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

서울대 청소노동자 과로사

재작년 여름, 34도가 넘는 무더위에 서울대학교에서 일하던 한 청소노동자가 숨진 채 발견됐어요. 그가 세상을 떠난 곳은 한 평짜리 휴게실. 폭염 속에 창문도, 에어컨도 없는 열악한 환경이었는데요. 논란이 커지자 노동부는 서울대에 휴게실 환경을 개선하라고 권고했고, 학교 측은 휴게실을 넓히고 에어컨을 다는 등의 조치를 취했어요. 그렇게 서울대 청소노동자들의 업무환경은 나아지는 것처럼 보였는데요. 2년이 지난 올해 6월 27일, 또 다른 청소노동자가 서울대 휴게실에서 숨진 채 발견됐어요.

 

비슷한 일이 또 일어났다고?

맞아요. 이번에 숨진 이 씨는 기숙사에서 일하던 청소노동자인데요. 사인은 심근경색으로, 과로 때문에 생기는 대표적인 질병이에요. 이 씨와 같이 일하던 동료들은 일이 너무 힘들었다고 밝혔는데요: “특히 이 씨가 일하던 기숙사에는 엘리베이터도 없어서 계단으로 100리터짜리 쓰레기 봉투를 매일 6~7개씩 옮겨야 했다.” 여기서 끝이 아니에요. 평소 관리자의 심한 갑질에도 시달렸다는 주장이 나왔거든요.

 

어떤 일을 당했길래? 

기숙사 관리팀장의 무리한 지시때문에 스트레스가 심했다고. 

  • 강제로 쪽지시험 보게 했다: 청소 업무와 아무 상관없는 쪽지시험(사진)을 매주 봐야 했어요. 기숙사 건물이 언제 지어졌는지, 건물 이름을 영어나 한자로 어떻게 적는지 등에 답해야 했는데, 점수가 낮으면 망신을 당하기도 했다고.

  • 옷 입는 것도 간섭했다: 몸 쓰는 일이 많은 청소노동자들은 주로 일하기 편한 옷을 입고 다니는데요. 회의할 때는 남방·구두를 착용하라는 요구를 받았어요. 서울대 측은 “퇴근복을 입고 오라는 의미였다”고 해명했지만, 출퇴근 시에도 편한 옷을 입고 다니는 청소노동자들에게는 무리한 요구였다고.

 

너무하네. 이제 어떻게 되는 거야?

직장 내 괴롭힘이 진짜 있었는지, 있었다면 얼마나 심했는지에 대한 조사가 시작될 예정인데요. 누가 조사할 건지를 두고 서울대와 유족 입장이 갈렸어요.

  • 서울대 “우리가 조사할게”: 총장이 직접 입장문을 내고 애도의 뜻을 전하며, 교내 인권센터에 조사를 맡기겠다고 했어요. 조사를 하는 동안 직장 내 괴롭힘을 했다고 알려진 관리팀장은 업무를 할 수 없게 했고요.

  • 유족 측 “전문가랑 같이 조사해야 해”: 학교 측이 직접 조사하면 공정한 결과가 나오지 않을 수 있다며, 노동조합이나 과로사 등 산업재해를 잘 아는 전문가도 함께 조사에 참여해야 한다고 목소리 내고 있어요.

 

조사를 시작한 서울대는 결과가 나올 때까지 유족이 원하는 공식사과는 할 수 없다고 밝혔는데요. 이에 서울대 학생들까지 학교를 비판하고 있어요. 노동자의 인권을 보장하라며 서명운동도 하고 있고요. 청소노동자의 휴게 공간을 보장해달라는 국민청원에 20만 명이 넘게 동의하는 등 학교 밖에서도 노동자 인권을 보장해야 한다는 움직임이 계속되고 있다고.

#노동#인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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