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나를 파괴하고싶은가
작성자 수잔
금연에 대한 새 말
나는 나를 파괴하고싶은가

소설 <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 작가 김영하는 과거 본인 팟캐스트에서 이런 농담을 했다. “이 책은 1년에 만 권 정도 팔리는데, 해마다 스스로를 파괴하고싶은 사람들이 만 명 정도 생기는 것 같습니다.” 다른 독자들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우선 나는 나를 파괴하고싶은 욕구가 있다. 어째서일까. 삶이 내게 너무하는 것 같다고 여겨질 때, 담배를 뻐끔 뻐끔 피우며 내 몸에 독극물을 집어넣고 나에겐 이런 것이 어울리노라 말하고 싶어질 때가 있다.
현재는 금연을 잘 이어가는 중인 침착맨도 2011년 즈음 전자담배에 대해 이러한 트윗을 작성했었다. “(...) 1프로가 부족한 느낌이다. (...) 뭔가 내 몸을 완벽히 망치고 있다는. 느낌이 들지 않아서인가.”
내 몸을 완벽하 망치고 있다는. 느낌
담배, 특히 연초는 확실히 나 자신을 파괴하는 것 같은 타격감을 준다. 그런고로 내가 나를 파괴하고싶어질 때에 흡연 욕구를 참기란 쉽지 않다. 스트레스로 인한 음주중이라면 더더욱 그렇다. 이미 스트레스 해소가 필요한 상황이었고, 음주도 바람직한 해소 방법은 아니지만 이미 마셔버렸다. 이제 금연 뭐 어쩌라고? 무엇보다 과거 알딸딸한 상태로 흡연하던 기억이 ‘내 몸에 니코틴이 좋았다.’는 착각을 일으킨다.
*2023년 헬스조선<술 마시면, 끊었던 담배가 떠오르는 까닭> “음주 후 도파민이 분비되면 뇌는 담배를 피울 때 느꼈던 경험을 떠올려 더 많은 쾌락을 느끼고자 한다.”
금연은 가까운 누군가를 위해 할 수도 있지만, 궁극적으로는 자기 자신을 위해야한다. 실제로 자기 자신에게 가장 이롭기 때문이다. 그러니 스스로를 사랑하기 어려운 순간에 더 강하게 되뇌여야 한다. 나는 금연을 원한다. 다시 흡연자로 살고싶지 않다.
그러나
삶이 내게 너무한다고 여겨질 때에는 금연 의지를 꺾는 생각이 거대하게 다가온다. 대체 나같은 인간이 금연씩이나 하며 고통을 자처하는 까닭이 무엇인가. 삶이 주는 사사로운 시련들 앞에서 나는 이토록 무력하다. 대체 무슨 힘으로 중독에 저항하는가. 인생을 견디는 것만으로 힘든데, 대체 내가 무엇을 기대하여 금연을 목표하고 흡연충동을 견디나? 내가 대체 뭐고, 내 인생이 뭐고, 인간들이 대체 뭐라고. 어차피 길어야 한백년 살다 갈 뿐인데.
이때의 흡연 충동은 단순히 니코틴/도파민/행동 중독에 한정되지 않는 것 같다. 그저 삶의 한 부분이라도 나 편한대로 해버리고픈 욕구에 가깝다.
그럼에도 금연 의지를 지켜주는 생각이 있다. 흡연을 다시 시작했을 때, 그걸 다시 돌이키기란 어마어마하게 어렵다는 것을 떠올린다. 내가 오늘 당장 담배를 입에 물고, 다시 내일부터 금연을 하기로 하면 어떨까? 그건 오늘도 참고 내일도 모레도 참아나가는 것과 차원이 다른 난이도를 필요로한다. 어쩌면 스스로에 너무 실망한 나머지 다시는 금연을 못할 수도 있다. 오늘 담배를 피워버리기로 선택하는 것은, 어쩌면 몇 년- 수십 년에 달하는 중독 기간을 연장하는 선택이다. 나 자신을 파괴하고싶은 순간은 여전히 많지만, 나 자신을 사랑하고싶은 순간도 있다. 그때의 나를 위해 참는다. 내가 연초 1개를 피우는 데 걸리는 시간은 3분 정도였다. 3분치 단기 쾌락을 위해 지금까지의 노력을 무마시키고, 앞으로의 나를 중독 상태에 몰아넣는 것은 가성비가 너무 떨어진다. 게다가 그 3분이 대단히 행복한 것도 아니다. 흡연을 통한 쾌락은 처음 한두모금 정도, 많아도 서너번째 흡입하는 순간까지에 불과하다. 이마저도 흡연을 참다가 오랜만에 피웠을 때에만 그렇다. 그냥 시간맞춰 담배를 피울 때에는 한 순간 쾌락도 없이 그저 의무적으로 피웠다. 심지어 자괴감을 느끼며 피울 때도 많았다.
나는 나를 지키고싶은가
내 금연의지는 자기혐오가 치솟는 와중에도 나 자신을 사랑하기 때문에 지켜졌던 것일까? 나는 아직 나를 그다지 사랑하지 않는다. 그보다는 나 자신을 사랑하고자 하는 의지에 가깝다. 흔히들 내가 나 자신을 사랑함으로부터 모든 것이 출발할 수 있는 것처럼 이야기되지만,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지각있는 인간이 자기 자신을 사랑하기란 쉽지 않다. 끊임없는 수치심과 번뇌와 자책과 싸워나가야한다. 그 모든 노력 끝에도 나는 전혀 사랑할만한 사람이 아니라는 결론에 이를 수 있다. 그럼에도 한 번 더 노력해보는 것이다. 새로운 걸음으로 걷자. 어쩌면 사랑할 수 있는 나 자신을 멀지 않은 언젠가 만날 수도 있을테니 그때의 내가 불행한 흡연자가 아니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그간 흡연에라도 의지해야했던 나 자신을 안쓰러이 여기는 마음으로. 불행에 지지말고, 내일은 행복을 기대해보자고.
🚬 😗(뻐끔)😊😗(뻐끔)🙂😗(뻐끔)😐😶... 🚬 찾자! 🚭금연에 대한 새 말🙊 다음주 금요일, 계속 말하겠습니다. 💗🥸 고단했던 시간들은 쌩 날숨으로 뱉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