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

기후위기와 101마리 벌레들

1. 벌레, 너 정체가 뭐니

흔히 ‘곤충’이라는 말도 많이 쓰는데요. 조금 다른 말이에요. 개미나 귀뚜라미같이 머리·가슴·배에 다리가 3쌍인 동물을 곤충이라고 하고, 여기에 밀웜이나 기생충 같은 애들까지 다 합쳐 벌레라고 해요.

 

벌레, 언제부터 있던 거야?

영화 '쥬라기공원' 보면, 호박에 갇힌 모기 몸에서 공룡 피를 뽑아 공룡을 다시 만든다는 설정이 나오잖아요. 그런 설정이 가능할 정도로 오래됐어요. 학계에 따르면 약 4억 년 전부터 나타났을 거라고.

 

옛날부터 핫했던 애들도 있어?

많고 많지만 두 녀석 꼽아보자면:

  1. 악명 높은 메뚜기: ‘구약성경’에도 나오는 아이예요. 하느님이 내리는 10가지 재앙 중 하나로 묘사되죠. ‘삼국사기’에도 나오는데요. 메뚜기떼 습격에 큰 피해를 본 사례가 고구려에 8번, 백제에 5번, 신라에 19번이나 기록돼 있다고.

  2. 친근한 누에: 얘가 크면 나방이 되는데요. 애벌레에서 번데기가 될 때 몸에서 실을 뿜어 고치를 만드는 특성이 있어서, 옛날 사람들은 그 실을 뽑아 비단을 만들었다고. 조선시대에 이걸 대량으로 만들던 곳을 ‘누에 잠(蠶)’, ‘집 실(室)’을 써 잠실이라고 했어요. 서울 롯데월드로 유명한 그 잠실입니다!

 

2. 초록창 검색순위 올랐던 벌레들, 다 나와봐! 🎙

요즘 하루걸러 한 번씩 검색순위 갈아치우던 벌레, 따뜻해진 덕분에 수가 급격히 늘어난 거였다고.

  • 매미나방: 전국 각지에서 모습을 드러내며 심각한 피해를 줬어요. 애벌레일 때도, 다 자랐을 때도 독이 있어 접촉했을 때 피부병이나 알르레기를 일으킬 수 있거든요. 또 자라면서 잎을 엄청 먹고, 어른이 되면 밤·사과·배·귤나무까지 모두 먹는 잡식성이라, 개체 수가 많아지면 생태계에 위협이 된다고.

  • 깔따구 애벌레: 인천을 비롯한 전국 곳곳에서 발견됐어요. 물을 깨끗하게 만드는 정수장에 깔따구가 알을 깐 것이, 수도관을 타고 가정으로 이동해 문제가 됐다고. 당장 위생과 연결된 문제라, 주민들의 피해가 컸고요.

  • 대벌레: 나뭇가지인 줄 알았는데... 벌레였다(사진)? 동남아시아 등 따뜻한 지역에서 사는 대벌레가 최근 서울과 제주도에 나타났어요.

  • 노래기: 생김새는 지네랑 비슷한데, 냄새가 고약해 ‘벌레계의 스컹크'로 불려요. 경기도부터 충청도, 전라도, 부산까지 전국 각지에서 갑자기 개체 수가 늘어나 주민들이 힘들어했다고.


벌레를 잡기 위한 각 지자체의 발 빠른 대처가 이어지고 있어요. 대부분 번식력이 좋아, 성충이 낳은 알이 내년에 부화하면 문제가 더 심각해질 수 있거든요. 포집기로 벌레를 유인해 소각하거나, 나무에 있는 알을 제거하는 작업을 하고 있는데, 그 규모가 워낙 어마어마해 쉽지 않다고.

 

+ 국내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진 않지만... 

  • 메뚜세계적으로 문제가 심각해요. 하늘이 까맣게 될 정도로 떼로 몰려와 농작물을 먹거든요. 사람이 먹을 것까지 다 먹어 치워 식량 위기로 이어지고요: 올해 동아프리카 지역에서만 1100만여 명이 사막 메뚜기 때문에 식량 위기에 놓였어요.

  • 바퀴벌레: 급격히 늘고 있어요. 지구온난화가 심해지며 날씨가 덥고 습해져 바퀴벌레가 생활하기 최적의 환경이 되고 있다고. 바퀴벌레는 다리에 기생충이나 병균을 묻히고 곳곳을 다녀 장티푸스, 식중독을 옮겨 집단 감염의 문제가 심각할 수 있어요.

  • 모기: 일본뇌염을 옮기는 작은빨간집모기 수가 늘어나 질병관리본부가 전국에 경보령을 내렸어요. 작은빨간집모기는 논이나 동물축사, 웅덩이 등에 살고 주로 밤에 피를 빨아요. 면역력이 낮은 사람이 물릴 경우, 급성 뇌염에 걸릴 가능성이 있어서 조심해야 한다고.

 

3. 혹시 살충제로 싹쓰리... 안 돼?

안 돼요! 그랬다간 생태계 전체가 무너질 수도 있거든요. 특히 유익한 곤충이 많이 죽을 수 있고요. 예를 들면 꿀벌 🐝: 살충제의 한 성분(피로포닐) 때문에 수컷 꿀벌이 번식을 못 하게 되어서, 개체 수가 빠르게 줄어들었다고.

* 꿀벌이 얼마나 중요하냐고요? 채소, 과일 등 전 세계 식량 중 3분의 1이 꽃가루를 옮길 때 꿀벌 덕을 보고 있다고. 꿀벌이 없어지면, 농산물 생산에도 큰 타격이 가는 거예요. 

 

또 살충제의 영향이 결국 사람에게 고스란히 전해지는 것도 문제예요. ‘해충 떼가 나타났다’ 싶으면 에프킬라 정도는 안 되고, 드론에 살충제를 잔뜩 싣고 하늘에서 대량으로 살포해야 하거든요(영상). 이때 살충제가 땅에 스며들거나 다른 생물에 흡수되면, 우리 밥상에 오를 가능성도 높다고. 전에 사용되던 아주 강력한 살충제(DDT)도 닭 몸에서 나온 적이 있어 금지된 적 있어요**. 또 벌레들이 살충제에 내성이 생기면 결국 계속 강력한 걸 써야 해서, 악순환은 더 심해질 거고요.

** 1900년대 초반, 비위생적인 환경에 전염병이 돌기 시작할 때, 초강력 살충제 DDT가 혜성처럼 나타났어요. 사람들은 몸에 DDT를 뿌리기도 했다고. 하지만 이후 DDT가 환경과 사람의 건강에 미치는 치명적인 악영향이 드러나며 (책 ‘침묵의 봄’) DDT 사용은 전면 중단됐어요. 이후 환경 운동에 새로운 바람이 불었고요.

 

4. 피할 수 없다면 먹어라?

 

확 늘어난 곤충 문제, 해결할 수 없다면! 잘 (써)먹자는 목소리도 있어요. 우리나라도 아열대성 기후로 바뀌고 있고 🌴, 지금처럼 계속 기온이 오르면 곤충의 수도 점점 늘어날 것으로 보여요. 그렇다고 살충제를 마구 뿌릴 수 없는 노릇이니, 차라리 먹자는 거예요. 사실 곤충은 단백질이 많아 영양이 풍부하고, 자연에서 쉽게 구할 수 있어 환경에 주는 부담도 적어 식량으로 딱-이라고.

  • 동물이 먹으면 된다?: 동물(예: 닭, 물고기)에게 먹이로 줄 수 있어요. 실제로 유럽연합은 2017년에 어장에서도 곤충 사료를 쓰는 걸 허락했고, 유럽 몇몇 나라의 양식장에서는 파리 애벌레(구더기)를 사료로 팔기도 한대요.

  • 사람도 먹을 수 있다?: 고슴이만 밀웜을 먹는 게 아니에요 (🦔: !). 곤충은 2000년대 초부터 미래 음식 재료로 주목받아왔어요. 이미 해외에서는 많은 기업이 곤충으로 만든 음식을 만들고 있고, 우리나라도 작년에 곤충 14종(예: 사료용 귀뚜라미, 누에, 왕지네 등)이 법적 가축으로 인정받고 있다고. 아직 수요는 적지만, 우리나라 기업들도 곤충으로 만든 단백질 쉐이크나 햄버거 패티 등을 개발하고 있고요. 

 

하지만 무엇보다 근본적인 원인인 ‘지구온난화’ 속도를 늦추는 게 가장 중요해 보여요. 늘어나는 모든 벌레를 먹어 없앨 수도 없을뿐더러, 먹는다고 모든 문제가 해결되는 건 아니니까요. 또 지금 이런저런 벌레가 나오는 건 예고편일 뿐, 기후위기로 인한 해충 재난은 이제 시작이라는 몇몇 전문가의 의견도 있어요. 다양한 벌레 때문에 일상 속 불편함이 더해진 지금이야말로, 뜨거워지는 지구를 한 번 더 생각해봐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고요.

 

 

5. 누가 3줄 요약 좀...

  • 기후위기로 따뜻해진 지구, 전국 그리고 세계 곳곳에 벌레 수가 늘어났다.

  • 피해가 큰데, 살충제로 없애려고 했다가는 생태계 전체에 위협이 될 수 있다.

  • 벌레를 먹는 등 해결 방법을 찾고 있지만, 근본적으로는 기후위기에 잘 대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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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기후위기#환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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