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올림픽에서의 정치적 표현, 어떻게 생각해?

 

"뉴니커, 어떻게 생각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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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에서의 정치적 표현, 어떻게 생각해?" 

닷새 전 막을 올린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올림픽이 시작되고 편파 판정으로 논란이 되고 있는데요. 사실 이번 올림픽은 시작 전부터 말이 많았어요. 중국 신장 위구르 자치구의 인권 문제 때문. 위구르족은 중국으로부터 독립을 하려 한 소수민족인데요. 이전부터 중국이 이들을 강제수용소에 가둬 언어와 문화를 탄압하고, 강제 노동을 시키는 등 인권을 침해하고 있다는 얘기가 나왔어요. 이 때문에 미국, 영국, 일본 등은 올림픽에 선수단만 보내고 정부 관계자는 보내지 않는 외교적 보이콧을 하기도 했고요. 하지만 중국의 입장도 여전히 단호해요. 올림픽에서는 정치적인 표현을 할 수 없다는 규칙을 강조하며, 올림픽 시작 전부터 선수들에게 경고장도 날렸다고.

🍕1. 왜 올림픽에서 정치적인 표현 못 하는데?

바로 헌장 50조 2항 때문이에요. 올림픽은 전 세계가 함께 하는 큰 규모인 행사인 만큼, 각 나라에 있는 헌법처럼 헌장을 통해 규칙을 딱 정해두고 있는데요. 해당 조항은 “올림픽이 열리는 곳에서 모든 종류의 시위와 정치적·종교적·인종적 선전을 금지한다”라고 하고 있어요. 패럴림픽 헌장에도 같은 조항이 있고요. 

다만 정확하게 딱 어디서부터 어디까지가 올림픽에서 하면 안 되는 정치적 표현인지 선을 긋거나 예를 들어두지는 않았는데요. 누군가가 한 말이나 행동이 올림픽 헌장 50조 2항에 어긋나는 거 같다면 국제올림픽위원회(IOC)에 문제를 제기할 수 있어요. 그러면 IOC는 그 표현을 살펴보고 그게 올림픽 헌장을 어긴 것인지 판단해요. 어겼다고 판단되면 어떤 처분을 내릴지도 결정하고요. 누가 문제를 제기하기 전에 IOC가 먼저 특정한 말이나 행동을 지적하고 나설 때도 있어요.

그동안 정치적인 표현이라는 이유로 올림픽에서 논란이 되었던 말과 행동을 구체적으로 살펴보자면:

  • 독도는 우리 땅: 2012 런던올림픽에서 우리나라 축구 국가대표 박종우 선수가 ‘독도는 우리 땅’이라고 적힌 종이를 들고 경기장을 달렸어요. 일본과의 동메달 결정전에서 이긴 뒤 관객이 던진 종이를 주워들고 세레모니를 한 건데요. IOC는 이것이 정치적 표현에 해당한다고 보고 박종우 선수에게 동메달을 주는 것을 미루기로 했어요. 이후 박종우 선수는 IOC 징계위원회를 거쳐 메달은 지켜냈지만, 국제축구연맹(FIFA)으로부터 징계를 받았고요.

  • 머리 위로 X 표시: 지난 2020 도쿄올림픽에서 미국 투포환 국가대표 레이븐 손더스 선수가 은메달을 딴 뒤 시상대에서 머리 위로 양 손을 뻗어 ‘X’자를 그려보였어요. 그런 행동을 한 이유를 묻자, 손더스 선수는 흑인, 성소수자 등 억압받는 사람들을 위해서 그런 거라고 답했고요. IOC는 손더스 선수가 시상대 위에서 한 행동이 올림픽 헌장 50조를 위반했다며, 미국올림픽위원회(USOPC)가 손더스 선수를 징계해야 한다는 의견을 밝혔는데요. USOPC는 IOC와 달리 “시상대에서 혐오를 표출한 게 아닌 이상 표현의 자유를 행사한 선수를 징계하지 않을 것이다”라고 얘기했어요.

  • 마오쩌둥 배지: 지난 도쿄올림픽에서 중국 사이클 국가대표 바오산쥐 선수와 중톈스 선수가 금메달을 따고 시상대에 마오쩌둥의 머리 모양이 그려진 배지를 달고 올라왔어요. 마오쩌둥은 중국의 초대 주석인데요. 이런 정치인 배지를 단 건 정치적 중립을 어긴 거라는 논란이 일었어요. 하지만 IOC는 중국이 해명을 했고 앞으로는 이런 일이 없을 거라고 했다며 넘어갔어요.

  • “신에게는 아직 5천만 국민들의 응원과 지지가 남아 있사옵니다”: 지난 도쿄올림픽 때, 대한체육회에서 “신에게는 아직 5천만 국민들의 응원과 지지가 남아 있사옵니다”라고 적힌 현수막을 준비해 우리나라 선수촌에 걸어두었어요. 이 문구는 이순신 장군이 일본을 상대로 한 명량 해전을 앞두고 했던 말로 알려진 “신에게는 아직 12척의 배가 남아 있사옵니다”를 응용한 것이었는데요. 일본 측은 “반일 메시지가 담긴 해당 문구는 정치적 중립을 위반한 것”이라며 현수막을 문제 삼았어요. IOC에서는 이런 문제 제기를 받아들여 현수막을 내리라고 했고, 결국 이 현수막은 철거됐어요.

🍕2. 언제부터 이런 거야?

올림픽 헌장 50조 2항이 생긴 배경에는 1968년 멕시코시티 올림픽 시상대에서 고개를 숙이고 주먹을 들어 보인 두 선수가 있어요. 당시 올림픽에 나갔던 미국의 육상 국가대표 토미 스미스 선수와 존 카를로스 선수는 200m 경기에서 각각 금메달과 동메달을 따고 시상대에 올랐는데요. 두 선수는 인종차별에 항의하는 의미로 검은 장갑을 끼고 한쪽 주먹을 들어 올렸어요(사진). 

흑인 인권 운동에 유난히 가혹한 태도를 보였던 당시 IOC는 스미스 선수와 카를로스 선수에게 무거운 징계를 내렸어요. 두 선수를 더 이상 올림픽에 나올 수 없게 한 것. 이후 1974년에는 올림픽 헌장에 ‘경기장에서 정치적 모임이나 시위를 해서는 안 된다’라는 조항이 들어갔어요. 이것이 1975년에 개정되면서 지금의 올림픽 헌장 50조 2항에 가까운 모습이 됐고요.

시간이 흐르면서 올림픽 헌장 50조를 적용하는 기준도 조금은 달라졌는데요. 대표적인 예로, 지난 도쿄올림픽에서는 이 규정을 조금 완화해서 적용하기도 했어요. 이전에도 규정을 완화해서 적용한 적이 있지만 이렇게 공식적으로 밝힌 건 도쿄올림픽이 처음이었고요. 덕분에 선수들은 경기 중이나 시상대 위가 아닌 기자회견장이나 인터뷰, 자신의 SNS 등에서는 공개적으로 자신의 의견을 표현할 수 있게 됐어요. 경기가 시작되기 전 선수 개인이나 팀을 소개할 때도 의사를 표시할 수도 있었고요. 이에 지난 도쿄올림픽에서 몇몇 선수들은 인종차별에 반대하는 의미로 경기 전에 무릎을 꿇기도 했어요. 50여 년 전 검은 장갑을 낀 주먹을 들었다는 이유로 징계를 받은 것과 달리 징계도 받지 않았고요. 하지만 규정이 약간 부드러워진 것일 뿐, 큰 틀에서 정치적 표현을 금지한다는 원칙은 여전히 유지되고 있어요.

🍕3. 정치적 표현, 왜 못 하게 하는데?

정치적 표현이 올림픽의 목적 달성에 방해가 된다는 의견이 있어요. 올림픽은 어떤 차별도 없이 스포츠를 통해 더 평화로운, 더 나은 세계를 만들어가는 걸 목표로 하는데요. 정치가 끼어들면 이익 다툼이 생겨 이런 올림픽의 목표를 이루지 못하게 된다는 것. 올림픽위원장 토마스 바흐도 “올림픽의 목적은 최고의 운동선수들을 평화로운 경쟁 속에서 하나로 만들고, 어떤 정치적 갈등이라도 넘어서는 것”이라고 말했어요. 그러면서 이는 “올림픽이 정치적 목표를 이루기 위한 수단이 되지 않을 때만 달성할 수 있다”라고 덧붙였고요.

경기를 있는 그대로 즐기려는 사람을 방해하면 안 된다는 얘기도 나와요. 경기장에 들어가려면 입장권을 사야 하잖아요? 돈을 내고 간 관중뿐 아니라 각 나라에서 모인 선수들도 경기를 즐기려고 모인 건데요. 정치적 표현으로 이를 방해해서는 안 된다는 거예요.

🍕4. 그럼 할 수 있게 해야 한다는 사람은 없어?

올림픽에서 정치적 표현을 금지하는 건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과한 규제라는 의견이 있어요. 표현의 자유는 인간이라면 누구나 갖는 권리이기 때문이에요. 스포츠 경기가 열리는 곳이라고 해도 인간의 기본적인 권리를 제한해서는 안 된다는 거고요. 특히 정치적 표현을 막는 것은 세상의 불평등과 폭력에 동조하게끔 하는 일이라는 목소리도 나와요. 평등하지 못한 세상에서 중립을 지키라는 건 불평등을 받아들이라는 것과 같다는 거예요.

스포츠 무대에서 인종차별·성차별·전쟁에 반대한다는 등의 정치적 표현을 해서 더 평화로운 세상을 만들겠다고 하는 선수들도 있는데요. 실제로 운동선수의 말 한 마디 덕분에 전쟁이 멈춘 적도 있어요. 그 주인공은 바로 코트디부아르(지도)의 축구선수 디디에 드록바. 2006년, 내전 중이던 코트디부아르는 드록바의 눈부신 활약에 힘입어 사상 처음 월드컵 본선에 진출했어요. 이 역사적인 순간, 드록바는 카메라 앞에 무릎을 꿇고 코트디부아르 사람들에게 간절하게 부탁했어요. “우리 적어도 일주일만이라도 무기를 내려놓읍시다.” 그리고 마법 같은 일이 일어났어요. 정말로 일주일 동안 전쟁이 멈춘 것. 이후 2007년에는 평화협정까지 맺어졌고요.

🍕5. 올림픽 경기 말고 다른 스포츠 경기도 다 똑같아?

비슷해요. 구체적인 규정은 조금씩 다르지만, 스포츠 행사에서 정치적 표현은 대부분 금지되어 있어요. 먼저 축구 월드컵을 주관하는 국제축구연맹(FIFA)도 경기장 안에서의 정치 및 종교 행위를 엄격하게 금지해요. 정치적 문구가 들어간 옷을 입어도 안 되고, 관련한 구호를 외쳐서도 안 되는데요. 한 가지 정치 분야에서만큼은 표현의 자유를 인정해주고 있다고. 바로 ‘보편적 인권’. 특히 인종차별을 없애는 데는 축구가 긍정적인 영향을 많이 끼칠 수 있다고 생각해서 경기 전에 관련 선서를 의무화하는 등의 노력을 하고 있어요.

세계적인 테니스 대회인 호주 오픈도 정치적 표현을 금지하고 있는데요. 올해 열린 호주 오픈에서 이와 관련한 논란이 있었어요. 관객들이 ‘펑솨이는 어디에?’라고 적힌 티셔츠를 입고 현수막을 들고 있었는데, 이를 호주 오픈 측이 막았거든요: “호주 오픈은 대회장에서 정치적 구호를 금지한다.” 

펑솨이는 중국의 테니스 선수인데요. 작년 11월 자신의 소셜 미디어에 중국 전 고위 공무원에게 성폭력 피해를 당했다고 폭로했어요. 이후 행방이 묘연해지면서 실종설이 돌았고요. 이 사건 때문에 호주 오픈 경기장에 펑솨이의 이름이 적힌 티셔츠가 등장한 거예요. 이후 대회장에서 펑솨이 티셔츠를 금지한 것에 대한 비난 여론이 거세지자, 호주테니스협회장은 대회 진행에 방해가 되지 않는다면 티셔츠 착용은 가능하다고 말했어요.

🍕6. 누가 요약 좀

  • 올림픽 경기가 열리는 곳에서는: 어떤 시위도, 정치적·종교적·인종적 표현도 할 수 없다.

  • 정치적 표현 못 하게 하는 이유는: 올림픽의 목표를 이루는 데 방해가 돼, 경기를 오직 경기로만 즐기려는 사람에게 피해를 끼쳐.

  • 할 수 있어야 한다는 이유는: 정치적 표현을 금지하는 건 표현의 자유를 해치는 거야, 스포츠 경기에서의 정치적 표현이 평화로운 세계를 만들 수도 있어.

  • 다른 스포츠 행사는: 올림픽과 비슷하게 정치적 표현을 제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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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견은 2월 15일 월요일 밤 11시 59분까지 얹을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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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같은 맥락의 주장이 여러 번 적혀있어서 아쉬웠어요.


'이번 피자스테이션을 보고 생각이 바뀌었나요?'라는 질문에는 총 137명이 답변해줬어요.

  • 입장이 바뀌지는 않았지만, 생각이 넓어지는 계기가 됐어요 (74명, 64.9%)

  • 다양한 의견을 보며 입장이 바뀌었어요 (31명, 27.2%)

바뀌지 않았어요 (9명, 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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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문화#스포츠#2022 베이징동계올림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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