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

장애차별철폐의날과 탈시설

뉴니커, 몸을 움직이지 못한 채 종일 천장만 쳐다보다 하루가 끝나는 걸 상상해 본 적이 있나요? 먹고 싶을 때에 밥을 먹지 못해 허기를 참고, 가고 싶을 때 화장실에 가지 못하니 물 한 잔 마시는 것도 고민하는 삶은요? ‘이 정도면 감옥에 갇힌 거 아니야?’ 하는 생각 들 수도 있는데요. 시설에 사는 장애인은 오늘도 그렇게 살고 있어요.

시설이 뭔데?

장애인이 모여 사는 장애인 거주시설을 말해요. 요양병원이나 장애인 보호시설 등을 포함하고요. 시설에서는 집에서 혼자 살기 어려운 중증 장애인에게 요양·지원 서비스를 제공하는데요. 전국의 장애인 거주시설은 1535개이고 약 3만여 명이 여기에 살고 있어요. 등록된 중증 장애인이 약 99만 명인 걸 생각하면 100명 중 3명 정도가 시설에 살고 있는 것. 

시설에 사는 게 낫지 않나...?

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사실 이런 문제가 있어요:

  • 기본적 인권도 안 지켜져

  • 폭력에도 취약해

  • 당사자가 원한 게 아냐

기본적 인권도 안 지켜져

사생활이 없는 건 물론이고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 게 거의 없어요. 집단으로 사는 시설 특성상 거의 모든 생활에 관리와 통제가 따라오기 때문. 잠을 자거나 밥 먹는 시간도 정할 수 없고,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옷을 갈아입고 목욕하기도 한다고.

폭력에도 취약해

관리자의 폭행·학대 등을 겪기도 하는데, 도움을 요청할 창구도 제대로 마련돼 있지 않아요. 대구의 시립희망원에서는 폭행·감금 등이 일어나며 6년간 300명이 넘는 사망자가 발생했지만, 이 사실조차 6년이 지나서야 드러났고요.

당사자가 원한 게 아냐

인권위 조사에 따르면 중증 장애인의 약 60%가 자신의 의사와는 상관 없이 시설에 들어갔다고. 시설에서 나오지 않고 싶다고 말한 사람들도 그 이유로 ‘나가서 어떻게 살아야 할지 모르겠다’라거나 ‘자립할 자신이 없다’라고 말했어요. 시설이 좋아서라기보다 다른 선택지가 없는 것. 시설을 나올 수 있다는 걸 몰랐거나 생각조차 못한 사람도 꽤 됐고요.

그래픽: 본인이 결정할 수 있다면, 시설에서 나가서 살고 싶습니까?

그럼 어떻게 해야 하는데?

그래서 나오는 이야기가 시설을 나온다는 ‘탈시설’인데요. ‘시설에서 나오면 어디에서 사는데...?’ 지역 사회에서 자립해서 사는 거예요. 이게 왜 필요하냐면:

  • 장애인 권리 지킬 수 있어

  • 보호자의 부담 나눠 질 수 있어

장애인 권리 지킬 수 있어

탈시설한 장애인들은 ‘이제야 사람처럼 사는 것 같다’고 말해요. 느리고 힘들더라도 스스로 선택하면서 살게 됐다는 것. 실제로 탈시설한 장애인의 삶의 질이 높아지고, 행동이 나아진다는 연구 결과도 있어요.

보호자의 부담 나눠 질 수 있어

바람직한 탈시설은 장애인이 지역 사회의 도움을 받으면서 홀로설 수 있게 하는 거예요. 무작정 집으로 돌려 보내고 가족 등 보호자에게 돌봄을 책임지란 식이 아니라, 오히려 그 부담을 국가가 나눠 갖는 거라고. 

뜻은 좋은데... 좀 어려울 것 같기도 해

탈시설로 보호자의 돌봄 부담이 커질 수 있으니, 아직은 시설에서 사는 게 더 낫다는 사람들도 있어요. 하지만 정부와 지역 사회가 장애인에게 적절한 거주시설을 마련하고, 24시간 활동 지원 서비스를 제공하면 중증 장애인도 충분히 스스로 삶을 꾸릴 수 있어요. 예를 들어 스웨덴은 이미 2000년에 거의 모든 시설을 닫았는데요. 장애인을 위해 만들어진 주택과 돌봄 서비스를 제공해요. 미국·캐나다·일본 등 나라에서도 탈시설 프로그램이 마련되고 있다고. 

#인권#장애인

구독할 경우 개인정보 수집·이용광고성 정보 수신에 동의하게 됩니다.

더 편하게 보고싶다면? 뉴닉 앱에서 만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