인 관계는 글의 목적을 바탕으로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글의 목적을 달성하는데 효과적인 전달 방식을 찾는 것이죠. 그래서 목적을 이해하고, 그에 맞는 분류와 자주 활용되는 구조를 이해하면 큰 그림이 쉽게 그려집니다.
학창 시절을 떠올려 보세요. 이야기의 3요소는 문체, 구성, 주제입니다. 그리고 구성의 3요소는 인물, 사건, 배경이에요. 너무 딱딱한 것 같지만, 구조를 파악하는데 큰 도움이 됩니다. 소설은 한 주제를 매력적으로 구성하여 특별한 문체로 표현하여 독자에게 재미와 감동을 주는 이야기입니다. 매력적인 구성을 위해서 인물들은 특정 배경 속에서, 어떤 사건을 겪는 것이에요.
흥부전을 예로 들면, 주인공 흥부와 놀부가 인물입니다. 두 인물은 조선 후기를 배경으로 재산과 관련한 여러 사건을 겪습니다. 흥부와 놀부의 재산 문제는 조선 후기라는 역사적 배경이 바탕이 되어야 성립합니다. 현대로 오면 법정 드라마가 되었을 거예요. 그리고 우리가 ‘흥부는 착하고, 놀부는 나쁘다’라고 인물을 판단한다면 그 근거는 특정 사건 속에서 드러난 인물의 대사와 행동일 것입니다. 다리 다친 제비를 만났을 때, 치료해준 행동이 흥부의 성격을 나타내고, 이미 부자이면서 동생을 내쫓고 제비 다리를 부러뜨린 행동이 놀부의 성격을 나타냅니다. 그리고 이 사건을 통해 박씨를 얻게 되고, 또다른 사건이 생깁니다. 흥부의 박씨에는 금은보화, 놀부의 박씨에는 나쁜 것들이 들어 있었죠. 이러한 사건의 결말, 구성을 통해서 작품은 주제 의식을 드러냅니다. 같은 이야기라도 판본마다 다른 문체로 옮기면 다른 매력이 느껴지기도 합니다. 번역하는 사람마다 작품의 맛이 다르기도 하니까요.
문학 작품을 분석할 때도 주관적인 느낌, 인상적 평가에 그치지 않고 체계적으로 살펴보고 싶을 때 이런 틀을 활용하면 좋습니다. 시간/공간적 배경 묘사는 잘 되었는가? 작품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 인물의 대사와 행동이 성격을 반영하는가? 사건이 너무 작위적이지 않은가? 작가가 하고 싶은 말이 무엇일까? 주제의식이 잘 담겨 있는가? 문체는 읽기 적당한가?
이와 다르게 비문학은 크게 설명하는 글과 주장하는 글로 나눕니다.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내용을 설명하고, 이해시키기 위해서 실제 사례를 가지고 오거나, 비유들 활용하기도 합니다. 또한 글쓴이의 생각을 주장하기 위한 글에서는 타당한 근거를 대며 독자를 설득하기 위해 노력해요. 권위 있는 사람의 말을 인용하기도 하고, 과학적 데이터를 준비하기도 합니다. 다양한 전략을 다른 목표를 위해 사용합니다. 주장과 설명은 구분 짓기 모호한 면이 있지만 소설과는 분명이 차이가 있습니다. 여기서는 비문학을 중심으로 다양한 글의 구조를 알아보겠습니다.

글을 말로 바꾸어서 편하게 생각해 보세요. 무엇인가를 설명하거나, 설득하고 싶을 때 어떤 말하기 전략을 쓰나요? 친절하게 예시를 들거나, 친근한 비유를 들거나, 다른 것과 비교하기도 합니다. 이러한 글의 전략을 파악하면 글을 이해하는데 큰 도움이 됩니다. 글쓴이는 하고 싶은 말을 ‘어떻게’ 전달할지 고민하며, 의도를 담기 마련이니까요. 앞에서 배운 거시적인 구조(주제-사례, 원인-결과, 문제-해결 등) 안에서 미시적인 전략(예시, 통계, 인용 등) 들이 어떻게 활용되는지 생각해 보세요.
실화 바탕 소재의 미디어들이 인기를 얻는 것처럼, 직접 겪은 경험은 사람을 이끄는 힘이 있습니다. 설명하는 글이라면 실사용 후기가 되겠고 주장하는 글이라면 감정을 자극하는 근거가 될 수 있습니다. 통일에 대한 찬반토론을 보는데, 한 학생이 이야기합니다. “실제로 북한 주민들을 만난 적 있는데요…, 할아버지가 이산가족이신데요…” 이런 발언과 함께 사람들은 조용히 집중하게 됩니다. 차별과 편견에 대한 글에서도 실제 차별 당한 사례나 당사자의 인터뷰가 많이 인용됩니다. 수많은 사람 중에 하나일 수 있지만, 그 글의 울림은 더욱 강력합니다.
하지만 지극히 주관적인 사례니, 과도한 일반화는 조심해야 해요. 그 사례나 경험자가 대표성이 있는지, 같은 경험을 하고도 다른 감정을 느끼거나, 반대의 결과를 얻는 경우는 없는지 확인하는 작업도 필요합니다.
상대방의 이해를 돕기 위해 자주 활용되는 전략입니다. 설명하는 내용의 활용 사례를 통해 이해를 도울 수 있고, 문제점을 구체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를 통해 독자를 자극할 수 있습니 다. 지금 이 책에서도 수많은 예시를 들고 있어요. 이런 구조를 활용하는 예시, 이런 전략을 활용하는 예시 등입니다. 환경 오염이란 큰 개념도 최근 지구온난화로 인한 온도 차이, 갑작스런 산불과 지진 등의 구체적인 사례를 활용하면 좀더 직접적으로 와 닿습니다. “예를 들어”와 같은 표지가 나오면, 이해를 돕는 사례구나 라고 쉽게 짐작할 수 있어요.
주의할 점으로는, 맥락에 맞는 적절한 예를 들었는지 확인하는 것입니다. 예가 적절하지 않으면 오히려 혼란스럽기도 하거든요. 또는 너무 작위적인 예를 들지 않았는지, 다른 곳에도 적용 가능한 내용인지 비판적으로 바라보는 시각도 필요합니다. 결국 작가가 의도를 전달하기 위해 사용하는 도구인 만큼, 극소수의 사례를 찾아 가져올 수도 있으니까요.
다른 텍스트를 빌려 오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입니다. 센스 있는 인용과 비유로 이해를 돕는 것, 또 전문가의 말이나 고전 텍스트를 통해 권위를 더하는 것이죠. 잘못된 비유는 오히려 글의 일관성을 해치고 설명을 모호하게 만들기도 하니 연관성을 잘 파악해야 합니다.
‘저명한 과학자 A는 이런 연구를 했습니다.’, ‘고대 철학자 B는 이런 말을 했습니다.’, ‘고전인 C에는 이런 구절이 적혀 있습니다’ 등의 내용을 말과 글에서 쉽게 볼 수 있어요. 재미있는 사실은 저런 내용과 반대되는 연구, 명언, 구절도 많다는 것입니다. “꿈을 크게 꾸어라.”라는 말이 있으면 “한 걸음씩 나아가라”라는 말도 있습니다. 결국 저자가 원하는 맥락에서, 수많은 텍스트 중에 지지할 수 있는 것을 선택해 가져온 것일 뿐입니다.
비유도 마찬가지에요. 절대적인 것은 없습니다. 학교를 우리 사회의 축소판으로 비유하곤 합니다. 여러 공동체 생활, 경쟁과 평가, 사람간의 갈등… 비슷한 점은 많으니까요. 하지만 일반 사회와는 다른 학교만의 특별한 점들도 분명 있습니다. 어느 부분을 보느냐에 따라 적절한 비유일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어요. 과잉 해석을 통해 비공감의 비유가 나오기도 해요.
객관적인 정보를 전달할 때, 신뢰감을 주기 위해 많이 활용됩니다. 모든 통계가 정확한 것은 아니기에 항상 출처와 연도를 잘 확인해야 합니다. 이어서 글쓴이가 논지를 강화하기 위해 과도하게 자의적으로 해석한 것은 아닌지 점검할 필요도 있습니다.
최근 라면 소비량에 대한 기사를 읽은 적이 있어요. 근데 기사마다 국가별 순위가 다른 것입니다. 출처에 있는 세계라면협회에 들어가 통계를 봤더니 연도별로 순위 변동이 있었습니다. 최근 자료가 가장 가치 있다고 할 수 있어요. 중요한 건 최근 통계를 알고 있으면서도, 과거의 통계를 활용한 글도 있다는 거예요. 특정 국가의 라면 시장을 강조하기 위해서라고 추측됩니다. 이렇게 통계 자체에 대한 의심, 통계를 활용하는 작가의 의도에 대한 의심도 필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