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단지 500장, 하버드 기숙사 침투 작전
작성자 빈센트
스타트업 생존기
전단지 500장, 하버드 기숙사 침투 작전
작년 봄, 2개월 동안 보스턴으로 출장을 간 적이 있다.
출장의 목적은 하버드 대학교 앞 신규 오피스 런칭이었다. 오피스를 정식으로 열고 오프라인 액션을 진행하며, 하버드 학생 대상 링글 홍보와 튜터 채용까지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를 만드는 것이 계획이었다.
그런데 예상치 못한 문제가 생겼다. 보스턴 시의 최종 허가 절차가 예상보다 늦어지면서 정식 오픈 일정이 뒤로 밀리게 된 것이다. 출장은 회사 입장에서 하루하루가 큰 비용이다. 가만히 앉아서 기다리고 있기가 너무 불편했다. 허가가 떨어지기만을 기다릴 수는 없었다. 그래서 함께 출장을 갔던 팀원과의 논의 끝에 결론을 내렸다.
일단 나가서 발로 뛰자
참고로 하버드에는 총 12개의 기숙사가 있다. 호그와트처럼 2학년 때 기숙사를 배정받으면 졸업할 때까지 쭉 그 곳에서 생활한다. 즉, 기숙사를 뚫으면 하버드 학생 대다수가 속해있는 커뮤니티를 뚫을 수 있다는 뜻이다.
평소 친하게 지내던 하버드 학생의 학생증을 반나절 동안 빌려 최대한 많은 기숙사를 돌아다니는 계획을 세웠다. 각 방 문 틈에 오피스를 홍보하는 전단지를 밀어 넣고, 게시판에 붙이고, 문 사이에 종이가 끼워질 만한 공간이 보이면 모두 밀어 넣었다.
문틈에 전단지를 끼우다가 학생이 문을 열고 나와서 서로 눈이 마주친 난감한 상황도 있었다.
그때는 모든 게 절박했다. '출장까지 갔는데 뭐라도 해야 한다' 는 마음에 극한의 아이디어를 실행했다. 전단지를 들고 하버드 기숙사를 누비는 동안 '평소였다면 생각조차 하지 않았을 일을 하고 있다'는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헛웃음이 났고 팀원과 눈이 마주칠 때마다 그저 웃었다.
전단지(Flyer) 플레이를 통해 배운 것이 있다면
✅ 미국 대학가 전단지는 굉장히 촌스럽다. 무조건 크고 눈에 잘띄는 원색으로!
✅ 가입 QR 코드는 반드시 첨부하자
✅ 행동 유도(Call-to-Action): 간결/명확한 메시지
✅ 무료 혜택 / 시간 제한 등의 메시지 강조
사실 투자한 노력과 시간에 비해 결과는 그닥 좋지는 못했다. 우리처럼 전단지를 문 앞에 꽂아두는 곳들이 많았고, 대부분 다 버리거나 주의깊게 보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적어도 후회는 없다. 진짜 해볼거 다 해봤다는 확신은 조금 생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