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초록 맛의 축복 봄 🌱

봄만큼 향긋함의 끝이 없는 계절이 있을까요? 봄을 좋아하는 수많은 이유 중 하나는 맛있는 봄 채소가 가득하다는 점이에요.

2월에는 냉이와 달래를 넣은 된장찌개로 봄의 시작을 열고요. 3월에는 사위도 안 준다는 초벌 부추를 한 단 사다가 김치를 담아 먹어요. 4월이 된 지금 제철을 맞은 쑥과 미나리를 열심히 먹는 중이에요. 어린 쑥으로 만든 쑥버무리도 맛있고 미나리를 잔뜩 넣은 김밥도 맛있어요.

분명 가을이 되면 저는 수확의 계절은 먹을 게 많아서 좋다고 나불거릴 테지만, 지금은 봄이니까요. 이때만 누릴 수 있는 봄의 초록 맛을 즐기는 중이에요.

| 미나리 좋아하세요? 💚

제가 4월에 가장 많이 먹은 채소가 미나리예요. 봄이 가장 연해서 먹기 좋을 시기거든요. 물기 가득한 연한 줄기를 베어 먹으면 느낄 수 있는 아삭함과 향긋함 때문에 생으로도 많이 먹어요.

흙 내음과 함께 특유의 향긋하고 쌉쌀한 맛 때문에 좋아하는 사람만큼 싫어하는 사람도 많은 채소가 미나리인 거 같아요. 저도 초등학생 때는 샤부샤부에 들어간 모든 미나리를 골라내고 먹었는데, 지금은 제 돈 주고 사 먹는 어른이 되었어요.

대표적인 미나리 산지는 경상북도 청도예요. 그중에서도 화악산 계곡을 따라 이루어진 한재 마을의 청도 한재 미나리가 가장 유명해요. 청도한재미나리는 "지리적표시등록 제 69호"로 지정된 특산품이에요.

• 지리적표시등록 :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은 농수산물의 특징이 본질적으로 지리적 특성에 기인하는 경우 지리적 표시(geographical indication)라는 제도로 농식품을 인증해요.

미나리는 줄기가 굵을수록 식감이 억세서 굵기가 적당하고 잎의 크기가 고른 걸 사는 게 좋아요. 습한 곳에서 생육하는 특성상 거머리가 있을 수 있으니, 식초를 탄 찬물에 깨끗하게 헹궈 먹는 걸 추천해요.

| 미나리 김밥이 유행이라며? 🥗

먹잘알들에게 장안의 화제였던 김밥 팝업스토어를 들어보셨나요? 일정상 가보진 못했지만, 김밥 팝업스토어 라인업의 미나리 삼겹살 김밥을 보며 입맛을 다셨어요.

사 먹을 수 없다면 만들어 먹어야죠.

평일의 업보를 청산하듯 냉장고 파먹기를 한 지난 주말, 미나리 김밥을 만들었어요. 삼겹살은 없었지만, 고기와 미나리를 같이 먹을 생각을 누가 했을까요? 기름진 고기와 향긋한 채소의 조합은 언제나 최고예요.

빈말이 아니라 삼겹살과 미나리는 영양학적으로 궁합이 좋은 음식이에요. 미나리가 지방이 많은 음식에 포함된 콜레스테롤을 배출되도록 도와주거든요. 그래서 미나리가 제철인 봄은 삼겹살도 제철이라고 우겨보곤 해요.

| 비주얼 쇼크 미나리 곰탕 😲

SNS 피드를 내리다가 미나리 곰탕을 파는 식당을 발견했어요. TV 프로그램에도 소개되고 미쉐린 빕 구르망에도 선정된 식당이라는데, 첫인상이 제겐 연못의 개구리밥 같아서 충격이었거든요. 바로 서울에 세 군데 지점을 둔 능동미나리예요.

능동미나리 방문 감상은 3가지로 압축할 수 있어요. 가보고 싶었다면 참고해요!

1. 대기가 길다.
   미나리 좋아하는 사람이 이렇게 많았나 싶었어요. 친구들한테 미나리 국밥 먹으러 가자고 사진을 보여줬다가 퇴짜맞기 일쑤였는데, 모두 줄 서서 기다리더라고요.

2. 우리나라 미나리는 이 식당에서 다 구매하나보다.

   

   오픈 시간을 맞춰 갔더니 가게 앞에 미나리 박스가 놓여 있었어요. 수많은 미나리 상자를 보면 엄청난 미나리 공급량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3. 사진으로 봤던 비주얼 그대로다

   

   어떻게 미나리를 쫑쫑 다져 넣을 생각을 했을까요? 부추를 잘게 썰어 넣은 국밥은 익숙하지만, 미나리는 생소하니까요. 그릇을 가득 메운 초록색 덕분에 산뜻하다는 느낌도 들어요. 동글동글 알알이 굴려 먹는 미나리 식감이 재밌어요. 숟가락 위에 미나리를 양껏 퍼서 미나리무침과 같이 먹으면 향긋함을 만끽할 수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