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 02. 20세기 디자인에서 딱 하나만? 나라면 “임스 부부”

ep 02. 20세기 디자인에서 딱 하나만? 나라면 “임스 부부”

작성자 먼지먼지

리빙&라이프스타일 마케터의 관찰기

ep 02. 20세기 디자인에서 딱 하나만? 나라면 “임스 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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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빙 &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마케터의 관찰기

🙇🏻‍♀️저는 다양한 리빙 브랜드의 이야기를 좋아해요🙇🏻‍♀️

지난 ep 01에서 팬데믹을 지나오면서 마치 2차 세계 대전 이후 디자인 붐이 일었던 미드 센추리 모던 (mid-century modern) 때와 비슷하게 사람들이 라이프 스타일과 가구에 관심이 많아졌단 점을 잠깐 언급했었는데요.

이번 ep 02에서는 2차 세계 대전 이후 디자인의 패러다임을 바꾼 [임스 부부] 이야기를 들려드릴게요.

🔸찰스 임스(Charles Eames) : 건축가에서 디자이너로

찰스 임스 ©Eames Office

찰스 임스는 1907년 미국 미주리주 세인트루이스에서 태어났어요.

워싱턴 대학에서 건축을 배웠는데, 고전적이던 당시 대학에서는 그의 디자인이 너무나 현대적이라고 생각해 중도 탈락 시켰고, 건축가 엘리엘 사리넨의 제안으로 크랜브룩 아카데미에서 다시 건축을 공부하고 교수가 되었어요.

  • 엘리엘 사리넨 (Gittlieb Eliel Saarien)은 핀란드의 국민 건축가로 바우하우스의 이념을 제시했으며, 크랜브룩 아카데미의 초대 학장이예요.

🔸레이 임스(Ray Eames) : 예술가에서 디자이너로

레이 임스 ©Eames Office

레이 임스(결혼 전 레이 카이저 Ray Kaiser)는 1912년 미국 캘리포니아주 새크라멘토에서 태어났어요. 원래 화가로 활동했던 레이는 특히 추상적 표현을 하는 것에 뛰어났죠.

레이는 크랜브룩 아카데미에서 공부하며 찰스를 만나게 돼요.

🔸뉴욕 현대미술관(MoMA) 공모전을 준비하며

찰스는 친구이자 동료인 에로 사리넨 (Eero Saarinen _ 엘리엘 사리넨의 아들)과 함께 1940년 뉴욕 현대미술관(MoMA) 주최 공모전에 나가며 레이의 도움을 받았는데요.

이때 출품한 [3차원 성형 합판 의자]가 대상을 수상하게 되죠.

공모전에서 대상을 수상한 성형 합판 의자 ©moma.org

같이 작업을 하면서 두 사람은 더욱 가까워졌고, 1941년 결혼을 하고 캘리포니아로 이주하여 '임스 오피스(Eames Office)'를 설립했어요.

이 곳에서 두 사람은 혁신적인 가구 디자인을 개발하기 시작했는데

➰건축적 구조는 찰스 임스가

➰심미적 디자인은 레이 임스가 주로 담당하며 엄청난 시너지를 발휘해요.

🔸성형 합판? 그게 뭔데??

💁🏻‍♀️성형 합판(Molded Plywood)은 나무 합판에 열과 압력을 가하여 원하는 모양을 만들어내는 기술이에요.

©Eames Office

통나무를 깎아서 원하는 사이즈의 굴곡을 어느 정도 만들 수는 있었겠지만, 이건 나무 소모량도 너무 많고 또 만드는 시간이 오래 걸려요. 당연히 하나의 가격도 매우 비쌀 수 밖에 없죠.

➰임스 부부는 값싼 합판을 이용하면 저렴하게 가구를 만들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합판을 원하는 형태로 구부릴 수 있다면?

➰심지어 합판은 가볍고 튼튼해요.

➰합판을 성형한다는 건 기존에 없던 디자인과 제작 방식으로, 누구도 생각하지 못한 혁신적인 디자인이었지만

➰당시 기술력으론 많은 양의 제품을 만들 수는 없었어요😭

🔸2차 세계 대전과 뜻밖의 의뢰

1941년, 일본의 하와이 진주만 공습으로 가장 가까운 캘리포니아가 미국의 군수산업 요충지가 되었어요.

이 시기 캘리포니아로 이주한 임스 부부에게 미군은 부상자를 위한 부목을 의뢰하게 되는데요.

당시 나무 부목은 불편한 직선의 단순한 형태였는데,

임스 부부는 합판을 인체 곡선에 맞도록 3차원 성형하여 병사들에게 편하고 안전한 제품을 제작할 수 있었죠.

합판 성형으로 제작한 부목 ©Eames Office

미군의 자본을 바탕으로 많은 연구를 통해 드디어 합판 성형을 대량 생산하는데 성공하게 돼요.

💁🏻‍♀️이 때 미군에 납품한 제품 수량이 10만 개가 넘었다고!

처음으로 대량 생산이 가능해진 성형 합판 ©Eames Office

큰 성공을 한 것도 맞지만

무엇보다 이때 축적한 노하우를 바탕으로 임스 부부는 더 다양한 디자인을 시도해보게 되었죠.

🔸최초의 3차원 성형 합판 의자, LCW(Lounge Chair Wood)

1946년 드디어 성형 합판 기술을 이용해 최초의 의자를 제작하게 돼요.

성형 합판을 활용한 최초의 의자, LCW ©Eames Office

임스 부부는 처음엔 전체를 하나의 파츠로 제작하고 싶었지만, 나무라는 소재의 특성 상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부러지기 쉬워

일부 파츠를 분할하고 탄성고무를 사용하여 내구성을 높였어요.

성형 합판을 활용한 최초의 의자, LCW ©Eames Office

엉덩이 부분과 등받이 부분이 적당히 휘어져 사람의 몸을 부드럽게 감싸는 유기적 디자인으로

일반 의자보다 앉은 높이가 낮고 의자의 안쪽으로 자연스럽게 몸이 들어가도록 기울어져 있는 게 특징이죠.

🔸단순함, 기능성 그리고 혁신

“What works good is better than what looks good because what works good lasts.”
_ Ray Eames

임스 부부의 혁신적인 소재 활용과 디자인은 많은 디자이너들에게 영감이 되었어요.

다른 디자이너들도 새로운 디자인들을 선보이며 2차 세계 대전 이후 임스 부부를 중심으로 정말이지 뛰어난 디자인이 마구 마구 탄생했죠.

💁🏻‍♀️이후 임스 부부는 이번엔 유리 섬유와 플라스틱이라는 소재를 활용하여 또 한번 전에 없는 디자인을 보여줬는데요.

Fiber glass Chair ©Eames Office

1950년대 처음 생산된 유리 섬유(Fiber glass)를 가공하여 등받이와 시트가 하나로 연결된 의자를 처음으로 제작했어요.

기존의 가죽이나 나무 의자보다 값싼 가격에 다양한 컬러까지!
순식간에 학교나 공공시설에 이 의자가 공급되었죠.

🔸값싼 재료로 만들어진 가장 위대한 디자인

이런 디자이너의 노력은 단순한 가구가 아니라 사람들의 생활 양식에도 변화를 주게 되는데요.

그 시작에 LCW 의자가 있었죠! 이 의자는 정말이지 다양한 디자인과 브랜드의 가구가 넘치는, 80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생산되며 사랑 받고 있어요.

물론 지금은 전혀!!! 값싼 양산형 가구 포지션은 아니지만😭😭😭

©Eames Office

➰사람들에게 필요한 니즈에 집중하고

➰구하기 쉬운 소재에 아이디어를 더해

➰보다 많은 사람들이 편안한 의자를 사용할 수 있도록 노력했던 임스 부부의 철학 때문에

어쩌면 대량 생산을 바라며 디자인 한, 다분히 예술 가치에 반할 수도 있는 이 제품이 오히려 오늘날에도 많은 사람들에게 영감을 주며 유효한 디자인으로 사랑 받는 건 아닐까요.

🥰여담, 운명론을 믿는 사람으로

찰스 임스가 1978년 8월 21일에 먼저 세상을 떠났고,

레이 임스는 1988년 8월 21일, 남편이 세상을 떠난 지 정확히 10년 후 같은 날 세상을 떠났어요🥺

운명론을 믿는 저로썬 이런 요소도 임스 부부의 디자인과 작품을 더욱 눈여겨보는 스토리였단 사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