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고치고 싶은 습관을 반복할까?
작성자 ArchCalendar
삶을 바꾸는 시간의 본질
왜 고치고 싶은 습관을 반복할까?
“놓치는 것도 많고 내 일을 컨트롤하지 못하는 느낌이 계속 있었어요. 기록이 안되니 통제되지 않는 것 같은 느낌이었는데, 심지어 ADHD 의심이 들어서 의사에게 가서 진단도 받아봤지만 아니었거든요. 그래서 여러 가지 나만의 시스템을 만들기 위해 툴도 써보고 했는데, 아치 캘린더를 만나서 일을 전체적으로 통제하고 있다는 느낌을 되찾은 점이 가장 좋았어요.” 최근 한 사용자가 남겨준 피드백입니다. 이 몇 줄 안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겪고 있는 현실이 담겨 있을까요? 분명 열심히 하고 있는데 뭔가 놓치고 있다는 불안감, 내가 일을 주도하는 것이 아니라 일에 끌려다니는 느낌, 이 느낌들이 반복되면 심지어 ‘내가 문제가 있는 건 아닐까?’ 하는 자책감까지 떠올리게 됩니다.
뇌과학이 밝혀낸 조종의 메커니즘
최근 큰 화제가 되고 있는 《조종당하는 인간》(김석재 지음)은 이에 대한 원인과 답을 찾아갑니다. 삼성서울병원에서 오랜 시간 뇌를 연구하며 60편 이상의 SCI 국제학술지 논문을 발표한 신경과 전문의 김석재 교수는 이 책에서 삶을 무너뜨리는 메커니즘에 대해 이야기 합니다.
“이건 의지의 문제가 아닙니다”라고 단호하게 말하는 저자는, 뇌가 효율을 위해 반복된 경험을 자동화하고 인간을 ‘습관대로 반응하는 존재’로 만든다는 점을 강조합니다. 우리가 매일 내리는 수많은 결정들이 사실은 의식적 선택이 아니라 뇌의 자동 반응이라는 것이죠.
“왜 나는 스스로를 제어하지 못할까?” “왜 자꾸 같은 실수를 반복할까?”라는 질문에 실체적 답을 주는 이 책은, 스마트폰을 습관처럼 들여다보고 자극적인 음식을 멈추지 못하는 이유를 뇌과학적으로 설명합니다. 바로 우리가 주목해야 할 ‘무의식의 조종 메커니즘’입니다.

조종당하는 일상의 패턴
매일 아침, 우리는 수백 가지 자극에 노출됩니다. 스마트폰 알림, 이메일, 메신저, SNS... 이 모든 것들이 우리 뇌의 주의 시스템을 해킹합니다. 특히 가변 보상(언제 올지 모르는 알림)은 도파민 분비를 자극해서 지속적인 확인 행동을 유도합니다.
사용자들을 만나면서 같은 패턴을 계속 목격합니다. 계획이 비어 있는 아침엔 첫 메신저가 하루의 의제가 되고, 알림의 가변 보상은 집중을 잘게 쪼갭니다. “해야 할 일은 많은데 손이 안 간다”의 이면은 캡처의 부재와 배치의 공백이었습니다.
문제는 의지 부족이 아닙니다. 무의식의 조종 메커니즘이 우리의 의식적 계획보다 더 먼저 도착한다는 사실입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조종을 완전히 피할 수는 없습니다.
대신 누가 나를 조종하느냐를 선택할 수 있습니다.
조종하는 인간이 되는 세 가지 원칙
가장 필요한 것은 거창한 동기부여가 아니라 단순한 규칙 제안입니다. 이 작은 장치들이 무의식의 흐름을 내 편으로 돌리고, 습관은 의지의 근육이 아니라 자동으로 굴러가는 레일이 됩니다.
1. 떠오른 것은 즉시 한곳에 모으기
머릿속에서 맴도는 생각들을 그대로 두면 무의식은 계속 그것들을 처리하려 합니다. 이를 심리학에서는 ‘자이가르닉 효과’라고 부릅니다. 완료되지 않은 과제가 완료된 과제보다 더 잘 기억되는 현상입니다.
회의 중에 갑자기 떠오른 아이디어, 지나가다 본 흥미로운 광고, 친구가 추천한 책... 이런 것들이 머릿속에 계속 쌓이면 ‘인지적 과부하’가 발생합니다. 뇌는 이것들을 잊지 않으려고 백그라운드에서 계속 작업하느라 정작 지금 해야 할 일에 집중하지 못하게 됩니다.
떠오른 모든 것을 즉시 한 곳에 담아두면, 뇌는 “일단 어딘가에 저장했으니 안전하다”고 판단하고 현재에 집중할 수 있게 됩니다. 이것이 바로 무의식을 조종하는 첫 번째 방법입니다.
2. 중요한 일을 먼저 시간에 배치하기
시간 관리에서 가장 큰 착각은 “할 일을 다 하면 된다”는 생각입니다. 하지만 할 일은 언제나 시간보다 많습니다. 중요한 것은 무엇을 할지가 아니라 언제 할지를 정하는 것입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급한 일부터 처리하려고 합니다. 하지만 급한 일은 대부분 다른 사람의 우선순위입니다. 내 인생에서 정말 중요한 일들은 보통 급하지 않습니다. 운동, 독서, 사이드 프로젝트, 가족과의 시간... 이런 것들은 하지 않아도 당장 문제가 생기지 않기 때문에 계속 미뤄집니다.
중요한 일을 먼저 시간에 배치해두면, 무의식은 그 시간을 ‘이미 사용된 시간’으로 인식합니다. 다른 일정이나 방해 요소들이 침범하기 어려워집니다. 매일 같은 시간에 중요한 일을 하다 보면, 그 시간에 자동으로 해당 모드로 전환되는 자신을 발견하게 됩니다.
3. 반복되는 일은 고정 시간으로 묶기
일정이 매일 달라지면 뇌는 계속 새로운 판단을 해야 합니다. 이런 ‘결정 피로’가 누적되면 결국 중요한 순간에 올바른 선택을 하지 못하게 됩니다.
반면 고정된 루틴이 있으면 뇌는 에너지를 절약할 수 있습니다. 매일 같은 시간에 운동하고, 같은 시간에 독서하고, 같은 시간에 중요한 업무를 처리한다면, 이것들이 점차 자동화됩니다. 하지만 여기서 중요한 것은 ‘완벽한 루틴’을 만들려고 하지 않는 것입니다. 하루에 한 두 가지만이라도 고정 시간으로 정해두고 꾸준히 지키는 것이 더 효과적입니다.
카테고리로 정리하는 인지적 효율성
하지만 여기서 문제가 하나 생깁니다. 모은 것들과 배치한 일들이 뒤섞이면서 인지적으로 확인하기 어려워진다는 점입니다.
업무용 미팅과 개인적인 운동 일정이 같은 선상에 나열되어 있으면, 뇌는 매번 “이게 뭐였지?”하고 판단해야 합니다. 이런 인지적 부담이 누적되면 결국 시스템 자체를 사용하지 않게 됩니다.
카테고리별로 영역을 나누어 정리하면, 뇌는 훨씬 빠르게 정보를 처리할 수 있습니다. 업무, 개인, 사이드 프로젝트, 건강 등으로 구분하는 것만으로도 무의식이 패턴을 인식하고 자동화할 수 있도록 돕는 조종 장치가 됩니다.
심리학자들은 이를 ‘맥락 의존 기억’이라고 부릅니다. 같은 맥락에서 학습한 정보는 같은 맥락에서 더 쉽게 떠올릴 수 있다는 원리입니다. 카테고리별로 정리된 정보는 뇌가 해당 영역의 작업 모드로 더 빠르게 전환할 수 있게 도와줍니다.
기록하고, 계획하고, 정리하는 선순환 메커니즘 설계
결국 핵심은 기록 → 계획 → 정리의 선순환을 만드는 것입니다.
기록은 무의식의 잡음을 줄입니다. 머릿속을 맴도는 생각들을 외부로 꺼내어 뇌의 처리 용량을 확보합니다.
계획은 무의식의 방향을 설정합니다. 중요한 일들을 시간에 배치해서 자동으로 실행되는 루틴을 만듭니다.
정리는 무의식의 효율성을 높입니다. 카테고리를 통해 맥락을 구분하고, 뇌가 빠르게 정보를 처리할 수 있게 돕습니다.
이 세 단계가 반복되면서 점점 더 정교한 자동화 시스템이 만들어집니다. 의지력에 의존하지 않고도 중요한 일들이 자연스럽게 실행되는 구조가 생깁니다.
처음 사용자가 말한 “일을 전체적으로 통제하고 있다는 느낌”이 바로 이것입니다. 내가 일에 쫓기는 것이 아니라, 내가 일의 흐름을 주도하고 있다는 감각입니다.
누가 당신을 조종하고 있는가?
책은 전체적으로 “이건 당신 탓이 아닙니다. 이미 충분히 애쓰고 있어요.” 뇌를 탓하지도, 자신을 미워하지도 말자. 대신 시스템을 이해하고 함께 살아가자. “왜 우리는 늘 무너질까?”라는 질문에 대한 답을 구하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서는 결국, 구조가 없어서라고, “어떻게 루프에서 벗어날까?”에는 단순한 규칙으로 뇌의 기본 값을 바꾸자고 답하고 싶습니다.
결국 진정한 자유는 조종을 완전히 피하는 것이 아니라, 누가 나를 조종하느냐를 선택하는 데 있습니다. 무수한 알림과 우선순위 없이 일에 끌려다니며 이것들이 나를 조종하도록 내버려둘 것인가, 아니면 내가 설계한 환경과 시스템이 나를 더 나은 방향으로 이끌도록 할 것인지는 새로운 메커니즘을 구축하는 것에 달려있습니다.
무의식의 힘을 인정하되, 그 방향을 내가 정하는 것, 이것이야말로 조종의 시대의 운전대를 내가 잡고 나아갈 수 있는 현명한 방법일 것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