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실격> 부끄럼 많은 생애를 보냈습니다 : 우리는 모두 나약하다
작성자 책콩
벽돌책 대신 읽어드립니다
<인간실격> 부끄럼 많은 생애를 보냈습니다 : 우리는 모두 나약하다

“부끄럼 많은 생애를 보냈습니다.
저는 인간의 삶이라는 것을 도무지 이해할 수 없습니다.“
뉴니커들은 군중 속에서 고독함을 느껴본 적이 있나요?
누구나 타인에게 완전히 이해받고 싶어 하지만, 그 욕망이 쉽게 좌절된다는 것 또한 알고 있죠. 이 사실을 자각했을 때 오는 고독과 외로움은 누구나 한 번쯤 겪어본 경험일 겁니다.
『인간실격』의 주인공 요조는 이러한 고독에 깊이 공감하는 인물이에요.
요조는 인간의 나약함을 적나라하게 드러내며 고난에 힘없이 휩쓸리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이 모습은 마치 우리 자신의 모습을 들킨 듯 부끄러움을 느끼게 하지만, 동시에 위로와 공감을 끌어냅니다. 요조를 향한 연민은 독자 스스로를 돌아보게 하고, 응원을 보내게 만들어요.
📖 이 책, 한눈에 보기
#작가 #독서

📌 다자이 오사무 : 요조에게 자신을 투영하다
『인간실격』은 작가 다자이 오사무와 주인공 요조의 삶이 매우 닮아 있어 자전적 소설로 평가돼요.
다자이는 요조처럼 부잣집 도련님으로 태어났으며, 여러 차례 자살을 시도한 경험이 있어요.
또한, 여자와 동반 자살을 시도했으나 여자만 죽고 자신은 살아남은 사건 역시 다자이의 실제 삶에서 비롯된 이야기예요.
소설 속 요조가 화가를 꿈꾸며 진짜 그림은 감추고, 보여주기 위한 그림만을 그렸듯, 다자이도 『인간실격』을 통해 자아를 드러내는 예술적 자서전을 시도했어요.

📌 책 내용은 무엇일까?
『인간실격』은 요조의 일인칭 시점에서 그의 삶을 고백하는 형식으로 전개돼요. 다자이 특유의 요설체(饒舌體)는 요조의 혼란스러운 심정을 효과적으로 표현하며, 독자에게 깊은 몰입감을 주고 있어요.
소설은 요조의 어린 시절부터 3개의 수기로 구성되며, 서문과 후기를 통해 다자이가 요조의 삶을 정리하는 구조에요.
『인간실격』은 주인공 요조가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며 인간 사회에서 고독과 내면의 고통(나약함, 불신감, 절망감)을 고백하는 내용이에요. 그는 어릴 적부터 타인에게 자신의 진짜 모습을 숨기며 살아왔고, 점차 사회에 적응하지 못한 채 술과 방탕한 삶에 빠져들어요. 결국 인간으로서의 존엄을 상실한 그는 스스로를 ‘인간 실격’이라고 규정하며 끝없는 절망 속으로 떨어져요.
📖 주요 내용 정리
#역사 #철학
📌 2차 세계대전 이후, 모순 가득한 세상
『인간실격』은 일본이 2차 세계대전에서 패망한 이후, 황폐해진 사회를 배경으로 쓰였어요. 이전의 가치관과 규범이 무너지고, 군국주의 이념을 중심으로 자유분방한 개인의 삶을 실패한 삶으로 여기던 사회적 배경이 있어요.
다자이는 어제까지만 해도 침략 전쟁이 답이라고 하던 일본이, 하루아침에 민주주의로 해결하자는 모순적인 일본의 태도를 혐오하는 ‘무뢰파 문인’으로 활동했어요.
다자이는 자신이 부유한 집안에서 자란 것에 죄책감을 느꼈고, 특히 집안 재산이 고리대금업으로 쌓였다는 사실에 큰 자기혐오를 겪어요. 이러한 시대적, 개인적 갈등이 소설 곳곳에 녹아 있어요.
📌 집단 속에서 온전히 개인으로 존재하는 법
“ 세상. 저도 그럭저럭 그것을 희미하게 알게 된 것처럼 느껴졌습니다. 세상이란 개인과 개인 간의 투쟁이고, 일시적인 투쟁이며 그때만 이기면 된다. 노예조차도 노예다운 비굴한 보복을 하는 법이다. 그러니까 인간은 오로지 그 자리에서의 한판 승부에 모든 것을 걸지 않는다면 살아남을 방법이 없는 것이다. 그럴싸한 대의명분 비슷한 것을 늘어놓지만, 노력의 목표는 언제나 개인. 개인을 넘어 또다시 개인. 세상의 난해함은 개인의 난해함. 대양(大洋)은 세상이 아니라 개인이다, 라며 세상이라는 넓은 바다의 환영에 겁먹는 데서 다소 해방되어 예전만큼 이것저것 한도 끝도 없이 신경 쓰는 일은 그만두고, 말하자면 필요에 따라 얼마간은 뻔뻔하게 행동할 줄 알게 된 것입니다. (중략)
그러나 끔찍해져야 할 ‘세상’은 저한테 아무런 해도 가하지 않았고, 또 저도 ‘세상’에 아무 변명도 하지 않았습니다. “
요조는 ‘세상’에 대해 자주 언급합니다. 이는 사회적 폐허 속에서 살아가야만 하는 시대적 배경과 타산과 체면으로 영위되는 이해할 수 없는 인간 세상을 상징하고 있어요.
요조는 너무나도 두려운 세상과 융화되려 노력하지만, 끊임없이 불안해해요. 모두가 집단과 사회 속에서 자신을 규정하려 할 때, 요조는 온전한 개인으로서 존재하고자 하기에 위태로울 수밖에 없는 것 같아요.
📖 깊이 있는 생각들
#생각
📌 나의 '익살'은 무엇인가
“그것은 인간에 대한 저의 최후의 구애였습니다. 저는 인간을 극도로 두려워하면서도 아무래도 인간을 단념할 수가 없었던 것 같습니다. 그렇게 해서 저는 익살이라는 가는 실로 간신히 인간과 연결될 수 있었던 것입니다.”
요조는 어릴 때부터 이해타산적인 세상을 두려워하며 이해하지 못했어요. 그는 이 세상에서 살아남기 위해 ‘익살'이라는 가면을 쓰게 됩니다.
요조의 익살은 자신의 자아를 숨기고, 사람들에게 무리 없이 수용될 만한 존재로 보이기 위한 수단이었어요. 이후에는 여자와 술, 약물을 수단으로 인간과 연결되고자 했고, 그 안에서 편안함을 찾으려 했어요.
요조는 너무나도 인간을 두려워했지만, 역설적으로 누구보다도 인간이 되고 싶어 했던 인물이에요. 이런 모습은 우리와 많이 닮아있지 않나요? 누구나 인간이기에 사람들에게 인정받고 싶어 하는 욕망이 있어요. 어쩌면 우리도 사회에 적용하기 위해 진짜 나의 자아를 숨기고, 다양한 형태의 ‘익살’을 쓰며 살아가고 있는 건 아닐까요?
📌 인간의 자격
“이젠 저는 죄인은커녕 미치광이가 되어버린 것입니다. 아니요, 저는 결코 미치지 않았습니다. 단 한순간도 미친 적은 없었습니다. 아아, 그렇지만 광인들은 대개 그렇게들 말한다고 합니다. 즉 이 병원에 들어온 자는 미친 자, 들어오지 않은 자는 정상이라는 얘기가 되는 것이지요.
신에게 묻겠습니다. 무저항은 죄입니까?
호리키의 그 이상하고도 아름다운 미소에 저는 울었고, 판단하는 것도 저항하는 것도 잊어버렸고, 자동차를 탔고, 여기에 끌려와서 정신 이상자가 되었습니다. 이제 여기에서 나가도 저는 여전히 광인, 아니 폐인이라는 낙인이 이마에 찍혀 있겠죠.
인간 실격.
이제 저는 더 이상 인간이 아니었습니다.”
요조는 ‘인간 실격’을 선언하며, 자신이 인간의 자격을 상실했다고 고백합니다.
하지만 과연 인간의 자격이란 무엇일까요?
요조에게 있어서 인간의 자격이란, '세상을 무리 없이 살아가는 보통의 인간'을 뜻해요. 즉, 타산과 체면으로 영위되는 인간관계에서도 두려움을 느끼지 않으며, 세상의 모순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부끄럽지 않은 사람들을 말해요.
하지만 자신을 ‘인간 실격’이라 말했던 요조는, 어쩌면 누구보다도 ‘평범한 인간’이었는지 몰라요. 그는 굳건해 보이는 사회 질서의 위선과 잔혹함을 부끄러워할 줄 알았고, 어떻게든 그 사회에 녹아들려 노력했어요. 순수하고 결백한 것에 의지하며, 인간에게 끊임없이 다가가려 했던 요조가 결국 모든 것에 배신당하고 ‘인간 실격자’로 전락하는 과정은 현대 사회에 대한 날카로운 비판으로 다가와요.
📖 끝으로 드리는 단상
현대 사회는 자기 자신을 깊이 성찰하고, 절망에 직면하는 일이 불가피한 격변의 시기인 것 같아요.
가치관의 혼란과 세대 간 갈등이 격화되고, 각자의 의견만을 고수하는 사람들이 대립하는 상황이 계속되고 있죠. 세상 속에 살아가면서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는 절박함을 느끼게 되곤 해요.
이런 상황에서 인간이기에 피할 수 없는 나약함, 불신, 절망을 솔직하게 드러내는 요조의 태도는 우리에게 많은 생각을 불러일으켜요.
물론 요조의 절망적이고 나약한 태도가 해결책이 될 수는 없겠지만, 처절한 자기 성찰과 책임 의식 없이는 우리는 결코 앞으로 나아갈 수 없어요.
그런 의미에서 부끄러운 생애를 살아온 것은 과연 누구일까요?
댓글로 떠오른 생각들을 여가 없이 나눠주세요.
긴 글 끝까지 함께 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다음 주 새로운 아티클로 만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