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합칠 수 있어?

약 2년 전, 뉴스는 물론 주식시장까지 뜨겁게 달궜던 뉴스가 있어요. 우리나라에서 몸집 제일 큰 두 항공사,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딱 합치기로 했던 것. 그 후 2년이 지난 지금, 바다 건너 다른 나라까지 나서서 ‘얘네를 합쳐 말아?’ 도장 쾅 찍어줄지 고민 중이라고. 무슨 일인지, 진짜 합쳐지긴 하는 건지 싹 정리해봤어요. 

잠깐, 둘이 합치기로 했다고?

정확히 말하면 대한항공이 아시아나항공을 사들이는 거예요(=인수). 아시아나항공의 주인인 금호그룹은 전부터 빚이 너무 많았어요. 그래서 눈물을 머금고 아시아나항공을 팔려고 내놨고요. 이때 마침 정부는 코로나19로 어려워진 항공사에 지원금을 줄 생각이었는데요. ‘잠깐, 둘이 합치면 앞으로 힘이 더 세질 테니 지원금을 덜 줘도 되잖아?’. 정부는 대한항공에 인수할 돈까지 빌려주며 팍팍 밀어줬어요. 

하지만 우리나라 1·2등 항공사 둘이 합친다는 말이 나오자 ‘1·2등이 합쳐서 시장을 꽉 잡으면(=독과점) 어쩌냐’는 걱정도 나왔어요.

그러게? 둘이 합쳐도 되는 거야?

그래서 ‘독과점인지 아닌지’를 따지는 심사가 아주 깐깐하게 진행되고 있어요. 비행기는 여러 나라를 돌아다니기 때문에 우리나라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뿐만 아니라 주요 14개 나라의 심사를 모두 패스해야 하는데요. 지금까지 걸어온 심사길 쭉 정리해보면:

  • 2022년 2월 공정위 심사 통과: 공정위가 내세운 조건을 지키기로 해서 심사는 통과됐어요. 그 조건은: ‘둘이 가진 저가항공사까지 다 합치면 국내 항공사 시장의 60%나 차지하게 돼. 합치면 전보다 비행기 덜 띄우고 노선 몇 개는 다른 국내 항공사에 넘겨.’

  • 2022년 12월 영국 심사 진행 중: 영국의 공정위인 경쟁시장청(CMA)의 추가심사도 조만간 통과할 것 같아요. 여기서도 조건이 추가됐어요: ‘런던 히스로 공항에서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이 쓰고 있는 비행 스케줄(=슬롯) 7개를 영국 항공사인 버진애틀래틱에 넘겨.’

  • 이제 남은 건 4번의 심사: 영국 심사가 끝나면 미국, 유럽연합(EU), 일본, 중국 딱 4곳의 심사가 남는데요. 영국이 내년 초에 최종 결정을 하기로 하면서, 나머지 심사에도 속도가 붙을 수 있다고. 하지만 이 중 한곳이라도 ‘통과 못 시켜줘’ 하면 인수는 물거품이 돼요. 

그런데 대한항공이 이렇게 조건을 주렁주렁 달아가면서 심사 통과하는 걸 두고 걱정도 나와요.

뭐가 걱정이라는 거야?

다른 나라들도 영국처럼 깐깐한 조건을 내걸면 우리나라 항공사의 경쟁력이 약해질 수 있다는 거예요. “둘이 합치고 싶으면, 비행 스케줄 넘겨!” 외국 항공사에 손님이 몰리는 알짜 비행 스케줄·노선을 내어주면 결국 매출이 떨어지는 등 세계 항공 시장에서 우리나라 항공사의 자리가 좁아질 수 있다는 것. 그렇다고 이제 와서 인수가 틀어지는 것도 위험해요. 2년 가까이 인수 심사를 받는 동안, 아시아나항공에서는 이미 많은 고객이 떠났기 때문. 그러면 비실해진 아시아나항공의 ‘새 주인 찾기’는 더 어려워질 거고요.

+ 내 마일리지는? 티켓값은?

마일리지는 통합될 것 같은데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의 마일리지 비율을 얼마로 따질지는 정하는 중이라고. 비행기 티켓값은 공정위가 ‘합치고 나서 10년 동안은 막 올리지 마!’ 조건을 걸어서 팍 오르지는 않을 것 같아요. 

#경제#세계경제#항공#공정거래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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