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세라핌이 또 독기를 택했다.
작성자 케쳐
방구석 평론가
르세라핌이 또 독기를 택했다.
르세라핌의 컨셉 생각하면 떠오르는 키워드가 있나요? 개인적으로 저는 #강렬함 #독기 정도 인거 같아요. 솔직히 말해 저는 르세라핌이라는 그룹의 컨셉을 좋아하진 않습니다. 디렉터, 프로듀서가 추구하는 방향을 전 좋아하지 않거든요.
르세라핌의 노래를 잘 안 듣는데 그 이유가 가사 때문이에요. 태어나서 노래 가사에 갓생, 아귀 그리고 유행 지난 빌런 언급되는거 르세라핌 빼곤 거의 못들어본거 같아요. (르세라핌 멤버들이 싫다는 말 🙅♀️, 팀이 추구하는 컨셉이 별로 🙆♀️)
끊임없이 누군가와 싸우고 있는 그녀들의 컨셉을 슬슬 대중들도 지겨워하는 듯 해요. 기획사와 프로듀서들이 원하는 방향과 달리 독기 마케팅, 독기 호소인처럼 부정적인 방향으로 대중이 인식하고 있으니 컨셉의 변화가 필요한 타이밍인거죠.
코첼라 라이브 논란 이후 언행과 표절, 왜색논란 등 좋지 않은 이유로 몇달간 논란에 휩싸였고 그 이후 공개한 다큐멘터리도 반응이 좋지 않아 이번 컴백에 있어 어떤 방식으로 나올지 궁금했습니다. 정 반대의 컨셉을 택하는 것은 무리겠지만, 그래도 컨셉에 변화는 필요해보였습니다.
미니 4집 "CRAZY” 컨셉 포토는 르세라핌이 평소에 보여주지 않던 모습을 담아 조금 놀랐습니다. 늘 성공과 정상을 외치던 그녀들이 전기에 감전된듯한 모습은 조금 신선했어요. 늘 비장하고 준비되어 있는 모습만 봐서 그런가봐요.💁🏻♀️
사실 컨셉 포토는 컴백과 직접적인 연관이 없는 경우도 많아서 컨셉 변화를 좀 주고 싶었나보다~ 라는 생각으로 보다가, 업로드된 컨셉 포토를 보고 드디어 르세라핌이 컨셉에 변화를 주나 싶어 기대를 갖고있었어요.
ODD FAIRY FLOSS를 주제로 기괴하고 독특한 B급 감성을 강조한 컨셉포토를 공개했어요. 에스파 Supernova의 흥행요소이기도 했던 엉뚱함이 생각나더라구요. 늘 싸울 준비된 듯한 스포티한 의상에서 보지 못했던 샤랄라한 의상이 어색하게도 느껴지는거 같아요.
평소에 봐온 르세라핌의 모습은 아니기에 어색하긴 했지만 그래도 기대감은 높았습니다. 근데 컨셉 일탈로 끝나버렸어요. (기대했던 저 자신이 한심하더라구요..^^ 회사는 독기를 포기할 생각이 없는데 왜 기대한건지..)
르세라핌은 독기를 포기하지 못하나 봅니다.
청량함과 트렌드를 노래하는 뉴진스, 나를 찾는 아이브, 대체 불가의 에스파가 굳건하게 활동하고 있습니다. 독기 가득한 컨셉이 지겹긴하지만 4세대 여돌 전쟁터에서 르세라핌에게 독기는 가장 강력한 무기입니다. 하지만 모두가 알아버린 전술은 변해야죠. 르세라핌의 무기를 치장하는 것이 더 적절하지 않나 싶습니다.
아이돌시장은 꽤 까다롭기 때문에 컨셉 없이 팀의 명목이 유지되는건 어렵다고 생각됩니다. 컨셉이라는 스토리라인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분명히 존재하기 때문에, 컨셉과 대중 사이에 적절한 조화를 찾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에스파도 next level과 savage로 흥행을 달렸지만 girls에서 이전만큼 좋은 결과를 얻지 못한 이유가 광야 컨셉이 지겨워졌기 때문입니다. 그 이후 spicy, drama는 기존과 다른 컨셉으로 돌아왔고 supernova와 Armageddon에서 세계관 시즌2로 돌아오며 기존의 SMCU 세계관과는 다른 흥미로운 요소를 택했죠.
ANTIFRAGILE, 이브, 프시케 그리고 푸른 수염의 아내의 흥행 요인도 릴스와 중독성도 있겠지만 Fearless에서는 각종 논란으로 통하지 않았던 독기가 대중에게 먹혔다고 생각합니다. 르세라핌에게 독기는 가장 강력한 마케팅 수단이었지만 변화가 필요한 시점에 굳이 이 무기를 택할 필요가 있었을까 하는 아쉬움을 풀어봅니다. 변화는 필요하니 물 한잔에 독기 한스푼을 더했더라면 좋았을텐데 말이죠.
컨셉 전쟁에서 타이틀곡은 기존의 그룹 색을 유지하고 수록곡은 대중성과 팬들이 좋아하는 스타일의 곡을 택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르세라핌의 수록곡처럼 독기는 끌고가지만 보다 부드럽게 접근하면 좋았을거 같다고 느꼈어요. 지금 상황에서 독기를 택한다면 대중에게 맞서는 모습으로만 보여질거 같아요.
저는 아이돌이 단순한 사랑노래를 부르는 것을 안좋아합니다. 사랑 타령보다 더 소중한 것을 전하는 노래가 되었음 하거든요. 근데 르세라핌은 단순한 사랑 노래를 부르면 좋겠어요. 적어도 지금은.
sour grapes처럼 씁쓸한 사랑, 또 백조의 우아함 뒤의 힘찬 발길질 같은 노래 Swan song, Blue Flame 같은 컨셉도 르세라핌에게 잘 어울려서, 독기만 찾는게 안타까울 정도예요.
늘 누군가와 싸우고 정상에 오르길 원하는 타이틀 곡 속 그녀들의 모습보다, 수록곡 속 아름다운 백조의 발길질을 좋아합니다. 그리고 이번 앨범에선 아무일 없었다는 듯이 희석된 독기로 나오길 바랬죠. 부족한 실력은 실력이고 무조건적인 비난은 옳지 않다고 생각해요. 그녀들의 힘찬 발길질을 응원하기 때문이죠.
아직 컨셉 포토이기에 실제 앨범과는 차이가 있을 수 있어요. 프로듀서가 어떤 선택을 했을지 궁급합니다. 개인적으론 과한 독기와 발레는 좀 빼고 돌아왔으면 합니다.
8월 30일 4번째 미니앨범 crazy를 발매합니다. 수많은 긍정 또는 부정적인 관심 속에서 르세라핌이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같이 기대해봅시다! 8월31일 르세라핌의 미니앨범 리뷰로 다시 이 글을 이어가볼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