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레이션 있는 노래를 좋아하세요? 얼마 전 친구들과 좋아하는 노랫말에 관한 얘기를 하다가, 저도 정말 많이 듣는 가수 정우의 ‘옛날 이야기 해주세요’란 최근 곡을 추천받았는데요. 맑고 가는데 힘 있는 목소리로 불러주는 선율 뒤에 꽤 긴 내레이션이 나왔어요. 읊조리는 부분이 너무 좋아서 그대로 옮겨보고 싶어요. (원곡은 여기에서! https://youtu.be/9oZ78W9HIvs?si=jncMcmttESeYBMLR) “ 꿈에서 나는 목이 부러져 죽은 사슴이었다. 몇 대 안 되는 승용차와 트럭이 겨울바람 같은 속도로 도로를 내지르고, 건물 위 커다란 광고판엔 진통제 상표가 걸려있다. 새벽. 내 두 눈은 하얗게 말라간다. ‘그때 이사를 갔었어야 했는데, 하고 매번 후회했어. 그렇게 힘든 줄 알았다면 혼자 두지 않았을 텐데. 병든 사람끼리 딱 붙어서 병을 더 키운 거야, 네 아빠 말을 들으면 되는 일이 없어.’ 불행이 엎질러진 외갓집 나무 바닥. 할아버지가 주무시는 방의 미닫이문. 카펫. 냉장고. 말라가는 과일이 담긴 바구니. 내가 내게 일어난 재해를 똑똑히 바라본다. 나아질 일이 있을까. 나아질 마음은 있을까. 기회가 찾아온다면 행복해질 자신은 있을까. 새벽, 내 두 눈은 하얗게 말라간다. 몇 대 안 되는 승용차와 트럭이 삶과 같은 속도로 도로를 내지르는 모습을 보면서. “ 추천해준 친구는 연말에 정우의 소극장 콘서트에 다녀왔는데, 라이브마다 이 부분의 ‘옛날 이야기’를 바꿔 불러주어서 더 좋았대요. 이렇게 소위 ‘잘 팔리는’ 노래의 법칙이나 규격에서 벗어난 시도들, 가수가 진심을 다해 ‘안 하고는 못 배겨서’ 넣은 부분들을 마주치는 걸 저는 참 좋아해요. 그런데 그중에서 특히 내레이션은 종종 ‘오글거린다’는 이유로 비웃음의 대상이 되는 일도 있더라구요. 저는 2010년대 초반 10대를 보낸 사람이라 그 시절 인디밴드 장기하나 칵스, 김일두와 쏜애플, 브로콜리너마저 등등에 푸욱 절여져 살며 음악 취향을 키웠는데요. 간혹 학교 음악선생님과 취향이 통해서 혼자 유튜브로 꼬박꼬박 찾아보던 가수들이 음악 수업 후 자투리 시간에 틀어질 때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었어요. 어느날은 선생님이 장기하와 얼굴들의 극초기 곡 ‘달이 차오른다, 가자’와 ‘싸구려 커피’를 연달아 틀어주셔서 혼자 조용히 기뻐했는데! 바로 다음 순간 반에서 제일 짓궃은 남자애들이 왁자지껄 웃으면서 저게 뭐냐고 엄청나게 비웃고 미미시스터즈의 퍼포먼스를 조롱하며 따라했던던 기억을 아직도 잊을 수가 없어요…😂 그때는 기죽고 좀 짜증도 났지만 지금은 그 친구들의 반응도 그냥 낯선 장르에 대한 민망한 웃음이 터졌을 뿐이었다고 생각해요. 저는 요즘도 김사월이나 보수동쿨러, 이랑처럼 제일 좋아하는 가수들이 특이하고 뜻을 한번에 짐작하기 어려운 주절거림을 노래에 냅다 넣어버리는 곡을 제일 좋아해요! 그중에서도 제일 좋아하는 네 곡을 더 소개하고 싶습니다..😊 1) 김사월 - 레슬링 https://youtu.be/4yLIcghlhNw?si=5ctxrrXpanqep9nW “꿈에 네가 레슬링을 하고 있었어 거의 지기 직전이었고 계속 맞고 있었어 네가 너무 세게 맞는 것 같아서 나는 내 눈을 가렸어 너는 온몸이 땀에 흠뻑 젖어있었어 그 모습을 보고 선생님이 너는 정말 잘하고 있고 어디서든 사랑받을 수 있는 사람이라고 말했어 그 이야기를 듣는 너는 사랑하는 사람과 다정한 모습이었고 그리고 나는 여전히 나만의 행복을 찾고 있었지 사람들에게 어떻게 보일지 고작 그런 걸 찾는.“ 2) 보수동쿨러 - 0308 (곡명 자체가 여성의 날을 의미해서 가사가 더 매력적인 노래예요!) https://youtu.be/cj4AX1KLHVg?si=-lBiW9-UyPUFrWNu ”삶은 누구에게나 실험이고 중독의 연속이다. 그 중독으로부터 조금 멀어지는 실험을 해보자. 무언가를 깨트리는 것은 경계를 부풀리는 새로움을 전해줄 것이다. 익숙함으로부터 멀리 벗어나는 건 쉽지 않겠지만, 인정하자. 살아가며 우리가 배운 건 영원한 것은 없다는 거. 아닌가?“ 3) 이랑 - 늑대가 나타났다 https://youtu.be/s4TqBnVNriU?si=WrB0HyzEhXP-p-8f “이른 아침 가난한 여인이 굶어 죽은 자식의 시체를 안고 가난한 사람들의 동네를 울며 지나간다.” 👀메이트들이 좋아하는 내레이션 혹은 ‘오글거리는’ 파트가 있는 노래도 궁금해요! ‘항마력 딸린다’는 말만으로 좋음을 거둬내고 싶지 않아하는 사람들의 취향은 늘 진짜진짜 좋았던 것 같아서요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