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임신중단권 ‘로 대 웨이드’ 판결 번복 논란

한 시민이 "우리는 (임신중단이 불법이었던 때로) 다시 돌아가지 않을 것이다"라고 적힌 피켓을 들고 있어요. ⓒUSA TODAY NETWORK via Reuters

“내 몸은 내 것이다(My Body My Choice)”, “우리는 돌아가지 않는다(We’ll Never Go Back)”. 무슨 말이냐고요? 지금 미국에서 ‘임신중단(낙태)을 선택할 권리를 지켜달라’며 여성들이 거리로 나와 외치고 있는 말인데요. 미국에서 49년 만에 임신중단권이 사라질 위기에 처했거든요.

임신중단권이 사라진다니, 무슨 일이야?

미국에서 임신중단권을 인정한 역사적인 판결인 ‘로 대 웨이드’ 판결이 뒤집힐 수 있다는 얘기가 나왔기 때문이에요.

  • 로 대 웨이드: 1973년에 성폭행으로 원치 않는 임신을 하게 된 ‘로’가 임신중단을 거부당하자 주 정부에 소송을 건 사건이에요. 사건을 맡은 검사의 이름이 ‘웨이드’였고요. 미국에서 제일 높은 법원인 연방대법원은 로의 손을 들어주면서 ‘임신중단은 헌법이 보장하는 여성의 권리’라고 했어요. 이 판결 이후 미국에서는 임신중단이 합법이 됐고, 각 주 정부가 임신중단을 법으로 대놓고 막을 수 없게 됐어요.

미국에서 임신중단은 진보와 보수가 오랫동안 부딪혀온 이슈인데요. 보수 쪽은 ‘로 대 웨이드 판결 다시 해야 한다’고 주장해왔어요. 보수의 힘이 센 주는 임신중단을 더 어렵게 만드는 법도 만들었고요. 그런데 지난 2일, 연방대법원이 로 대 웨이드 판결을 뒤집기로 했다는 소식이 흘러나오며 시끄러워진 것. 작성 중인 판결문 초안이 언론을 통해 유출된 거예요.

헉... 그럼 임신중단이 금지되는 거야?

연방대법원은 언론에 스포된 문서가 진짜이긴 하지만, 아직 최종 결정이 나온 건 아니라고 했는데요. 만약 연방대법원이 정말로 ‘로 대 웨이드 판결은 무효다’라고 결론내리면, 임신중단이 금지될 수도 있어요. 50여 년간 미국에서 임신중단권의 근거가 됐던 판례가 깨지는 것이기 때문. 그러면 임신중단을 어떻게 할 건지는 각 주가 알아서 정하게 되는데요. 보수 공화당의 힘이 강한 20개 넘는 주에서는 임신중단이 사실상 금지될 거라는 예상이 나와요(그래픽). ‘로 대 웨이드 판결이 깨지면 즉시 임신중단을 금지한다’고 미리 주 법에 정해둔(=트리거 법) 주도 13개나 되고요.

임신중단이 금지되면 어떻게 되는데?

임신중단을 법으로 보호받기 힘들어져 어렵고 위험한 방법으로 임신중단을 하는 여성이 많아질 거라는 우려가 나와요. 임신중단이 허용된 주까지 이동해 원정 시술을 하거나, 그럴 사정조차 안 되는 청소년·이민자·흑인 등 취약계층 여성은 미숙련 시술자나 밀거래 약물 등으로 임신중단을 해야 하기 때문. 무엇보다 임신중단 금지는 여성에게서 자기 몸과 인생에 대한 결정권을 빼앗는 거라는 비판이 나와요. ‘미국의 여성 인권 수준이 50년 전으로 돌아가고 있다’는 말까지 나오고요.

바이든 대통령도 ‘임신중단권은 기본권’이라는 의견을 냈는데요. 임신중단은 미국에서 보수(공화당)와 진보(민주당)의 의견이 워낙 팽팽하게 맞서는 주제라, 다가올 11월 중간선거에서도 큰 영향을 미칠 것 같다고.

+ 우리나라는 어떤 상황이더라?

2019년 4월 헌법재판소에서 ‘임신중단처벌법(=낙태죄)이 헌법에 맞지 않는다(=헌법불합치)’는 판정이 나왔어요. 이 결정으로 2021년 1월부터 ‘낙태죄’는 사라졌는데요. 헌법재판소가 국회에 “임신중단을 어떻게 할지 법을 새로 만들라!”고 했는데, 국회가 손을 놓고 있는 바람에 혼란스러운 상황이 계속되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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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미국#인권#여성#임신중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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