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의 고민을 연구하는 브랜드, 스텐드(ST.E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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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테이블토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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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의 고민을 연구하는 브랜드, 스텐드(ST.E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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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동안의 살아온 흐름이 궁금하다.

(나호준) 진로 고민이 매우 심한 청년이었고 다양한 직업을 시도해봤으나 그 과정이 쉽지 않았다. 지나고 보니 ‘좀 더 영리하게 고민할 수 있는 시간을 가졌다면 좋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들었다. 사회 문제를 해결하는 소셜 벤처의 존재를 알게 되고 내가 겪는 문제를 직접 해결하는 회사를 만들고 싶다고 생각했다. 이에 소셜벤처 ‘언더독스’에서 운영하는 ‘창업사관학교 7기’ 활동에 참여해 안지혜 대표를 같은 팀원으로 만났고 합이 좋아서 지금까지 함께 하고 있다.

(안지혜) 꿈을 찾는 일은 사실 답을 찾는다기보다 평생 고민할 문제를 찾는 것에 가깝다. 보통 대학을 졸업하면 소속이 사라지니 충분히 고민하고 진로를 선택하기보다는 당장 뭐라도 해야 할 것 같은 조바심이 든다. 나의 경우, 대학도 열심히 다니고 졸업과 취업도 바로 했다. 어떻게 보면 정석적인 루트로 계속 달려왔는데 직장 1년 차가 되니까 문득 ‘내가 어떤 삶을 살고 싶은 거지?’라는 질문이 들었다.

그래서 친구들을 모아 프로진로고민러 크루를 만들어 ‘우리는 백수가 아닌 프로진로고민러’라는 생각으로 활동했다. 그 과정에서 전문 자격증도 따고 만나는 사람마다 진로 코칭을 해주다 보니 거기서 데이터가 쌓인 것이 이후 스텐드에서의 교육 커리큘럼 제작으로 이어졌다.

안지혜 대표(좌), 나호준 대표(우)

| 스텐드랩 청년연구소(ST.END LAB)와 진로 코칭 워크숍 <프로진로고민러>를 통해 청년 진로 교육 사업을 운영하고 있다. '청년의 진로 고민'에 집중한 이유는 무엇인가?

‘스텐드랩 청년연구소’는 ‘모든 청년이 나답게 사는 세상’이라는 슬로건을 가지고 있다. 한국의 경우, 성인이 되고 난 후의 진로 고민이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지는 사회는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진로 고민이라는 것은 평생 내가 어떻게 살아갈 것인지 고민하는 자연스러운 과정이기에, 이 과정을 안전하게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을 교육 사업 내 큰 목표로 두고 있다.

기존 진로 교육은 청소년 대상인 경우가 많은데, 사실 청년 시기 진로 고민이야말로 해결이 시급한 응급 상황이다. 많은 청년이 진로 고민으로 겪는 고통이 크지만, 심리상담, 코칭 등 전문적 도움을 받을 만한 경제력이 있는 나이대는 아니기에, 이들에게 심리적, 경제적 부담을 낮추는 방식으로 서비스를 제공하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진로고민 PT 서비스 <프로진로고민러> 소개 ⓒ 스텐드

| 교육 사업의 진행 방식 및 성과는 어떠한가?

‘집에서도 할 수 있는 진로 코칭 PT 서비스’의 콘셉트이다. 진로 고민에 필요한 리서치 근육, 결정 근육 등 여러 생각 근육을 체계적으로 발달시킬 수 있는 맞춤형 진로고민플래너 6종 <프로진로고민러>을 제공한다. 혼자서도 가이드를 따라 적용해볼 수 있도록 제작되었다. 교육과정의 가장 큰 특징은 맞춤 과정이라는 것이다. 온라인 유형 테스트를 통해 어떤 고민 유형인지 파악하게끔 설계되어 있다. 아무래도 삶을 다룬 영역이다 보니 청년의 눈높이에서 그들이 현 시점에서 고민하는 것들을 반영하는 게 중요하다.

<프로진로고민러> 제품 설명 ⓒ 스텐드

최대한 청년의 부담을 낮추기 위해 각종 지자체, 대학교, 기업, 재단 등 다양한 주체와 협업을 진행한다. 지금까지 누적 1만 명 이상 참여 인원을 대상으로 약 800회의 워크숍을 진행했고 약 3만 5천 건 정도의 데이터를 구축할 수 있었다. 데이터를 분류하면서 새로 알게 된 것을 토대로 매년 리뉴얼도 꾸준히 진행하고 있다.


| 자립준비청년, 고립은둔청년 등 사회적 취약청년 대상 진로 교육도 진행해온 것으로 알고 있다. 대상자별 특성에 따라 달라지는 고려사항이 있는가?

자립준비청년의 경우, 현실적으로 지금 당장 생계가 급한 문제를 안고 있는 경우가 많다. 프로그램에서 기르는 고민 근육 중에서도 현실적인 부분과 맞닿아있는 실행 근육, 리서치 근육 등과 근본적으로 자신을 이해하는 근육 코스를 섞는다든지 등의 방향으로 커리큘럼을 구성했다.

고립은둔청년의 경우, 한 코치당 3명씩 맡고 적어도 1년 정도 장기간 꾸준히 만났다. 천천히 에너지를 높여 라포 형성을 해나갈 수 있도록 했다. 오랫동안 자신에게 모진 말들을 해왔던 사람들이기에 스스로를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훈련을 했다.

취약 청년뿐만 아니라 모든 청년은 특수성이 있다. 각 대상층에 대한 이해도를 기르기 위해 많은 연구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일방적 강의 전달 형식보다는 5, 6명 정도의 소그룹을 구성하여 고민을 듣고 관계적으로 고민을 해결할 수 있도록 한다. 대상자별 특수한 패턴을 발견하고 이에 적합한 커리큘럼을 개발하되, 현장에서는 각 패턴에 그들이 갇히지 않도록 개인의 고유함을 다루려 노력한다.


| 다양한 대상자에게 진로 코칭을 진행하며 깨달은 점은 무엇인가?

우리의 기본 철학은 ‘모든 사람은 스스로 자신만의 답을 찾을 수 있다’라는 것이다. 코치들을 훈련할 때 ‘우리는 대상자가 스스로와의 대화 시간을 확보할 수 있도록 맞은편에 거울처럼 앉아 드리는 것이다’라고 이야기한다. 많은 사람들이 그런 장만 마련해주어도 스스로 해결해나갈 수 있는 내적인 힘이 있다는 것을 느꼈다.

교육학에서 진로 분야에 대한 최신 담론 중 ‘계획된 우연 이론’이라는 것이 있다. 보통 사람의 삶이 선형적으로 이어온다고 생각하는데, 그건 사람들의 착각이다. 우리는 선형적으로 나아가지 않고 우연히 어떤 기회를 맞이하고 우발적으로 어떤 것들이 자라난다. 균형 잡힌 자기 이해 기반으로 관심 있는 분야 내의 우연한 기회를 끌어낼 수 있게끔 나를 배치하는 것이 중요하다.

우리는 지속해서 좋은 질문을 할 수 있도록 훈련한다. 긍정 심리학 기반으로 스스로 균형 잡힌 자아상을 형성하는 사고 훈련을 많이 한다. 좋은 질문을 가지고 있는 사람한테는 반드시 좋은 답이 주어진다고 생각한다.


| 생각장인을 위한 심리학 문구 브랜드 <프로고민러 랩>을 통해 문구 사업도 함께 운영 중이다. 문구 브랜드를 시작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프로고민러 랩’은 ‘새로운 고민 문화를 만듭니다’이라는 슬로건을 가지고 있다. 교육이 직접적으로 ‘이렇게 해라’ 말하는 거라면, 문화는 ‘이거 멋있지?’ 하면서 그렇게 살고 싶게끔 끌어당기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고민의 긍정적 경험이 교육을 넘어 문화가 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 사람들이 고민할 때 가장 많이 사용하는 도구는 여전히 뭔가를 쓰는 형태이다. 생각의 장을 종이에 풀어나갈 수 있도록 가이드라인을 만든다면 새로운 문화를 만들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서 문구 브랜드를 시작했다.

워크숍에서 만나는 대상자 외에도 솔루션이 도달할 수 있는 영역을 더 넓히기 위해 문구를 선택한 부분도 있다. 우리 제품의 가치가 가장 잘 전달되는 장소가 서점이라고 판단했다. 그래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교보문고 핫트랙스에 입점시켰다. CJ제일제당, 아이디어스, GS리테일 갓생기획팀 등 타사와도 다양한 고민을 주제로 잡고 협업했다. 문구를 통해 이벤트적인 느낌보다는 일상적인 습관의 느낌으로 다가가며 고민을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사회의 시선을 뒤집고자 노력하고 있다.

심리학 문구 브랜드 '프로고민러 랩' ⓒ 스텐드

| 스텐드랩의 콘텐츠가 긍정 심리학, 상담, 교육학 등의 연구 기반으로 제작되었다고 들었다. 이런 방법론이 콘텐츠에 어떤 식으로 적용되는지 그 과정이 궁금하다.

기본적인 심리학 상담 원리들이 적용되어 문구 제품이 제작된다. 집단 상담 방법론, 교육학 방법론 등 다양한 방법론이 연구 주제로 활용되며 그 중 긍정 심리학이 제일 많이 활용된다. 그런 연구가 진행될 때는 논문들을 찾아보고 심리학, 문화 인류학 등 분야의 교수님들께 자문해 사회과학적 방법론을 담아보려 노력한다.

(예시) MBTI 성향별 다이어리 <마이랩저널> 제품 연구 과정 ⓒ 스텐드

| 콘텐츠 기획에 있어 중요시하는 부분이 궁금하다.

일단 연구에 있어 가장 중요한 지점은 ‘공감력’이다. 심리학 기반 18종 일상고민 해결 패드 <노프라블럼패드>의 경우, ‘기분이 개떡 같네’, ‘살까 말까 그것이 문제로다’ 등으로 유형화했다. 청년들과 함께 호흡하는 것이 너무 중요하기에 무조건 최대한 공감을 살 수 있는 주제와 제목을 선정한다.

심리학 기반 18종 일상고민 해결 패드 <노프라블럼패드> 제품 ⓒ 스텐드

MBTI 성향별 다이어리 <마이랩저널>의 경우에는 2020년부터 MBTI가 한참 이슈였다. 시의성 있는 주제를 어떻게 하면 자신에 대해 생각해볼 기회로 만들 수 있을지 고민했다. 그래서 MBTI 기반으로 생각을 돕는 다이어리를 만들었다. <하우올드알유북(25/30/35)>은 연말에 나이 먹기 싫어하는 대표적인 나이대로 옵션을 구성하여 그들이 지난 5년을 정리해보고 향후 5년을 내다볼 수 있도록 제작했다.

이처럼 시의성 있는 공감을 살 수 있는 주제를 선정하고, 최대한 커스텀할 수 있도록 고민을 세분화, 유형화하는 것을 중요시한다.

<마이랩저널> 제품(좌) / <하우올드알유북(25/30/35)> 제품(우) ⓒ 스텐드

고객들과 호흡하는 것 또한 중요하게 생각하기에 거의 모든 제품을 크라우드 펀딩을 통해 런칭하고 있으며, 최근 신제품 출시 때는 개발 과정에서 고객 연구원을 모집했다. 이때 인터뷰는 카카오톡으로 진행했는데 서로 반말로 말하는 규칙을 적용했다. 반말로 묻고 대답하다 보니 솔직한 피드백을 수집할 수 있었다.


| 기존 존재하는 진로 교육 서비스의 문제점은 무엇인가? 타사와 다른 스텐드랩의 차별점은 무엇인가?

문제는 형식적이라는 것이다. 스텐드랩의 주요 고객은 2030세대 여성 고객이다. 소비학쪽에서 트렌드 세터라 불리기도 하는 이 고객층은 유행에 민감하다. 그러나 기존 진로교육은 변화가 빠르지 않고 프레젠테이션 방식에 대한 고민도 부족하다. 고객의 언어로 더 재밌고 힙하게 다가가야 하는데 기존의 방식을 고수하니 흥미가 떨어진다.

내용도 기존 청소년 대상 진로 교육을 대상만 청년으로 확대한 것으로 직업 탐색에 치중해 형식적 느낌이 강하다. 스텐드는 고객층에 맞는 언어와 시각적 요소로 다가가 맞춤화된 서비스를 제공하고자 한다. 개인화된 접근을 통해 과정 자체를 즐기는 긍정적 고민 경험을 주고자 노력한다.

'프로고민러 랩'의 크라우드펀딩 성과 모음 ⓒ 스텐

| 소셜벤처에 뛰어든 이유가 무엇인가? 창업가로서 힘든 점이나 운영에 있어 영리와 비영리 사이 균형을 잡는 것에 대한 고민이 있는가?

창업에는 매우 많은 난관이 있지만, 소셜 벤처를 창업하려는 이유가 분명했고 내가 뭔가에 진심인 삶을 살 수 있는 길인 것 같아 뛰어들었다. 영리와 비영리 사이 지점에서 항상 고민이다. 소셜 벤처는 철학이 있기에, 일반 영리 기업이었다면 하지 않았을 선택을 많이 내리기도 한다.

그래서 중심 철학을 올곧게 세워놓는 것을 항상 고민하는 편이다. ‘우리가 무엇을 위한 회사인가?’ 를 계속 생각하면 선택이 더 쉬워지는 것 같다. 영리와 비영리는 대척점이 있는 개념이 아니라 사실은 함께 가는 친구라는 것을 알고 해 나가는 것 또한 중요하게 여긴다.

글ㅣ김세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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