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

고 최숙현 선수 & 체육계 가혹행위

트라이애슬론* 국가대표 출신 23살의 고 최숙현 선수. 가혹행위에 시달리다, 지난주 극단적 선택을 한 최 씨의 사연이 국민의 분노를 샀는데요. 무슨 일이 있었던 거고, 체육계에서 가혹행위가 반복되는 이유와 앞으로의 과제가 뭔지 정리해봤습니다. 

* 트라이애슬론(Triathlon): 한 선수가 수영, 사이클, 마라톤 3종목을 연이어 하는 철인3종경기. 우리나라에서는 대한철인3종협회가 담당해요.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 2017년: 청소년 국가대표 출신의 유망주인 최 씨가 경주시청 팀에 들어갔어요. 이후 팀 관계자들로부터 폭행과 욕설 등 가혹행위에 시달렸고요. 
  • 2019년: 체중 관리기간에 음식을 몰래 먹었다는 이유로 ‘팀 닥터’에게 20분 넘게 폭행을 당했어요. 최근에 당시 녹취록도 공개됐습니다
  • 올해 1월: 동료 선수들과 함께 감독과 팀 닥터·선배 선수를 경찰에 고소했지만, 이들은 변호사를 선임하고 조직적으로 대응해 결국 동료들이 소송을 포기했어요.
  • 올해 3월: 소속 팀을 부산시체육회로 옮기고 경주시청팀 관계자들을 다시 고소했지만, 이들은 혐의를 부인했어요.
  • 올해 4월: 대한체육회 스포츠인권센터와 대한철인3종협회에 신고했지만, 달라진 건 없었어요.
  • 올해 6월: 철인3종협회에 진정을 낸 지 일주일 만에 극단적 선택을 했어요. 
  • 현재: 경주시청 감독은 폭행 혐의를 부인하고 있고, 팀 닥터는 자취를 감췄어요. 이들을 처벌해달라는 청와대 국민청원에는 10만 명 넘게 서명한 상태. 

 

예전에도 있었던 것 같은데... 왜 자꾸 일어나는 거야?

전문가들은 체육계에서 가혹행위가 반복되는 이유로 크게 3가지를 지적해요. 

1. ‘슈퍼 갑’ 지도자 & 성적 지상주의: 지도자는 선수의 성적과 진로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선수들은 지도자에게 전적으로 의존하는 경우가 많아요. 그런데 체육계에서는 한 다리 건너면 다 아는 사람이라, 스스로 묵인하는 경우가 많다고. 또 결과만 중시하다 보니, (성)폭행 사실을 부모가 알고도 성적만 잘 나오면 모르는 척 넘어가는 경우도 있었고요.

2. 선수 보호할 장치 부족: 대한체육회는 ‘스포츠 인권센터’를 두고 있지만, 서울 한 곳에만 있어요. 지방에서 가혹행위를 당하면 신속한 대처를 기대하기 어려운 것. 또 조재범 전 쇼트트랙 코치의 사건 이후, 인권 상담센터가 설치됐지만 현역 국가대표만 이용할 수 있다고.

3. 제 식구 감싸기: 가해자에 대한 징계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요. 실제로 팀에서 가혹행위를 당한 선수들이 고소하려다가도, 처벌 없이 자기 선수 생활만 끝날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에 고소를 포기했다고. 체육계는 미투 운동 이후, 정부는 성폭력 등 스포츠 4대악에 무관용 원칙을 적용하겠다고 했는데요. 조사 결과, 비리를 감시해야 할 문화체육관광부도 비리가 확인됐는데 징계 없이 넘어가는 경우가 많았다고. 스포츠인권센터에서 징계한 비율도 65%에 그쳤고요

 

이제 어떻게 되는 거야?

일단 팀 감독은 폭행·아동학대 혐의로 검찰에 넘겨져 수사가 진행 중인데요. 검찰 수사와는 별개로 철인3종협회에서 오늘(6일) 위원회를 열어요. 수사 결과가 나오지 않아도 규정을 어긴 게 확인되면 징계를 내릴 수 있고요. 다른 선수들도 오늘 기자회견을 열어 추가 피해 사실을 밝히기로 해서, 가해자가 더 나올지 지켜봐야 해요.

+ 또 다른 피해자 막기 위한 새로운 법안 📜

체육인의 인권을 보호하기 위한 법안이 다음 달부터 시행돼요. 내용은 크게 2가지:

  • 독립기구: 인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징계를 심의해오던 곳이 별도 기관으로 독립해요. 문화체육부 장관과 체육계 인사들이 친밀해 징계를 봐줄 수도 있다는 비판이 있었다고
  • 운동선수보호법: 지도자가 선수에게 폭행 등을 가하면, 지도자 자격이 정지되고 폭력 예방 교육을 받아야 해요. 하지만 ‘팀 닥터’처럼 지도자가 아닌 사람은 처벌할 근거가 없다는 한계가 있어요.

 

+ ‘팀 닥터’인데 의사는 아니다? 🤔

팀 닥터는 선수의 건강을 책임지는 의료진을 말하는데요. 경주시청 팀의 팀 닥터는 ‘운동처방사’로 임시 고용됐는데요, 알고 보니 의사 면허는 물론, 다른 면허도 없었대요. 그러면서 매달 선수 1명당 최대 100만 원까지 받았다고. 경주시는 해당 팀 닥터를 폭행·의료법 위반 등 혐의로 고발하기로 했어요.

 

#사회#인권#문화체육관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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