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어린이대공원 얼룩말 탈출과 동물원

지난 23일, 얼룩말이 탈출해 서울 도심을 돌아다니다 잡혀들어간 일이 있었잖아요. SNS나 뉴스가 온통 얼룩말 사진으로 도배되며 ‘귀엽다’, ‘불쌍해’ 등 얘기가 나왔는데요.

맞아, 그 얘기 봤어

이번에 탈출한 얼룩말 세로는 어린이대공원 동물원에서 2019년에 태어났어요. 형제자매가 있었지만 공간이 부족해 세로가 태어나기도 전에 모두 다른 동물원으로 보내졌고, 부모와 셋이 살다가 부모가 죽은 뒤 혼자 지내며 스트레스를 받기 시작했어요. 결국 3월 23일 오래된 나무 울타리를 부수고 탈출했어요. 시내를 돌아다니다 약 3시간 만에 마취총을 맞고 쓰러진 후 동물원으로 돌아왔어요.

그럼 무사히 돌아간 건가?

동물원 측 말로는 그렇다고 하는데요. 동물원이 이후 내놓은 입장을 두고는 비판이 나와요. 하나씩 살펴보면:

  • “울타리를 더 잘 만들게” 🙅

  • “암컷 얼룩말 데려올게” 🙅

  • “세로가 삐져 있어” 🙅

“울타리를 더 잘 만들게”

울타리 소재를 나무에서 철로 바꾸고, 높이를 더 높이겠다고 했어요. 하지만 애초에 얼룩말은 동물원보다 수십 배 넓은 동아프리카 초원에서 사는 동물인데, 이를 좁은 동물원에 ‘잘 가둬두려는 것’ 자체가 근본적인 문제라는 말이 나와요.

“암컷 얼룩말 데려올게”

대공원 측은 다른 동물원에서 암컷 얼룩말을 데려오겠다고 했어요. 하지만 얼룩말은 무리 지어 사는 동물이에요. 동물원에서 겨우 몇 마리 같이 지내게 한다고 무리생활을 대신할 수 없다는 것. 또 암컷과 짝을 지어줘 평생 동물원에서 지내게 할 새끼를 더 낳게 하는 게 맞냐는 의문도 있어요.

“세로가 삐져 있어”

동물원은 돌아온 세로가 당근을 먹지 않는 모습을 찍어 ‘세로가 완전히 삐져있다’고 올렸는데요. 전문가들은 스트레스 때문에 동물이 정상적으로 생활하지 못하는 걸 두고 ‘삐졌다’고 표현하는 건 잘못됐다고 지적해요. 원래 동물원의 동물은 스트레스로 특정 행동을 반복하기도 하는데요(=정형행동). 세로가 지내는 동물원에서 동물이 정형행동을 한다는 민원도 여러 차례 들어온 적 있다고.

동물원이 문제가 많나 보네...

우리나라 동물원은 그동안 조건만 맞추면 누구나 동물원을 열 수 있는 ‘등록제’로 운영됐어요. 때문에 동물이 지내는 환경을 열악하게 관리하는 등 문제가 많았고요. 이번 세로의 탈출도 결국 관리가 허술했기 때문이라는 비판도 나와요. 이에 작년 11월 동물을 관리할 만한 자격이 있다고 허가받은 곳만 동물원을 열 수 있게 법이 ‘허가제’로 바뀌었는데요. 아무리 잘 관리해도, 인위적인 환경에 동물을 가두는 동물원 자체가 동물의 권리를 해친다는 말도 나와요.

+ 그런데 동물원을 없앨 수 있나?

당장 다 없앨 수는 없어도, 동물원을 조금씩 바꿔가거나 대신할 시설을 만들 순 있어요. 예를 들면:

  • 조금 다른 동물원 🏥

  • 생추어리 🌲

조금 다른 동물원 🏥

야생에서 다친 동물만 구조·치료하는 동물원도 있어요. 좁은 곳에 갇혀 사는 게 특히 안 맞는 코끼리·북극곰 등 큰 동물을 데려오지 않고 실제 동물 대신 거북이 등껍질·양털 만지기 체험을 하기도 해요. 사실보다 더 생생한 3D 체험관으로 가상 동물원을 만들 수도 있고요.

생추어리 🌲

‘보호구역’이라는 뜻으로, 동물이 편히 쉴 수 있는 공간을 뜻해요. 자연과 최대한 비슷한 환경에 동물을 풀어둔 거예요. 종종 사람들이 들어갈 수 있지만, ‘관람’하는 것이 아니라 야생에 숨어 있는 동물을 찾는 느낌에 가깝고 못 찾을 수도 있어요.

+ 동물원과 동물권, 좀 더 알아보고 싶다면

  • 📚 동물해방(피터 싱어, 1975년): 동물권 운동의 시작으로 여겨지는 책이에요. 인간과 비인간 동물의 평등함에 대해 사회과학적 관점에서 낱낱이 밝혀요. 

  • 🎬 트루먼 쇼(피터 위어, 1998년): 동물을 동물원에 가두듯 사람을 평생 방송 세트장에서 살게 하고, 그를 구경한다면? 이런 상상을 영화화한 작품이에요. 

  • 📚&🎬 휴머니멀 (포르체, MBC 다큐멘터리, 2020년): 동물을 전시하고 관람하는 동물원, 재미로 동물을 사냥하는 ‘트로피 헌팅’의 현실을 다룬 다큐멘터리예요.

#사회#동물#사건사고#동물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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