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삶의 무게에 대하여,견딜 수 없이 가볍기에
작성자 책콩
벽돌책 대신 읽어드립니다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삶의 무게에 대하여,견딜 수 없이 가볍기에

“모든 모순 중에서 무거운 것-가벼운 것의 모순이 가장 신비롭고 가장 미묘하다.”
현재의 삶이 영원히 반복된다면, 작은 선택 하나도 얼마나 무거울까요?
반대로 그 순간이 오직 한 번뿐이라면, 우리는 얼마나 가볍게 살아갈 수 있을까요?
밀란 쿤데라는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을 통해 존재의 ‘무게’와 ‘가벼움’이라는 철학적 개념을 대조하고 있어요.
우리 삶은 그 둘 사이 어딘가의 모순을 통해 흔들리곤 해요.
📖 이 책, 한눈에 보기
#작가 #독서
📌 어떤 책일까?

출처: 출판사 민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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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은 체코 출신 작가 밀란 쿤데라의 대표작으로, 1984년에 발표되었어요. 체코의 민주화 운동인 ‘프라하의 봄’과 그 이후의 소련 침공이라는 역사적 배경 속에서, 인간 존재의 본질을 탐구하는 철학적 소설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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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의 ‘가벼움’은 단순한 경쾌함이 아닌, 삶의 의미에 대한 깊은 성찰을 담고 있습니다. 사실 이 책의 원제인 체코어판, 영어판, 불어판 제목과 소설의 내용을 본다면 존재 자체의 ‘견딜 수 없는’, ‘견디기 어려운’과 같은 번역이 올바른 번역으로 여겨져요. ‘존재의 견딜 수 없는 가벼움’이 더 맞는 표현인 거죠.
📌 책 내용은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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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구성은 총 7부로 이루어져 있으며 4명의 등장인물인 의사 토마시, 토마시의 아내이자 사진작가인 테레자, 토마시의 불륜 상대이자 예술가인 사비나, 사비나의 또 다른 연인인 프란츠를 중심으로 전개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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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의 관계와 선택을 통해, 쿤데라는 인간 존재의 가벼움과 무거움, 우연과 운명, 사랑과 배신 등의 주제를 심도 있게 탐구해요.
📖 주요 내용 정리
#철학 #니체 #영원회귀 #키치
📌 존재의 가벼움과 무거움
“영원한 회귀란 신비로운 사상이고, 니체는 이것으로 많은 철학자를 곤경에 빠뜨렸다. 우리가 이미 겪었던 일이 어느 날 그대로 반복될 것이고 이 반복 또한 무한히 반복된다고 생각하면! 이 우스꽝스러운 신화가 뜻하는 것이 무엇일까?
뒤집어 생각해 보면 영원한 회귀가 주장하는 바는, 인생이란 한번 사라지면 두 번 다시 돌아오지 않기 때문에 한낱 그림자 같은 것이고, 그래서 산다는 것에는 아무런 무게도 없고 우리는 처음부터 죽은 것과 다름없어서, 삶이 아무리 잔혹하고 아름답고 혹은 찬란하다 할지라도 그 잔혹함과 아름다움과 찬란함조차도 무의미하다는 것이다.“
필연적으로 다가오는 나에 대한 운명을 감수하는 것뿐만 아니라, 오히려 긍정하고 내 것으로 만들어서 사랑할 수 있을까요? 아무리 힘든 일이어도, 심지어는 이런 매 순간이 영원히 반복되어도 말이에요.
철학자 프리드리히 니체는 이런 사상으로 자신의 운명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 개척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이를 아모르파티(amor fati) 라고 해요.
하지만 매 순간이 반복되지 않을 수도 있지 않을까요? 우리가 일상에서 경험하는 순간은 단 한 번뿐이기 때문에 다시는 똑같이 반복되지 않을 것이고, 그렇기 때문에 궁극적으로는 아주 사소하고 가벼운 의미만을 가질 수밖에 없기도 합니다.
이는 ‘현재를 잡아라, 가급적 내일이란 말은 최소한만 믿어라’라는 카르페디엠(Carpe diem) 이라는 말과 상응해요.
📌 나는 키치를 부정한다
“그러므로 존재에 대한 확고부동한 동의가 미학적 이상으로 삼는 세계는, 똥이 부정되고 마치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각자가 처신하는 세계라는 결론이 도출된다. 이러한 미학적 이상은 키치라고 불린다. (중략) 키치는 자신의 시야에서 인간 존재가 지닌 것 중 본질적으로 수락할 수 없는 모든 것을 배제한다.”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을 깊이 이해하려면, 무거움과 가벼움 이상의 키치(Kitsch) 개념을 알아야 이해할 수 있어요. 소설 초반부가 개인들의 이야기를 따라가며 무게와 가벼움을 다루고, 5부에 이르면 ‘키치’를 통해 존재 전체 그림을 꿰뚫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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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치는 철학자 데스튀트 드 트라시(Destutt de Tracy)가 처음 개념화했고, 이후 소비 사회와 이념적 세계에서 불편한 진실을 외면하고 이상화된 현실만을 받아들이는 태도를 가리키게 되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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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속에서 키치(무거움)는 똥(가벼움)과 같은 인간의 본질적인 부분을 부정하고, 아름답고 순수한 것만을 추구하는 미학적 태도로 나타나요. 쿤데라는 이를 거부함으로써, 존재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면서 삶의 진정한 의미를 찾으려 했어요.
📖 깊이 있는 생각들
#생각
📌 우리의 삶의 무게는 어떠한가
삶의 무게는 우리가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에 따라 달라집니다. 같은 일에도 어떤 면에서는 한없이 가벼워지고, 어떤 면에서는 감당하기 어려울 만큼 무거워지기도 해요.
하지만 그렇다고 가벼운 것은 좋은 것이고 무거운 것은 나쁜 것일까요?
“짐이 무거우면 무거울수록, 우리 삶이 지상에 가까우면 가까울수록, 우리 삶은 보다 생생하고 진실해진다. 반면에 짐이 완전히 없다면 인간 존재는 공기보다 가벼워지고 어디론가 날아가 버려, 지상의 존재로부터 멀어진 인간은 겨우 반쯤만 현실적이고 그 움직임은 자유롭다 못해 무의미해지고 만다.”
결국 우리 삶에서 중요한 것은, 가벼움과 무거움 중 어느 하나를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그 사이에서 균형을 찾는 것입니다. 삶의 가벼움을 즐기면서도, 그 속에 담긴 무게를 인식하는 태도가 필요해요.
📖 끝으로 드리는 단상
우리는 살아가며 수많은 선택 속에서 무거움과 가벼움의 경계를 마주치곤 합니다.
삶이 지나치게 무거워질 때는 벗어나고 싶고, 반대로 너무 가벼워질 때는 허무함이 밀려오기도 하죠. 그래서 무거움과 가벼움 중 하나만을 택하는 건 불가능에 가까운 일인지도 모릅니다.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은 니체의 영원회귀 개념을 서두에 꺼내며, 철학적 질문을 독자에게 던지는 소설입니다. 프라하의 봄이라는 시대적 배경까지 이해해야 온전히 읽을 수 있는 작품이기도 하고요. 그래서 결코 쉬운 책은 아니지만, 우리는 이 이야기를 따라가며 무겁고 가벼운 순간들을 자연스럽게 느끼게 돼요. 굳이 누가 짚어주지 않아도 말이에요.
그 무게는 결국, 우리가 어떤 것을 보느냐에 달려 있는 것 같아요. 보기 좋은 것만 남기려는 태도는 오히려 삶을 더 가볍고 얄팍하게 만들죠. 쿤데라가 말한 ‘키치’는 우리가 조심해야 할 가장 가벼운 세계예요.
어쩌면 우리는 모두 각자의 방식으로 키치를 경계하며 살아가고 있는 건 아닐까요? 겉으로는 괜찮은 척, 밝은 척하지만, 그 이면의 무게와 모순을 알고 있기에 더 조심스럽고, 더 신중해지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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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가벼움보다는 무거움에 더 익숙한 사람인 것 같아요. 나를 짓누르는 무거움은 견딜 수 있어도, 한없이 가벼운 것은 참을 수 없을 것 같거든요. 그렇기에 오히려 가벼운 것에 삶의 추를 올려 수평을 맞춰보려 애쓰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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