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지하 집, 정말 없어질까?
얼마 전 수도권·강원 북부 지역에 비가 내려도 너무 많이 내려서 난리였잖아요. 도로·차가 물에 잠기거나 시설이 무너지는 등 피해가 심각했고요. 그런데 잘 보이지 않는 곳에서 돌이킬 수 없는 피해를 본 이들도 있어요. 바로 1층 아래, 지하·반지하에 사는 사람들이에요.
맞아. 이번에 반지하 피해 심했다며...
이번 폭우로 반지하에서 살던 가족이 사망하는 안타까운 일도 있었어요. 왜 이런 일이 생긴 건지 자세히 살펴보면:
넘친 물이 반지하로 흘러갔어: 이번 폭우로 도로에 넘쳐난 물은 제대로 땅에 흡수되거나 강으로 흘러나가지 못했어요. 도로가 아스팔트로 덮여 있는 데다 배수 시설도 부족했기 때문이라는 얘기가 나와요. 넘친 물은 높은 곳(도로)에서 낮은 곳(반지하)으로 그대로 흘러내려 갔고요.
수압 때문에 피해 컸어: 반지하의 창문은 보통 1층 땅과 맞닿아 있어요. 비가 많이 와서 땅이 물에 잠기면, 창문과 현관문 바깥에 물이 가득 차는 것. 이 물은 창문과 현관문을 밖에서 안으로 계속 밀어요(=높은 수압). 이러면 창문은 깨질 가능성이 높고, 깨진 창문으로는 물이 쏟아져 들어와요. 그런데 현관문 앞 수압 때문에 집밖으로 빠져나가기가 어렵고요.
그런데 이뿐만이 아니에요. 폭우 때뿐 아니라 평소에도 반지하는 ‘살아갈 집'으로는 적당하지 않다는 목소리가 컸거든요.
왜 적당하지 않다는 거야?
반지하는 햇빛이 잘 들지 않아 습도가 높은 편인데요. 이는 곰팡이나 세균이 잘 퍼지게 해 호흡기 질환을 일으키기도 해요. 대부분은 창문이 길가에 딱 붙어 있어, 사생활을 지키기도 어렵고요. 그러다 보니 대부분의 반지하는 나라가 ‘최소한 이런 집에서 살아야 해’라고 정해둔 기준(=최저주거기준)에 못 미쳐요.
흠... 대책이 필요하지 않을까?
그래서 서울시: “20년 안에 서울시에서 지하·반지하 집 다 없앨 거야!”라는 대책을 내놨는데요. 이를 두고 비판과 걱정의 목소리가 나와요. 왜냐면:
할 수 있던 건 안 하고, 이제 와서?: 사실 서울시에서는 지금도 물에 자주 잠기는 지역에 지하·반지하를 짓는 건 막을 수 있는데요. 앞으로는 지하·반지하를 사람이 사는 집으로 못 쓰게 하겠다는 거예요. 이에 피해를 예방하기 위한 별다른 노력을 하지 않다가, 반지하를 없애겠다는 정책을 급하게 또 꺼낸 게 아니냐는 비판이 나와요.
살던 사람은 어디로 가라고?: 2020년 전국의 반지하 가구는 32만 호인데요. 이 중에는 집값 등 현실적인 이유로 반지하에 사는 사람도 많아서 반지하를 빠르게 없애면 곤란하다는 거예요. 반지하가 사라지면 이들은 고시원·옥탑방 등 다른 최저주거기준에 못 미치는 집으로 옮겨갈 테고, 그럼 또 다른 문제가 생기기 때문.
서울시는 취약계층이 더 나은 집에서 살 수 있게 돕는 ‘주거 상향 사업’ 등도 펼치겠다고 했는데요. 이에 더해 집 앞에 물을 막아주는 판을 세우는 등 당장 반지하에 사는 사람을 지키기 위한 안전장치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와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