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지 않는 손
작성자 encarta
HR
보이지 않는 손
김승연은 올해도 자신이 속한 팀에서 최선을 다했다. 팀의 유일한 스태프로서 늘 변화와 요청이 많은 업무를 원활하게 진행하며 일정에 맞춰 성과를 도출했다. 그는 파트 간의 조정을 맡아 의견 충돌을 중재하고, 팀장에게 필요한 조언을 제공하며 팀의 전반적인 방향을 객관적으로 파악할 수 있도록 도왔다. 이 모든 과정은 그가 가진 전문성과 성실함의 증명이었다.
1차와 2차 평가에서는 이를 그대로 인정받았다. A 부사장은 그에게 평가 점수 "나" 를 주었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그의 평가 점수가 최종 결과에서 "다"로 하향 조정된 것을 알게 되었을 때, 그는 혼란에 빠졌다.
"3차 평가라니요?"
그가 팀장에게 물었을 때, 팀장은 단순히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나는 조정될 줄 몰랐어. 게다가 이미 팀 전체의 평가 비율은 맞춰서 보냈는데…”
김승연은 회사의 공식 인사 시스템에서는 1차와 2차 평가가 전부라고 알고 있었다. 그런데 이번 결과를 통해 3차 평가라는, 또 다른 조정 단계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게다가 이런 단계가 개인의 평가에 얼마나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해 아무도 명확히 알려주지 않았다.
"왜 하필 나인가?"
자신의 평가가 하향 조정된 이유를 찾으려 해도 실마리가 없었다. 한편으로는 팀장이 자신에게 별다른 설명이나 지원을 하지 않은 것이 섭섭했다. 팀장은 이미 모든 팀원의 평가를 받아 정리했으면서도, 왜 김승연의 평가 결과가 조정되는 과정을 챙기지 못했을까?
혹은, 팀장은 3차 조정이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음에도 이를 간과했을지도 모른다. 김승연은 스스로를 설득하려 했다. 어쩌면 조직 내에서 단순한 우선순위의 문제였을지도. 하지만 그 어떤 이유든, 결국 피해는 고스란히 본인에게 돌아왔다.
자신의 이름을 걸고 일한다는 것
그날 밤, 김승연은 깊은 고민에 빠졌다. 회사가 아무리 월급을 주고, 성과를 평가한다고는 하지만, 결국 자신의 커리어를 책임지는 것은 자신뿐이라는 사실을 다시금 깨달았다.
“이건 경고다.” 그는 중얼거렸다.
회사가 자신을 완벽히 이해하고 인정해 주기를 바라는 것은 현실적이지 않았다. 오히려 자신의 이름을 브랜드로 만들어, 회사 밖에서도 가치를 증명할 수 있는 자신만의 사업을 준비해야겠다고 결심했다. 회사가 언제든 자신을 어떻게 평가하든, 그 평가가 그의 존재와 가치를 결정짓지 못하도록.
그는 커피잔을 집어 들며 다시 다짐했다.
"나는 회사의 부속품이 아니다. 회사는 나의 자산 중 하나일 뿐이다.이제부터는 매일매일이 실행이다"
김승연은 내일도 출근할 것이다. 하지만 그는 더 이상 단순히 월급을 받는 직장인으로만 남지 않을 것을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