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라는 단어 사용을 어려워하지 마세요
작성자 레몬자몽
어느 비장애형제자매의 이야기
'장애'라는 단어 사용을 어려워하지 마세요
가끔 '장애'라는 단어를 입에 올리기조차 조심스러워하는 사람들을 만나곤 해요.
"내가 아는 분도 가족이 그건데... 조금 아파서... 그니까 그냥 아픈 게 아니고 좀 도움이 필요한데..."
이렇게 빙빙 둘러서 이야기하는 모습을 보면 제가 다 조바심이 납니다. 또는 큰 소리로 대화를 잘 하다가도, '장애'라는 단어를 말할 때는 갑자기 주변을 살피다가 몸을 낮추고 작은 목소리로 말하기도 합니다. 우리는 왜 '장애'라는 단어를 사용하는 것이 어려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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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에게 상처를 줄까봐 걱정돼요"
우리는 왜 '장애'라는 단어를 말했을 때 누군가에게 상처를 줄까봐 걱정할까요? 그 이유는 '장애'가 많은 사람들에게 '잘 몰라서 말을 꺼내기에 조심스러운 주제'이기 때문입니다. 잘 모르는 분야를 이야기하다가, 괜히 말실수를 해서 '장애 혐오'를 하게 될까봐 걱정이 되는 것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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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감이 별로 좋지 않아요"
또 우리는 왜 '장애'라는 단어가 어감이 좋지 않다고 생각할까요? 그 이유는 우리가 '장애'라는 단어를 너무 오랫동안 부정적인 뉘앙스으로만 사용해 왔기 때문입니다. '장애인 같다', '찐따 같다', '결정장애'처럼, 이미 우리 삶은 장애 자체를 비하하는 표현들로 가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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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아프다'는 정확한 표현이 아닙니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은 '장애'라는 단어 대신 '아프다'는 표현을 사용합니다. 하지만 이건 정확한 표현이 아니에요. 우리는 감기 같은 병에 걸렸을 때 '아프다'고 말하지요. "나 감기 걸려서 아파.", "나 감기 걸려서 아팠다가 나았어." 이렇게요. 하지만 장애는 병이 아닙니다. '낫는다'는 개념이 없어요. 평생 그 상태로, 있는 그대로 살아가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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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뭐가 정확한 표현인가요?
"ㅇㅇ장애가 있다"라고만 이야기해도 됩니다. "발달장애*가 있어서 도움이 필요한 거래.", "지체장애*가 있대. 그래서 시간이 좀 더 걸린대."처럼 말할 수 있습니다.
'장애'라는 정확한 단어의 적절한 사용은 누군가에게 상처를 주는 일이 아닙니다. 오히려 의사소통의 효율을 높여주지요. 우리가 '장애'라는 단어를 필요한 상황에서 알맞게 사용한다면, 그 어감도 차츰 중립적으로 바뀌지 않을까요? 단어를 올바르게 사용하고자 하는 노력이 장애인과 그 가족을 위한 진짜 배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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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달장애: (다양한 정의가 있지만) 쉽게 말해 나이에 맞는 정신적 발달이 이루어지지 못해 도움이 필요한 장애. 일반적으로는 지적장애와 자폐 범주성 장애를 말합니다.
*지체장애: 신체 기능이 영구적으로 제한된 장애. 쉽게 말해 몸이 불편해 지원이 필요한 장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