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

서울역폭행과 구속영장

2020년 5월 26일, 서울역 한복판에서 한 남성이 생판 모르는 여성을 폭행한 사건이 있었어요. 당시 법원이 가해자에 대한 ‘구속영장‘을 2번 기각해, 가해자가 불구속 상태로 재판을 받았는데요.

 

‘구속영장’ 뉴스에서 많이 들어봤어. 뭐더라?

누군가 죄를 지으면, 경찰이 체포해서 데려가잖아요. 이처럼 죄를 지었다고 의심되는 사람을 붙잡아 신체의 자유를 빼앗는 걸 ‘구속’이라고 해요. 그런데 경찰이 아무나, 아무 때나 체포할 수는 없어요. 구속되면 가족도 보기 어렵고, 변호사 구하기도 어려워지니까요. 그래서 보호장치로 둔 것: 법원의 허락 ⚖️. 경찰·검찰은 법원이 허락했다는 걸 증명하는 서류(a.k.a. 영장*)가 있어야만 해요. ‘구속영장’은 그중에서도 피의자**를 붙잡아두는 걸 법원이 OK했다는 거죠.

*구속뿐만 아니라 체포, 압수수색을 할 때도 영장이 필요해요.

**피의자: 죄를 지었다고 의심을 받아 경찰·검찰의 수사를 받고 있는 사람

 

그럼 언제 구속할 수 있는 거야?

법원의 허락을 받으려면3가지 조건 중 하나라도 충족돼야 해요: ①집이 없거나 머무는 곳이 확실하지 않을 때, ②도망칠 것 같을 때, ③죄를 증명할 증거를 없앨 것 같을 때. 이 3개 중 아무것도 해당이 안 되면 판사는 🙅 영장을 주지 않고요(기각).

  • 경찰: 영장신청 → 검찰: 영장청구 → 법원: 영장실질심사 → 기각 / 발부

 

그런데 이번에는 왜 2번이나 기각했대?

법원이 구속 안 된다고 한 이유는 두 번 다 달라요.

1. 절차를 어겼다: 경찰은 영장 없이 해당 남성을 긴급체포했는데, 상황이 그만큼 급박하지 않았다는 것.

  • 법원: “당시 피의자는 집에서 자고 있었고, 증거를 없애거나 도망갈 우려가 없었다. 영장 받아서 체포해도 늦지 않았고, 체포한 절차가 잘못됐으니 구속할 수 없다.”

2. 치료받고 있고, 도망갈 수 없다: 경찰은 영장을 다시 신청했지만, 법원은 다시 한번 기각했어요.

  • 법원: “피의자는 조현병 때문에 폭행한 것 같은데, 사건 후에 정신병원에 입원했다. 잘못도 인정했고, 반성하며 치료받겠다고 했으니 구속하기 어렵다.”

하지만 몇몇 전문가는 조현병이더라도 범죄를 다시 저지를 우려가 있다며 강제입원을 시키는 등 강한 조치가 있어야 한다고 비판해요.

 

그럼 가해자는 처벌 안 받는 거야?

구속이 안 됐다고 벌을 안 받는 건 아니에요. 구속과 처벌은 별개거든요. 구속영장은 단지 재판 가기 전 단계에서 ‘어디 도망 못 가게 잡아놔야만 하는지’를 평가하는 것일 뿐, 실제로 벌을 받을지 말지는 재판 가서 결정돼요. 사건이 일어난 지 약 9개월이 지난 올해 2월, 가해자는 1심에서 징역 1년 6개월 형을 선고받았어요.

 

 

+ 경찰: “여성·아이에게 폭행하면 엄정 대응한다” 🚨

여성과 아이에게 폭행 또는 협박을 하면, 경찰이 더 심각하게 보고 처리하기로 했어요. 이런 범죄가 계속 반복됐고, 피해자들의 두려움이 점점 커지기 때문. 앞으로는 이런 신고가 들어오면 지구대나 파출소 팀장이 직접 나서고, 당일에 현장도 바로 조사하고 CCTV도 확보할 예정이라고.

 

+ 최근 1년 동안 발생한 이유 없는 무차별 범죄의 피고인 5명 중 1명이 조현병을 이유로 벌을 적게 받았는데요. 몇몇 전문가는 조현병이라고 기계적으로 형을 깎아주는 걸 경계해야 한다고 봐요. 여성, 노인 등 약자를 노리거나, 사회에 대한 불만이 있는 등 등 범행의 진짜 이유가 있을 수 있는데, 다른 원인을 찾을 노력을 하지 않는 게 문제라는 것. 또 정신질환은 그 자체가 범죄의 원인이 아니며, 범죄를 정당화하는 수단은 더더욱 아니기도 하고요.

 

+ “묻지마 범죄”라는 표현 ❌

경찰에서는 ‘묻지마 범죄’라는 표현을 공식적으로 사용하고 있지만, 몇몇 전문가는 이런 표현이 옳지 않다고 봐요. 여성 등 특정 집단을 대상으로 범죄를 저지르는 혐오범죄의 심각성이나 사회적인 맥락을 흐리기 때문. 또한 ‘묻지마’라는 단어는 생각 없이 하는 충동적인 행동을 뜻하는데, 이는 정신질환자에 대한 또다른 혐오를 조장할 수도 있고요.

#인권#여성#법원#증오범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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