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

기후우울증 인터뷰 2️⃣: "아무것도 안 하는 것보다는 하는 게 낫더라고요"

구희 작가님은

네이버웹툰 베스트도전과 인스타그램 @climate.human에서 ‘기후위기인간’이라는 웹툰을 연재해요. 최근 영어 연재도 시작했다고. 자신과 자연이 연결되는 순간의 감각을 바탕으로 쓰고 그려요.

기후우울증 인터뷰 모아보기🎙

1️⃣ 청소년기후행동 활동가 김보림·김서경 님

2️⃣ 웹툰 작가 구희 님

3️⃣ 뉴스펭귄 임병선 기자 님

‘기후위기인간’의 주인공 캐릭터가 생각에 잠겨있는 모습이에요. ©구희

‘기후위기인간’이라는 작품을 간단히 소개해주실 수 있을까요?

‘기후위기인간’이라는 제목에는 ‘기후위기를 만든 인간’이라는 의미와 ‘기후위기 시대의 인간’이라는 2가지 의미가 담겨 있어요. 웹툰 소개에는 “드럽게 살기 힘든 요즘 세상. 엎친 데 덮쳐서 기후변화까지... 도대체 나는 어떻게 살아야 할까?”라고 적었고요. 결국 ‘지구를 위해서 우리가 바뀌어야 해!’라고 말하는 게 아니라, ‘기후위기 시대의 인간인 우리는 어떻게 살아야 할까?’라는 질문을 던지고 있는 만화라고 봐주시면 될 거 같아요.

어떻게 기후위기를 주제로 웹툰을 그리시게 되셨나요?

기후위기와 관련한 문제는 모두 연결되어 있다는 얘기를 꼭 하고 싶었어요.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카우스피라시’를 보고, 세계 곳곳에서 산불이 일어나는 것 등을 보면서 모든 문제가 겹쳐 보였거든요. 그래서 웹툰을 전개해나갈 때도 작은 문제에서 출발해 크게 나아가는 방식을 택하게 됐고요.

기후위기에 관한 얘기를 다른 형태가 아닌 ‘웹툰’으로 전하고 계신 이유도 궁금해요.

원래 저는 일러스트레이터 겸 시각 작가로 일하고 있었어요. 그러다 기후위기를 주제로 작업을 했는데, 그냥 이미지는 너무 암시적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기후위기는 되게 급한 문제인데, 말이 맺혀서 안 나오는 거예요. 그래서 만화를 통해 제가 알고 있는 걸 쉽고 재밌게 전하고 싶었어요. 가르치듯 하지 않고 저의 불완전한 모습을 드러내면서 사람들에게 친근하게 다가가면 어떨까 싶었고요.

만화를 보면, 기후위기 앞에서 무력감을 느끼는 에피소드가 등장해요. 작가님께 기후우울증은 어떤 모습으로 찾아왔나요?

기후 관련 자료들을 보다 보니 인간의 모든 행동이 기후위기를 불러오고 있다는 사실이 너무 와닿았던 거 같아요. 반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제가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는 것처럼 느껴졌어요. 이런 감정을 나눌 곳은 없는데, 끔찍한 뉴스는 매일 쏟아지니 외롭기도 했고요. 결국 다 회피하게 됐어요.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고 싶지 않더라고요.

그런데 그러다 무력감에서 벗어나는 모습도 표현해주셨잖아요. 그 과정에 대해 좀 더 자세한 얘기를 듣고 싶어요.

한 번에 극복한 건 아니었어요. 사실은 지금도 무력감이 조금씩 찾아와요. 그런데 정말 만화로 표현한 것처럼, 깜깜한 방에서 우울감·무기력함으로 너무 힘들어서 헐떡이고 있는데 순간 제 심장 소리가 들리더라고요. 그때 ‘내가 이렇게 살아 있는데... 한번 사는 인생, 숨죽이고 살기엔 너무 억울해. 이렇게는 안 되겠다’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기후위기 앞에서 개인이 바꿀 수 있는 게 얼마나 될지 저도 솔직히 회의적인 마음이 전혀 없지는 않아요. 근데 아무것도 안 하는 것보다는 하는 게 낫더라고요. 그래서 내가 추구하는 바를 향해서 조금씩만 나아가보자고 마음먹게 됐어요.

허무하게 그냥 다 포기해 버리는 건 진짜 말 그대로 아무것도 아니게 되는 거라고 생각해요. 우울감을 느끼는 상태만으로는 변화를 일으킬 수 없잖아요. 그래서 작은 행동을 해나가면서 좌절하지 않도록 저 자신을 굉장히 많이 위로해줬어요. 전 지구적인 상황을 알기는 해야 하지만, 개인이 그걸 모두 수용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요. 기후위기는 한 사람이 감당할 수 있는 크기의 문제가 아니거든요. 

‘좌절하지 않고 자신을 위로하는’ 작가님만의 방법이 있다면요.

비슷한 생각을 하는 사람들을 만나는 게 제일 좋은 것 같아요. 꼭 우울감이나 좌절감에 관한 얘기를 하지는 않더라도, 그 사람들을 만나면 고기를 지글지글 구워 먹지는 않을 거잖아요. 함께 좋은 비건 식당에 가서 맛있는 음식을 먹고, 빈티지 샵 구경도 하면서 즐겁게 시간을 보내는 게 도움이 돼요. 사소한 불편함에서 벗어날 수 있는, 편안한 시간이 필요한 것 같아요.

기후위기에 대한 위기의식은 잃지 않으면서도, 너무 자신을 몰아붙이지 않으려면 균형을 잘 잡아야 할 것 같아요. 작가님께서는 이 균형을 어떻게 맞춰가고 계신가요?

사실 그 균형점은 저도 아직 찾아가는 중이에요. 제 마음을 평온하게 하는 데에만 집중하다 보면 기후위기 문제를 잊게 되기도 하더라고요. 심지어 제가 초반에 그렸던 만화를 다시 보다가 ‘헉, 내가 이렇게까지 기후위기 문제에 진심이었어?’ 하고 놀란 적도 있어요. 감수성을 잃어버리지 않으려면 내가 어떤 일을 했는지, 어떤 생각을 했는지 기록하고 그걸 종종 들여다보는 것도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요즘은 다들 너무 바빠서 내가 방금 뭘 했는지도 잘 잊어버리고는 하잖아요. 그런 걸 붙잡아주는 자기만의 기록이 필요한 것 같아요.

기후우울증을 경험하고 있는 뉴니커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을까요?

여러분이 가지고 계신 얘기를 많이 나눠주시면 좋겠어요. 약간 제 홍보가 되는 것 같기도 한데요. (웃음) 인스타그램 ‘기후위기인간’ 계정(@climate.human)에 와서 댓글을 보시면 ‘아, 나만 이렇게 느끼는 것이 아니구나. 이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 특히 기후나 자연을 더 깊게 감각하는 사람들에게는 당연히 일어나는 현상이다’라는 생각이 드실 거예요. 그렇게 비슷한 감수성을 가진 분들을 만나 편안한 시간을 보내셨으면 좋겠어요.

다음 인터뷰 보러가기 👉 기후우울증 인터뷰 3️⃣: "최악은 막을 수 있을지도 몰라요"

#기후위기#환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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