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의료수가, 대체 뭐길래?

코로나19와 함께 요즘 가장 뜨거운 뉴스, ‘의사 집단 휴진’에 관심 많은 뉴니커 많죠? 공공의료, 의사 수, 지역 의료, 건강보험료 등 다양한 이슈가 집단 휴진과 연관되어 있는데요. 오늘 NEWNEEK FOCUS에서는 그 가운데에서도 ‘의료수가’가 무엇인지 집중적으로 풀어보려 해요. 

잠깐! 의사 집단 휴진과 그 이유, 최신 소식이 궁금하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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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의료수가가 뭐야? 🚑

 

의료수가는 의료 서비스에 대해 환자가 낸 돈(본인부담금) + 건강보험공단에서 병원에 주는 돈을 합한 가격을 말하는데요. 이 가격은 대부분 얼마가 적당할지 딱 정해져 있어요. 물건에 소비자 권장가격이 착착 붙어 있는 것처럼요. 수가를 어떻게 정하냐면: 치료에 필요한 재료 원가, 의사·간호사 등 인건비, 병원 시설 운영비 등등을 다 합친 금액을 고루 살펴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에서 결정해요. 새로운 약재료나 치료법 등이 나오면, 가격을 반영해 정기적으로 업데이트하고요. 정해진 항목에 대해서는 의사들이 병원에서 얼마 이상 받을 수 없고, 환자도 병원에 가서 ‘에이, 좀 깎아주세요’라고 말할 수 없어요.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 줄여서 건정심이라고도 불러요. 국민의 건강과 보험을 책임지는 기구로, 보건복지부 차관인 위원장 포함 25명이 함께 논의하여 심의해요. 여러 관계자가 심의하는데, 이번 집단 휴진 때 의사들은 건정심 위원 중 절반을 의료계 사람들로 구성해야 한다고 주장했고요.

 

흠, 왜 미리 정해두는 거야?

우리가 사 먹는 과일이나 곡물 가격은 시장 흐름에 따라 가격이 오르기도, 내리기도 하죠 🍎🌾. 하지만 병원비가 그러면 조금 당황스러울 수 있어요. 병원에 갔는데, 의사 선생님이 ‘주사 가격은 시가에 따라 달라요 🤷’라고 말하거나, 환절기마다 감기 치료비가 100만 원까지 치솟으면 안 되잖아요. 그래서 정부가 나서서 필수적인 의료서비스에 대해서는 의료수가를 딱 정해두고, 누구도 차별받지 않고 치료받을 수 있도록 손을 써 둔 거예요. 특히 생명과 직결된 내과, 외과, 산부인과, 소아청소년과 등 치료는 돈 걱정 덜고 맘 편히 가라는 거죠.

 

 

 

2. 의료수가 놓고 이러쿵 저러쿵

꼭 필요해 보여! 근데 무슨 문제 있어?

의사들 입장에서 약간 있어요. 그래서 이번에 정부가 “의사 숫자가 문제야. 의대 정원 늘릴게”라고 했을 때 의료계에서는 “의사 숫자가 아니라, 의사를 특정 과로 몰리게 하는 의료수가가 진짜 문제야”라고 답한 거였고요. 그중 오늘 레터에서 다룰 부분은 크게 2개: 

①의료수가가 치료 항목마다 다르게 적용된다. 

②의료수가 자체를 더 올리냐 vs. 마느냐*. 

우선 가장 근본적인 것부터 살펴볼게요: 의료수가가 어느 치료 항목에는 적용되고 어느 항목에는 적용이 안 된다?

* 의료수가 자체를 올리냐 vs. 마느냐 논의가 한창인데, 그건 3번에서 더 자세히 다룹니다. 

 

어떤 건 적용 되고, 어떤 건 안 되는 거야?

어떤 진료인지에 따라 달라요. 가끔 병원 진료 내역 중에도 “이건 보험 적용이 안 돼요”라고 말할 때가 있죠? 병원에서는 이를 ‘비급여항목’이라 부르는데, 이는 대부분 정부에서 의료수가를 정해두지 않은 치료 항목이에요. 미용 목적 등 생명에 직결되지 않은 치료가 대부분이고요. 그럼 병원은 정부 눈치 보지 않고 마음대로 가격을 정해 받을 수 있고, 의사로서는 상황에 따라 돈을 더 많이 벌 수 있는 것*. 그래서 의사를 준비하는 학생들 사이에서는 정해진 가격 없이 돈을 벌 수 있는 성형외과, 안과, 피부과 같은 곳은 ‘선호과 💰’로 , 외과, 내과, 산부인과, 소아청소년과 등은 ‘기피과 🤨’로 나뉘고 있다고. 처음 의료수가를 만든 목표와는 다르게 적용되고 있는 거죠.

* 대표적인 과로는 성형외과, 안과, 피부과 등이 있어요. 강남 등 땅값 비싼 곳에 이런 병원이 많이 보였다면, 기분 탓이 아니에요. 이런 과는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고, 의료수가도 정해져 있지 않으니 원가를 보전한 뒤 강남 같은 곳에 월세를 낼 정도로 넉넉히 운영할 수 있는 것.

 

 

 

3. 의료수가, 올려? 말아?

 

 

의사들 사이에 기피과와 선호과가 나뉜 이유를 알려면 의료비 ‘원가 보전율’을 살짝 짚어봐야 해요. 환자 진료하는 데 든 돈(의료원가)을 의료수가가 얼마나 채워주냐는 건데요. 빵집에 비유해보자면:

  • 예를 들어 🍞: 빵집을 운영하는 고슴이는 식빵 1개를 만드는 데 1000원이 들어요(=원가). 재료비에다가 월세 등을 다 따져본 건데요. 고슴이가 손해를 보지 않으려면? 최소 1001원을 받고 팔아야 원가를 건지고 생활비도 남길 수 있죠. 

 

하지만 기피과의 의료수가는 원가를 제대로 보전해주지 못해요. 외과를 예로 들면, 외과에서 환자를 진료하는 데 평균 원가가 1000원 든다고 쳤을 때, 의료수가로는 770원밖에 보전받지 못하고(2018년 기준 보전율 77%), 나머지는 병원에 적자로 남아요. 병원비를 올려받으면 되지 않나 싶지만 앞서 말했듯, 의료수가는 법으로 땅땅 정해진 거라 맘대로 올려받을 수 없고요.

 

그럼 이걸 어떻게 해결해?

대한의사협회에서는 의료수가를 올려야 한다고 오랫동안 주장해왔어요. 전공의협의회도 이번 집단휴진 때 같은 입장을 냈고요. 의료수가를 올려서 기피과에 가도록 당근을 더 마련해야 한다는 거예요. 특히 기피과인 외과나 산부인과는 절개를 하고 피를 보는 수술이 많다 보니 의료사고가 날 부담이 큰데, 그 부담에 비해 의료수가가 낮다는 지적도 있고요.

 

의료 수가, 올리면 생기는 문제는 없어?

의료수가를 올린다는 건 건강보험 재정을 더 써야 한다는 건데요. 이미 돈 들어갈 데가 너무 많아서, 정부는 수가 올리기에 적극적이기 어려워요. 상황을 더 들여다보자면:

  1. 적자 늘고 있어 💸: 올해(2020년) 1~3월에 건강보험은 적자가 9435억 원 났어요. 작년 같은 시기와 비교해볼 때 5489억 원 늘어난 건데요. 코로나19 상황에 건강보험료를 적게 걷었기 때문. 

  2. 노인 인구 늘어났어 📈: 노인 인구가 늘어나면서 건강보험을 보장받을 사람은 많아지는데, 일하는 사람은 줄고 있어요. 돈 쓸 곳은 많은데, 걷을 돈은 줄어드는 상황인 것.

  3. 문재인케어 영향 있어 ➕: 문재인 정부에서 집집마다 병원비 부담을 낮추기 위해 시행한 정책이에요. 그동안 건강보험이 안 되던 부분을 보험이 되는 쪽으로 웬만하면 모두 바꾸는 방향인데, 특히 병원비가 너무 많이 나와 삶이 흔들리는 사람들을 위해 시작했어요.

 

그럼 절대 못 올리는 문제야? 🤷

그건 아니에요. 그동안 건강보험공단 계좌에 모아둔 돈이 아직 어느 정도 있고(10조 원대), 건강보험료를 매년 더 올려 받으려고 한다는 점도 함께 볼 필요가 있어요. 의료수가가 낮아 돈이 되지 않는다는 얘기도 있지만, 국민 평균에서 봤을 때 정말로 와 닿을지 살펴봐야 한다는 지적도 있고요. 우리나라에서 가장 연봉이 높은 직업 50위에 의사가 많이 포함돼 있기 때문. 2018년 기준으로 외과의사가 1억 2307만 원으로 3위, 피부과의사가 1억 1317만 원으로 5위, 내과의사는 1억 1007만 원으로 6위라고(한국고용정보원, 2020년 발표). 

 

그래서 어떻게 되는 건데?

의사협회와 보건복지부·더불어민주당이 지난 4일, ‘코로나19가 안정된 뒤 원점에서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다시 논의하자’고 합의했는데요. 의대 정원과 공공의대 외에도 의료수가가 어떻게 될지는 지켜봐야 해요 👀.

 

4. 수가만 올리면 다 해결인가?

 

 

전공의들의 근무환경과, 지방병원을 선호하지 않는 문제도 함께 해결해야 한다는 주장이 있어요. 하나씩 짚어보자면:

 

열악한 전공의 근무환경

혹시 드라마 <슬기로운 의사생활>을 보셨나요? 📺 거기 보면 산부인과 레지던트 추민하 선생이 밤에 당직 뛰고, 아침엔 다시 교수님 진료 같이 들어가고, 다시 당직 뛰고 응급 수술 생겨서 집에도 못 가고 하잖아요? 이게 실화래요. 전공의는 법적으로 일주일에 80시간 이상 근무하면 안 되는데*, 산부인과 전공의는 그 이상 근무하는 경우가 많아요. 외과도 비슷한 상황이고요. 그래서 하다 보면 사명감만으로 일하기 힘들어지는 거죠. 여기에 수가가 낮아 적자가 나다 보니 더 기피하게 되는 거고요.

* 사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이 제한은 더 느슨했어요. 수면 부족에 시달리던 전공의 한 명이 백혈병에 걸린 아이를 숨지게 하는 사고가 있고 나서야, 2017년 12월부터 80시간 제한 법이 시행된 것. 하지만 법이 시행된 이후에도 주 80시간마저 간신히 지켜질까 말까 하는 상황이라고.

 

이런 상황이 대표적으로 나타난 곳이 바로 이국종 교수가 일하던 권역외상센터 🚁(a.k.a. 응급실 중의 응급실). 엄청나게 복잡한 수술을 긴급하게 진행해야 하는 곳이라 숙련된 사람이 많이 필요한데요. 치료할 의사가 별로 없어서 이국종 교수도 맨날 밤새우며 환자를 봤다고. 이 교수는 진료할수록 적자가 나는 것도 해결해야 하지만, 일이 힘들어서 그만두는 문제도 함께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어요.

 

의사들은 전공을 고를 때 크게 2가지를 본다고 해요 🔍: ①수련할 때는 힘들지만 자기 병원을 차렸을 때 돈을 많이 벌 수 있는지, ②삶의 질이 보장되는지. ①에는 정형외과나 신경외과가 해당하고, ②에는 마취과나 정신건강의학과 등이 해당하는데요. 피부과와 성형외과까지 더했을 때 남는 전공이 일명 ‘내외산소(내과·외과·산부인과·소아청소년과)’예요. 이 과들은 환자들 생명과 직결돼 있지만, 갈수록 지원하는 인턴이 줄고 있어요. 게다가 앞으로 은퇴하는 사람들까지 생각하면, ‘내외산소’ 의사 숫자는 점점 더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고.

 

“지방 병원은 좀...” 

이번에 정부는 의사들이 지방에 있는 병원에서 더 많이 일하게 하기 위해, 지방 의대에 더 많이 입학하게 하고 지방 병원에서 의무적으로 일하게 한다고 했는데요. 전공의들은 이 정책에도 반대했어요. 그 이유는:

  1. 시설이 뒤처져 🏥: 큰 수술을 하려면 그만큼 장비가 뒷받침돼야 하는데요. 지방 병원엔 잘 갖춰지지 않은 경우가 있어요. 특히 환자들은 큰 수술은 대형병원에서 받는 게 좋다고 생각하다 보니, KTX 타고 바로 수도권으로 가서 진료를 받는 경우가 많고요(예: 삼성서울병원, 서울성모병원 등 빅5 대형병원). 결국 서울로 환자가 몰리고, 환자가 오지 않으니 굳이 첨단 장비 안 갖다두는 일이 반복되는 것.

  2. 인력이 없어 🙍: 요즘 의학은 자기 전공이 딱딱 나뉘어 있고, 다 전문화됐어요. 그래서 외과에서 진료를 하다, 내과 치료도 필요하다 싶으면, 내과 의사를 불러다가 같이 진료를 하는 등 여러 전공이 협업해야 하는데요. 지방 병원에서는 몇몇 과에 의사가 없어 협업이 안 되니 진료를 보기 열악하다는 것.

 

의사협회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역수가 가산제💰’를 도입하자고 주장했어요. 지역에서 근무하는 의사들한테 건강보험에서 수가를 추가로 주자는 건데요. 하지만 전공의들은 시설이나 인력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자신의 커리어나 실력을 쌓기 힘들어서 결국 수도권 쏠림 현상이 계속될 거라고 말해요. 그래서 정부가 지역에서 10년 동안 의무적으로 근무하게 한다고 하도, 결국 10년이 지나면 다 수도권으로 갈 것이기 때문에 정책이 의미가 없다고 비판한 거고요.

 

 

📝. 누가 3줄 요약 좀 

1. 물건에 붙는 가격표처럼 의료 서비스에 붙는 가격이 ‘의료수가’인데, 우리가 다 내는 건 아니고 일부는 건강보험공단에서 내줘요.

2. 수가가 너무 낮아서 의사들이 특정 과를 기피하는 문제가 있어 올려야 한다는 것이 의사들의 주장이지만, 건강보험공단엔 이미 돈 나갈 데가 많아서 올리기 쉽지 않아 보여요.

3. 의료수가 문제 외에도 열악한 의사들의 근무환경(ex. 이국종 교수)과 의사들이 지방 병원을 피하는 현상 등 여러 문제가 남아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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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보건의료#보건복지부#지역소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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