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

기후우울증 인터뷰 1️⃣: "우울감 만으로는 아무것도 바뀌지 않아요."

청소년기후행동은

기후위기 해결을 위해 유의미한 변화를 만들어내는 청소년·청년 당사자 기후 운동 단체예요. 정부가 문제의 심각성을 깨닫고 실질적인 정책을 내놓을 수 있도록 요구하고, 당사자의 목소리를 키우는 등의 활동을 하고 있어요.

기후우울증 인터뷰 모아보기🎙

1️⃣ 청소년기후행동 활동가 김보림·김서경 님

2️⃣ 웹툰 작가 구희 님

3️⃣ 뉴스펭귄 임병선 기자 님

‘기후를 위한 결석시위’를 하고 있는 청소년기후행동 활동가들의 모습이에요. ©청소년기후행동​​

최근 ‘기후우울증’에 대한 이야기가 늘었는데요. 그 이유가 뭐라고 보시나요?

김보림 님(보): 저희가 활동한 지 4년차가 됐는데요. 활동 초반에는 기후위기 활동가들 사이에서 기후우울증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나왔어요. 요즘에는 일상에서도 이 단어가 많이 등장하는 것 같고요. 이 문제는 너무 거대하고, 우리가 어찌 할 수 없을 문제처럼 느껴지다 보니까 막막함이 드는 게 사실이죠. 기후위기는 계속 심각해진다는 걸 알면 느껴지는 무력감이 기후우울증으로 이어지는 게 아닌가 싶어요.

김서경 님(서): 역대급 태풍이다, 역대급 폭우다 하는 말이 요즘 많이 나오잖아요. 그만큼 기후위기가 일상화 된 거고, 기후위기가 실제로 일어나고 있구나 하는 걸 더 많은 사람이 깨닫게 된 것 같아요. 그런데 그럼 뭘 할 수 있는지 생각해보면, 무력감이 들기 쉽고요. 거대한 문제를 마주하고 있는데 뭘 해야 할지 모르겠을 때 그런 감정이 들죠.

기후우울증이라는 개념을 언제 처음 접하셨나요?

서: 한국에서는 기후우울증이라는 개념이 쓰이지 않던 때였는데요. (스웨덴의 환경운동가) 그레타 툰베리가 기후우울증을 심하게 앓아서 제대로 먹지도 못했다는 얘기를 들었어요. 그때는 ‘아, 저렇게 심하게 앓아야 기후우울증이구나’라고 생각했던 것 같아요. 지금도 어디까지가 기후우울증이고 아닌지, 그 경계를 명확히 나누기 어려운 것 같다는 생각은 들어요. 

활동가님도 기후위기 때문에 우울감을 느끼신 적 있을 것 같아요.

보: 저희가 활동을 시작했을 때는 모두가 같은 마음으로 함께했기 때문에 뭔가를 바꿀 수 있을 거라는 희망적인 생각을 많이 했어요.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는 절망감이나 우울감에 많이 빠지기도 했고요. 지금까지 우리 사회가 탄소 배출에 의존하면서 살아왔는데, 이걸 바꾸는 게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건 아닐까라는 생각을 한 순간들이 있었거든요. 

그럴 때는 어떻게 대처하셨나요?

보: 저는 그냥 울었어요. 인터뷰 하다가 울고, 그러다가 또 캠페인 준비하고. 계속 하다 보면 변화를 분명히 만들 수 있을 거라는 일말의 희망이 저에게는 있거든요. 변할 수 있다는 생각으로 버티는 느낌이랄까, 그런 것 같아요.

서: ‘활동을 계속하는 원동력은 어디서 나오냐, 우울감에 어떻게 대처해야 하냐’라는 질문을 정말 많이 받는데요. 사실 저희도 그런 우울감이나 무력감을 한번도 이겨내본 적은 없어요. 기후위기에 대해 할 수 있는 게 많지 않고 실제로 해결할 수 있는 일인지도 잘 모르겠지만, 그럼에도 활동을 계속 하게 되는 이유는 ‘우리가 이걸 해야한다’는 걸 알고 있기 때문인 것 같아요. 

정부를 상대로 헌법소원을 내셨잖아요. 어떤 취지인지 설명해주실 수 있을까요?

보: 2019년에 해외에서 정부에 기후위기에 대한 법적 책임을 묻는 사례가 등장하는 걸 보면서 이게 한국에서도 가능할지에 대한 고민을 나누기 시작했어요. 당시 우리나라에는 ‘저탄소 녹색성장 기본법’이 있었고, 지금은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법’으로 바뀌었는데요. 변호사들과 검토하다 보니 이 법에서 말하는 온실가스 감축 목표의 수준이나 내용만으로는 우리가 인간다운 삶을 살 권리나 평등권·생명권·환경권 같은 헌법적 권리를 보장받기 어렵다는 걸 알았어요. 그걸 논리적으로 증명할 수 있다는 사실도 알게 됐고요. 그래서 이 법은 위헌이고,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강화하는 내용으로 법을 새로 만들어야 한다는 뜻에서 헌법소원을 낸 거예요.

다른 나라에서도 비슷한 소송을 낸 사례가 있나요?

보: 2019년 말에 네덜란드 ‘우르헨다 재단’과 800명 넘는 시민이 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냈어요. 정부의 온실가스 감축 노력이 부족하다는 취지였는데, 법원이 재단과 시민의 손을 들어줬죠. 독일에서도 연방기후보호법이 미래세대의 권리를 침해한다는 이유로 헌법에 어긋난다는 판결이 나왔어요. 그런 걸 보면서 한국에서도 좋은 결과가 나올 수 있겠다고 판단했어요.

새로운 캠페인을 준비하고 계시다고 들었어요. 소개해주실 수 있을까요?

보: 9월 23일에 기후파업을 준비하고 있어요. 우리의 목소리가 여기에 있고 기후위기에 대응할 변화를 요구하는 사람들이 여기 있다는 걸 알려주고 싶어요. 실질적인 기후위기 대응을 요구하기 위해 서울 용산 대통령 집무실로 행진하는 시위도 기획하고 있고요. 

서: 9월 기후파업은 전 세계가 함께하는 거예요. 전 세계에서 같은 날에 각 나라의 기업이나 정부 정책결정권자를 향해 기후위기에 대한 요구사항을 전달하는 활동을 해요. 이번 시위 한 번으로 세상이 변하지는 않겠지만, 앞으로 변화를 만들어 나가겠다는 이야기를 하는 자리가 될 것 같아요. 누구나 와서 자기의 이야기를 할 수 있어요. 누군가에 의해 ‘피해자’, ‘당사자’, ‘미래 세대’ 이런 식으로 이름 붙여진 사람만 기후위기에 대해 말할 수 있는 건 아니라고 생각해요. 내가 기후위기를 정의하고, 그걸 이야기하면 당사자가 되는 거죠. 

기후우울증이나 그와 비슷한 감정을 느끼는 청소년이나 동료 시민들에게 무슨 말을 해주고 싶으신가요?

보: 기후위기는 거대한 문제이지만 그럼에도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전혀 없는 건 아니라고 생각해요. 우리가 해야하는 게 무엇인지는 알고 있잖아요. 그리고 그 변화를 만들기 위해서 노력하는 사람들이 있고요. 혼자서 해결하기는 어렵겠지만 우리가 힘을 모으면 그 작은 변화들이 모여서 큰 변화를 만들 수 있다는 걸 믿어요. 그렇게 믿는 사람들이 지금 여기에 있다는 걸 기억해주시면 좋겠어요.

서: 우울감 만으로는 아무것도 바뀌지 않아요. 기후위기를 어떻게 해결할 건지에 대한 이야기를 하지 않으면 근본적 문제는 변하지 않는 거잖아요. 그래서 저는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계속 고민하고 실천하는 방향에 좀 더 집중해왔던 것 같아요. 실제로 문제를 해결하려면 각자 최소한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변화를 만들 수 있는 방법을 찾고, 함께 무엇을 할 수 있는지 고민해보는 거예요.

 

다음 인터뷰 보러가기 👉 기후우울증 인터뷰 2️⃣: "아무것도 안 하는 것보다는 하는 게 낫더라고요"

#기후위기#환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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