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미국 총기난사와 총기 규제

지난주, 미국 텍사스 주의 한 초등학교에서 총기 난사 사건이 벌어져 21명이 목숨을 잃었어요. 희생자를 추모하는 움직임 속에서 총기 규제를 더 엄격하게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와요. 하지만 이번에도 쉽지 않을 거라는 말이 많은데요. 미국에서 이런 비극이 되풀이되는 이유가 뭔지, 왜 막지 못하는지 알아봤어요.

뉴스 봤어. 너무 안타깝더라...

지난 24일, 범인 샐버도어 라모스는 AR-15형 소총*을 들고 텍사스 주의 작은 마을 유밸디의 한 초등학교에 들어갔어요. 한 시간 넘게 머물며 총을 쐈고요. 이번 일은 학교에서 일어난 총기 난사 사건 중 2번째로 많은 희생자(선생님 2명·학생 19명)를 낳은 사건으로 기록됐어요.

  • *AR-15형 소총: 총기 난사 사건에 자주 쓰이는 소총이에요. 원래 군대에서 쓰려고 만든 총인데요. 권총보다 훨씬 강력하고, 한꺼번에 여러 발을 쏠 수 있게 바꾸기도 쉬워요. 미국 어디서든 쉽게 구할 수 있고요. 온라인으로 클릭 5번 만에 살 수 있을 정도예요. 

미국에서 이런 일 처음 아니지?

맞아요. 몇 가지 숫자를 살펴보면:

  • 213건

  • 4만 5000명

  • 100명당 120정

213건

4명 이상의 목숨을 앗아간 총기 난사 사건이 올해에만 벌써 213건이나 벌어졌어요. 작년에는 692건이었는데요. 하루에 2건꼴로 벌어진 거예요. 2018년에 비해 2배 넘게 늘어난 거고요.

4만 5000명

미국에서 2020년 한 해 동안 총으로 숨진 사람은 4만 5222명(자살 2만 4292명·살인 1만 9384명 등)이에요. 매일 123명가량이 총으로 목숨을 잃은 거예요.

100명당 120정

미국 주민 100명당 총 120.5정을 가지고 있다는 통계가 있어요. 사람보다 총이 더 많은 건데요. 세계에서 제일 높은 수준이라고. 최근 총기 숫자는 더 빠르게 늘어나고 있고요. 코로나19 유행으로 사회가 불안해질 것을 걱정한 사람들이 총을 사들였기 때문.

규제하면 안 되는 거야?

좀 복잡한 사정이 있어요. 미국에서 총기 규제가 어려운 이유를 하나씩 살펴보면:

  • 헌법에 정해뒀어

  • 주 정부 마음이야

  • 규제 반대 로비 강해

헌법에 정해뒀어

미국은 나라를 세울 때부터 개인이 총기를 가질 권리를 헌법으로 보장하기로 했어요(수정헌법 2조). 각 주의 권리를 지키기 위해서는 총이 필요하다는 생각과, 워낙 땅이 넓어서 경찰 등의 도움을 받기 어려운 지역이 많아 믿을 건 총뿐이라는 인식이 퍼졌거든요. 게다가 미국에서 헌법을 바꾸는 건 어렵기로 유명하고요.

주 정부 마음이야

그래서 총을 아예 못 갖게 할 수는 없어도 규제만큼은 엄격하게 하자는 얘기가 쭉 나왔는데요. 이것도 쉽지 않다고. 50개 주 각자가 마치 하나의 나라처럼 헌법·법을 따로 두고 있어서(=연방제) 총에 대한 법·규제도 제각각이거든요. 연방정부가 “총기 규제는 이걸로 통일한다!”라고 해도, 주 정부가 “우리 권한을 침해하지 마!”라며 반발할 수 있는 거예요.

규제 반대 로비 강해

전미총기협회(NRA) 등 총기 업계의 입김도 무시할 수 없어요. NRA는 총을 가질 권리를 지지하는 보수 공화당 정치인에게 엄청난 돈을 후원해왔어요. 민주당 정치인이 총기 규제 법안을 가져와도 공화당이 의회에서 퇴짜를 놓는 일이 반복되는 이유라고.

그럼 방법이 없는 거야? 

민주당은 이번에도 총기 규제를 강화하는 법안을 준비하고 있어요. 몇몇 공화당 의원도 힘을 모으고 있고요. 하지만 법이 통과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말이 나와요. 대다수 공화당 의원은 “총이 아니라 범죄를 일으킨 사람이 문제다!”라며 총기 규제에 반대하기 때문. 결국 총기 난사 사건을 계기로 규제 여론에 불이 확 붙었다가, 의회에서 공화당의 반대로 아무 변화도 생기지 않는 일이 또 되풀이될 수 있다는 거예요.

#세계#미국#총기규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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