멈춰야 하는 시간도 캘린더에 넣어보세요
작성자 ArchCalendar
삶을 바꾸는 시간의 본질
멈춰야 하는 시간도 캘린더에 넣어보세요
우리는 '더 하기'보다 '끊기'를 배워야 한다
"계속 미뤄지는 일정들이 많아요. 저는 의지가 약한 걸까요?"
최근 트레바리와 함께 진행한 일정 관리 클리닉에서 가장 많이 들었던 질문입니다. 일정을 자꾸 미루게 되고, 퇴근 후엔 아무것도 하지 못한 채 소파에 누워있고, 하고 싶은 일은 많은데 손이 잘 가지 않는다는 이야기들이 이어졌습니다.
하지만 참가자들의 캘린더를 하나씩 들여다보면서 명확해진 사실이 있습니다. 문제는 의지가 아니었습니다.
너무 많은 일정이 쉬는 시간 없이 반복되고 있었습니다. 멈출 타이밍을 잃은 하루는 뇌를 조용히 소진시키게 만듭니다.

하루는 의도보다 자극이 먼저 연다
아침에 눈을 뜨면 가장 먼저 무엇을 하시나요?
알람을 끄고, 스마트폰을 켜고, 메시지를 확인합니다. 읽지 않은 메일 개수를 보고, SNS를 스크롤합니다. 우리가 의식적으로 오늘 하루를 어떻게 보낼지 결정하기 전에, 이미 뇌는 수십 가지 자극에 반응하기 시작합니다.
하루는 이렇게 시작됩니다. 우리의 의도가 아니라, 외부의 자극에 의해서요.
그리고 그 흐름은 하루 종일 이어집니다. 회의가 끝나면 메신저를 확인하고, 점심을 먹으면서도 업무 메일을 읽고, 퇴근길 지하철에서도 유튜브를 봅니다. 저녁에 집에 돌아와서는 넷플릭스를 켜거나 인스타그램을 스크롤하다가 잠이 듭니다.
이 패턴의 공통점은 무엇일까요? 멈춤이 없다는 것입니다.
멈추지 않는 하루가 뇌를 소모시키는 방식
뇌는 생각보다 오래 집중하지 못합니다. 연구에 따르면 인간의 깊은 집중력은 2~3시간 이상 지속되기 어렵습니다. 그 이후로는 효율이 급격히 떨어지고, 실수가 늘어나며, 의사결정의 질이 낮아집니다.
그래서 집중은 '시간'의 문제가 아니라 '리듬'의 문제입니다. 오래 집중하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집중과 전환을 적절히 배치하는 것입니다.
집중 시간 -> 멈춤 -> 집중 시간 -> 멈춤

이 리듬이 있어야 하루 전체의 에너지 곡선이 유지됩니다. 하지만 많은 분들의 일정을 살펴보면 이런 식으로 구성되어 있었습니다.
평일:
09:00 출근 -> 10:00 회의 -> 11:00 회의 -> 12:00 점심(메신저 확인) -> 13:00 업무 -> 15:00 회의 -> 17:00 업무 마무리 -> 18:30 퇴근
퇴근 후:
19:00 운동 -> 20:30 저녁 -> 21:00 자기계발 강의 -> 22:00 독서 -> 23:00 유튜브
언뜻 보면 알차고 생산적인 하루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이 구조에는 결정적인 문제가 있습니다. 연결되어 있고, 끝이 없습니다.
일정과 일정 사이에 전환의 시간이 없습니다. 한 가지가 끝나면 바로 다음이 시작됩니다. 이동 시간에는 스마트폰을 보고, 식사 시간에도 정보를 입력받습니다.
이런 구조는 뇌에게 지속적으로 회복할 타이밍이 없다고= 신호를 보냅니다.
그리고 회복할 틈이 없을 때, 뇌는 이렇게 반응합니다:
해야 할 일을 자꾸 미룬다
"쉬고 싶다"는 감각이 압도적으로 강해진다
SNS, 유튜브, 숏폼 같은 자극이 큰 콘텐츠로 회복을 시도한다
계획했던 일들이 하나씩 무너진다
이것은 게으름이 아닙니다. 뇌의 방어 기제입니다. 더 이상 버틸 수 없다는 신호입니다.
휴식에 대한 오해: 잘 쉰다는 것은 오래 쉬는 것이 아니다
"쉬어야 한다"고 말하면 대부분 이렇게 생각합니다.
"그래, 이번 주말엔 아무 약속도 안 잡고 푹 쉬어야지."
"다음 달에 휴가 가서 제대로 쉬어야지."
휴식을 긴 시간, 특별한 기회로 생각합니다. 여행이나 주말의 긴 여유를 떠올립니다. 하지만 뇌의 회복 시스템은 그렇게 작동하지 않습니다.
신경과학 연구에 따르면, 뇌의 회복은 저자극 상태에서 10~20분 정도 머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발생합니다. 중요한 것은 시간의 길이가 아니라 '자극의 질'입니다.
진짜 회복이 일어나는 조건은 이렇습니다:
스마트폰 없이
음악 없이
정보 입력 없이
단순한 감각 자극만 있는 상태
바람의 온도, 나뭇잎의 흔들림, 자연광의 변화. 그 정도의 흐름만 있는 시간입니다.
장재열 작가는 이것을 '오프 먼트(Off-Ment)'라 부르며 멈춰야 하는 시간으로 정의합니다.
오프 먼트는 여유가 생겼을 때 하는 게 아닙니다. 시간이 남아서 넣는 것도 아닙니다.
일정의 형태로, 캘린더에 먼저 배치하고 얼마나 잘 쉬고 있는지 눈으로 확인해야 합니다.

왜 우리는 쉬는 것을 어려워할까
많은 분들이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쉬는 시간에도 뭔가 해야 할 것 같아요."
"가만히 있으면 죄책감이 들어요."
"10분이면 메일 하나라도 더 볼 수 있는데..."
이 감각은 어디서 오는 걸까요?
뇌는 일을 멈춘 상태에서 명확한 목표가 사라지면 불안을 느낍니다. '지금 이대로 괜찮은가?', '나는 충분히 하고 있는가?'라는 질문이 자동으로 올라옵니다. 그래서 가만히 있는 것이 불편하고, 계속 무언가를 해야 안심이 됩니다.
하지만 이것은 잘못된 학습입니다.
쉬기 위해서는 목표를 유지한 채 에너지 시스템만 전환하면 됩니다. 일을 멈추는 것이 아니라, 다음 집중을 위한 준비 과정으로 인식을 바꾸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잠깐 쉰다" (X)
"다음 집중을 위해 전환한다" (O)
"시간 낭비하고 있는 건 아닐까?" (X)
"에너지 곡선을 조정하는 중이다" (O)
이렇게 말의 구조를 바꾸는 것만으로도 뇌는 휴식을 '게으름'이 아닌 '전략적 과정'으로 인식하기 시작합니다.
에너지 전환은 목적이 아니라 기술이다
이제 일정 관리에서 중요한 포인트는 명확해졌습니다.
하려는 일을 더 넣는 것이 아니라, 지속 가능한 흐름을 설계하는 것.
이를 위해 필요한 것이 바로 '앵커 타임', 즉 고정 시간입니다.
앵커 타임은 하루의 리듬을 결정하는 기준점입니다. 다른 일정이 아무리 바뀌어도, 이 시간만큼은 지킵니다. 이것이 하루 전체의 흐름을 안정시키는 닻이 됩니다.
구체적인 예시는 이렇습니다:
11:50–12:00 점심 전 전환 산책
16:00–16:10 오후 집중 전 티타임
18:30–18:37 퇴근 직후 7분 멈춤
21:00–21:15 저녁 이후 전환 시간
중요한 것은 이 시간을 캘린더에 먼저 넣는다는 것입니다. 회의도, 업무도, 약속도 아닌, '전환'이라는 이름으로 블록을 만듭니다. 그리고 나머지 일을 그 주변에 배치합니다.
이 과정만으로도 하루가 '조종되는 일정'에서 '내가 선택한 리듬'으로 이동합니다.
실제로 적용해 본 사례들
이벤트에 참여했던 한 분은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처음엔 10분이 너무 아깝게 느껴졌어요. 그런데 막상 걸어보니까, 오후 업무가 훨씬 빨리 끝나더라고요. 머리가 맑아지니까 집중이 되는 거예요."
또 다른 분은 이런 변화를 경험했습니다.
"퇴근 후에 항상 소파에 누워서 핸드폰만 보다가 잤는데, 집에 도착하자마자 7분 타이머를 맞춰놓고 가만히 앉아있기 시작했어요. 그랬더니 신기하게도 그다음부터는 계획했던 일들을 할 수 있게 되더라고요."
공통점은 이것입니다. 전환을 구조화하자 의지가 필요 없어졌다는 것입니다.
오늘부터 시작하는 법
거창한 변화는 필요 없습니다. 오늘 단 하나만 실천해 보세요.
10분 동안 아무것도 하지 않고 걸어보세요.
스마트폰 없이, 이어폰 없이, 생각 없이. 그냥 걷기만 하면 됩니다. 바람을 느끼고, 하늘을 보고, 발이 땅에 닿는 감각을 느껴보세요.
그 10분이 하루 전체의 질을 움직입니다.
그리고 만약 그 10분이 괜찮았다면, 내일은 캘린더에 그 시간을 먼저 넣어보세요. 회의도, 업무도 아닌, '전환'이라는 이름으로요.
그래야 지속할 수 있습니다
우리는 일정을 더 늘려야 하는 단계가 아닙니다. 이미 충분히 하고 있습니다. 오히려 너무 많이 하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지금 필요한 것은:
전환을 설계하는 것
멈출 시간을 먼저 확보하는 것
휴식을 의지가 아니라 구조로 처리하는 것
모든 변화는 아주 작은 구간에서 시작됩니다.
오늘 10분의 오프 먼트가, 내일의 집중력을 만들고, 그것이 한 달의 성과를 만들고, 결국 1년의 지속 가능성을 결정합니다.
아치 캘린더는 이런 리듬을 만드는 도구입니다. 단순히 일정을 관리하는 것이 아니라, 지속 가능한 하루를 설계하는 방법을 함께 찾아가고자 합니다.
당신의 하루에는 전환이 있나요?
오늘, 지금, 10분만 멈춰보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