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

의정부고 졸업사진 '블랙 페이스' 논란

재치 넘치는 패러디와 공들인 분장으로 매년 화제가 되는 의정부고등학교의 졸업사진, 한 번쯤은 본 적 있죠? 올해는 일부 학생들이 흑인으로 분장해 찍은 사진이 인종차별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어요. 

고등학교 졸업사진인데 무슨 일이야? 

학생들은 이번에 ‘관짝소년단’으로 분장했어요. 관짝소년단은 ‘관짝’과 ‘방탄소년단’의 합성어로, 영상에는 관을 어깨에 올리고 춤을 추는 아프리카 가나의 상여꾼 7명이 나와요. 장례식에서 춤을 추는 독특한 장례 문화가 패러디되면서 요즘 핫한 밈이 됐어요. 학생들은 영상을 따라 하려고 얼굴을 까맣게 칠했던 거고요. 이를 본 방송인 샘 오취리가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학생들의 졸업사진을 올리며 “까맣게 얼굴을 칠하는 일은 흑인 입장에서 불쾌한 일”이라는 글을 쓰면서 논란이 커진 것.

왜 흑인 입장에서 불쾌하다는 거야?

이렇게 재미를 목적으로 흑인 분장을 하는 걸 ‘블랙 페이스’라고 하는데요. 오래전부터 인종차별 행위로 지적되어 온 문제였어요. 

  • 좀 더 자세히 짚어보자면: 미국 남북전쟁 직후인 19세기 중반, 흑인들을 웃음거리로 삼는 ‘민스트럴 쇼(Minstrel Show)’가 인기였어요. 흑인 아닌 배우들이 흑인들을 조롱하려고 구두약이나 태운 코르크를 써서 얼굴을 검게 칠한 채, 일부러 우스꽝스러운 춤을 추고 과장된 연기를 했어요.

1960년대에 미국 인권 운동이 활발해지면서 블랙 페이스를 금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졌지만, 미국과 유럽에서는 20세기 후반까지 유행했어요. 

근데 문제가 복잡해 보이던데?

샘 오취리의 지적이 과하다는 반응도 있었거든요. 의정부고 학생들은 흑인 분장이 인종 차별인지 몰랐고, 당사자인 ‘관짝소년단’ 측도 괜찮다고 했으니 크게 문제 되진 않는다는 것. 여기에 과거에 샘 오취리가 방송에서 얼굴 찌푸리는 동작을 한 사진이 퍼지며, '샘도 과거에 동양인 비하한 것 아니냐'는 논란이 커졌고요.

하지만 그가 잘못한 것 아니냐고 지적 받는 과거의 행적과는 별개로, 이번 일을 인종차별에 대해 생각해보는 계기로 삼자는 의견도 있어요. 블랙 페이스가 인종차별인지 몰랐다는 고등학생들이 있다는 게, 그만큼 우리 사회가 인종차별의 심각성과 인권 감수성에 대해 안일하게 생각하고 있던 것 아니냐는 거죠.

+ 다른 나라들은 이런 논란 없었나?

해외에서도 반복되고 있어요. 캐나다의 총리 쥐스탱 트뤼도도 작년 총선 직전에 20년 전 블랙 페이스 분장을 했던 사진과 영상이 공개되면서 사과를 해야 했고요. 이탈리아의 패션 브랜드 ‘구찌’도 검은 목폴라 스웨터를 만든 뒤 판매중지까지 한 적 있어요. 이 스웨터는 얼굴의 절반까지 올라오는데, 얼굴을 덮는 부분에 빨갛고 굵은 입술 모양의 그래픽이 새겨져 있어 흑인의 얼굴을 떠올리게 한다는 비판을 받았어요(사진). 하지만 요즘은 조지 플로이드 사건을 계기로, 특정 인종을 차별해 온 것에 대해 적극적으로 반성하고, 바뀌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고.

#인권#교육#인종차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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