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양천] 마음을 돌봐주는 장소가 있나요?
작성자 오월
어바웃 공간
[안양천] 마음을 돌봐주는 장소가 있나요?

돈의 여유만 생기면 가차없이 동네를 떠나고 싶다. 새로움이 주는 신선함에 쉽게 매료되곤 한다. 그러다보면 우리 집 근처엔 시큰둥해진다. 이 곳에 정착한지도 15년이 넘었다. 유치원 다닐 적부터 살아서 나의 역사를 줄줄이 꿰고 있다. 매일 걷는 거리, 매일 보는 가게, 매일 똑같아보이는 풍경. 하지만 곰곰이 생각해보니 내게 중요한 장소는 바로 근처에 있었다. 안양천은 내 마음의 소란을 잠재워주는 곳이다.

1장: 언제든 산책해도 좋아
5분만 걸으면 가닿을 정도로 가깝다는 건, 언제라도 쉽게 갈 수 있다는 의미. 영업시간도 없다. 여기서 나는 동네 친구와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주고받고, 따릉이를 타고 한강까지 달려보기도 했다. 그중에서도 혼자 하는 산책을 참 좋아한다. 끝이 어딘지도 모를 길을 따라 앞만 보고 걷는다. 마음은 감춰둔 말을 꺼내기 시작한다. 생각이 생각을 부르다 보면, 현재 내가 가장 크게 생각하고 있는 사건을 알 수 있다.

2장: 변함없지만 변화한다.
자연은 언제나 그 자리에 있으면서도 계속해서 모습을 바꾼다. 사계절에 맞춰 안양천도 네 벌의 옷을 가졌다. 봄에는 벚꽃길이 펼쳐지고, 여름에는 푸릇푸릇한 잎들을 가득 보여준다. 가을에는 높은 하늘 아래서 단풍 구경을 하고, 겨울에는 눈이 내려앉아 고요하다. 멍하니 바다를 바라보며 위안을 얻듯이 다음 계절을 위해 변화하는 풍경을 지켜본다. 아주 천천히.
공간 후일담 💬 마음을 이리저리 살펴봐 주고, 있는 그대로 당신의 말을 들어주는 장소를 떠올려보면.. 나처럼 아주 가까이 있을 수 있다. 누구에게나 소중한 장소가 있기 마련이다. 오늘의 이야기는 이 글을 읽어준 누군가에게도 그런 장소가 가까이 있길 바라며 썼다. 언제까지 살게 될지 모르겠지만 분명 그리워할 동네. 특히 나도 모르게 속얘기하게 됐던 안양천에게 고맙다고 말해본다. 달래줘서 고마워,



📍 안양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