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마라도 길고양이 방출

제주도에서도 가장 남쪽 끝 섬, 마라도. 이곳에 살던 길고양이들이 지난 3일 섬 밖으로 내보내졌어요. 고양이가 본능에 따라 새를 사냥했는데, 그게 하필 멸종위기 동물인 뿔쇠오리였기 때문인데요. 어떤 일이 있었던 건지, 내보내도 되는 건지 정리해봤어요.

고양이가 새를? 무슨 일이야?

마라도에는 뿔쇠오리·흑비둘기·긴꼬리딱새 등 1년 내내 여러 멸종위기종 새가 찾아오는데요. 최근 들어 봄마다 마라도에서 뿔쇠오리 사체가 발견됐어요. ‘고양이가 한 게 아닐 거다’는 주장도 있었지만, 연구원들은 사체를 살펴본 결과 길고양이가 뿔쇠오리를 사냥한 것 같다고 했어요.

  • 뿔쇠오리(사진) 🐦: 전 세계 통틀어 5000~6000마리 정도 남은 희귀한 새예요. 천연기념물이자 멸종위기 야생동물 2급으로 지정돼 보호받고 있고요. 500여 마리가 따뜻한 제주도로 날아와 알을 낳아요.

  • 마라도 고양이 🐈: 최근 10여 년 사이 몇몇 주민이 쥐를 잡겠다며 섬으로 데리고 들어온 것으로 추정돼요. 2023년 기준, 적게는 60마리에서 많게는 180마리가 사는 것으로 파악돼요.

그래서 내보내기로 한 거야?

결국 지난 17일 문화재청·전문가·동물단체 등이 합의해 길고양이 약 40마리를 섬 밖으로 내보내기로 했어요. 섬 전체가 천연보호구역인 마라도와 이곳을 찾는 새들을 지키려 한 건데요. 몇 년간 고민 끝에 내린 결정이었다고.

섬을 떠난 고양이는 보호센터에서 건강검진과 예방접종을 마쳤고, 입양을 갈지 센터에 머무를지 결정될 예정이에요. 주민들이 입양하기로 했거나 새를 잡아먹지 않을 만큼 야생성이 없는 고양이는 섬에 남았다고.

이렇게 고양이를 내보내도 될까?

입장이 조금 나뉘어요:

  • 고양이만의 문제가 아냐: “고양이만 없앤다고 해결되는 게 아니야. 매·까치·쥐도 뿔쇠오리를 사냥하잖아. 게다가 뿔쇠오리가 바닷가로 내몰린 건 인간이 마라도 숲을 망쳤기 때문이고. 나간 고양이들이 건강히 잘 살아갈 수 있을지도 걱정돼.”

  • 모두를 위해 내보내야: “고양이가 싫어서 내보내자는 게 아니야. 마라도의 생태계를 잘 지켜보자는 거지. 애초에 고양이는 마라도에 살지 않았던 동물인데 인간의 욕심으로 들여와서 생태계가 무너진 거니, 원래 있던 곳으로 내보내는 게 맞아.”

하지만 이번 결정과는 별개로, 길고양이가 다른 동물을 해친다고 내쫓는 게 무조건 답은 아니에요. 특히 길고양이를 혐오하거나 학대하는 건 절대 정당화될 수 없고요.

+ 더 생각해볼 점 2가지

1. 길고양이를 돌보면 안 되는 걸까?

몇몇 사람들은 이번 결정을 보고 “거봐. 길고양이를 챙기지 말랬지!” 얘기하는데요. 그런 결론은 조금 섣불러요. 뿔쇠오리도, 길고양이도 인간이 환경을 파괴했기 때문에 예전처럼 ‘자연'스럽게 살 곳을 잃은 거니까요. “야생에서 알아서 살게 내버려 둬!” 하는 게 말이 안 되는 것. 빠르게 도시화된 사회에서 사람과 동물이 어떻게 조화롭게 살아가야 하는지 더 깊은 고민이 필요해요.

2. 귀여운 고양이와 징그러운 뉴트리아?

길고양이는 이사를 가는 것으로 그쳤지만, 보통 이런 경우 많은 동물이 ‘생태계교란종’이라는 이름으로 죽임당해요. 동물을 죽이는 사람에게 현상금까지 주고요. 뉴트리아나 황소개구리 등이 대표적인 예. 같은 상황인데도 사람들의 관심을 받는 고양이는 이사도 가고 보호도 받지만, 그렇지 않은 동물은 죽임당하는 것. 인간이 동물을 데려와 놓고 감당이 안 되면 손쉽게 죽이는 상황에 대해서 다시 생각해봐야 해요.

#사회#동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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