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에게도 온보딩이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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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리더스포텐

리더다움이 필요한 리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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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aderspot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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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입사한 신입에게 정성스럽게 기획한 웰컴키트를 선물하는 회사가 늘어나고 있습니다. 애사심을 갖고 오래 다녀달라는 간절함이 그만큼 큰 거겠죠. 반면에 처음 리더가 된 사람에게는 그렇게까지 해주는 회사는 거의 없을 겁니다. 승진자는 이미 회사에 최적화된 충성인재들이라서 그럴까요? 신입도 귀한 몸이지만, 그들의 성장과 리텐션은 리더에게 달려 있습니다. 신입에게는 연수원에서 받는 교육보다 현장에서 체감하는 일하는 문화와 리더십이 훨씬 큰 영향을 줍니다. 그렇다면 회사는 리더십에 더 투자하는 게 스마트한 거 아닐까요? 

한국 거의 모든 회사는 고성과자를 승진시키고 있습니다. 승진자 중에는 리더십 훈련이 전혀 되어 있지 않은 경우가 대다수일 겁니다. 그나마 시스템이 잘 갖춰진 큰 회사는 주기적으로 신임 팀장·임원 교육을 ‘돌립니다.’ 문제는, 현실적으로 일회성으로 진행되는 경우가 많고, 콘텐츠도 전반적으로 사측 전달 사항에 많이 치우칠 수밖에 없다는 점입니다. CEO 메시지, 경영 방침, 트렌드와 경쟁 현안, 사고 예방 지침 등을 전달하기에도 빠듯한 게 현실이죠. 초보 리더에게 진짜 필요한 리더십 교육은 양념처럼 들어가 있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있다고 해도 ‘MZ세대 소통법’ 같은 식이죠. 초보 리더가 겪는 어려움과 스트레스를 커버하기에는 역부족일 수밖에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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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그림 중 A는 고성과자가 리더로 발탁되는, 대부분 경우를 보여줍니다. 문제는 ‘성과 내는 능력’과 ‘리더십’은 엄연히 다른 능력이라는 사실입니다. 굴지의 대기업에서 인정받던 유능한 여성 엔지니어 X가 있었습니다. 팀원 시절 행복한 프로페셔널이었던 그녀는 갑자기 팀장이 되고 나서부터 자신이 무능하다는 스트레스에 시달리게 되었습니다. 자기가 생각하는 ‘맞는’ 방식과 팀원들이 ‘바라는’ 방식이 다른데 접점을 찾지 못했죠. 게다가 주어진 일에만 몰두하는 스타일이었던지라 사내 정치라는 게 있는 줄도 몰랐고요. 팀 리딩에 문제가 생기다 보니 전체 성과도 기대치보다 저조해질 수밖에 없었죠.

직무 성과로만 줄 세우는 회사에서 승진할 자리는 어차피 한정되어 있습니다. A처럼 접근하면 X씨와 같이 직무 정통 일잘러 중에서만 리더가 나오게 되겠죠. 상사에게 이쁨받는 사람만 큰다는 인식이 팽배하기 쉽습니다. 그런 조직에서는 고과가 뒤떨어지면 성장 기회 자체가 없는 겁니다. 이 회사에서 내가 뭔가 역할을 할 수 있고 클 수 있다는 비전이 생길 수가 없는 거죠. 잠재력 있는 사람들의 성장 의지가 그만큼 꺾이게 됩니다.

B는 고성과자를 바로 리더가 되게 하는 게 아니라, 온보딩 과정에서 리더십을 기른 사람을 발탁하는 방식입니다. 거기서 끝나지 않고 리더로서 역할을 하는 동안에도 꾸준히 관리하는 방식이죠. B는 리더십에 대한 확고한 철학이 있어야 가능합니다. 프로페셔널 즉 전문가 역량과 리더십 역량은 근본적으로 다르다는 인식이 반드시 선행되어야 합니다.

‘실무를 못 하는데 무슨 리더십이 생기겠냐’는 의문이 들 수 있죠. 의외로 리더십은 실무 적성과 별로 관련 없습니다. 또 다른 굴지의 대기업에 신입사원으로 입사해 사장까지 지낸 어떤 분이 공개적으로 회고한 이야기입니다. 그분은 주니어 시절 뚜렷한 적성이 없어 회사를 그만둬야 하나 고민했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회사는 끊임없이 국내외 다양한 일을 경험할 기회를 주었다고 하네요. 어느 날 문득 돌아보니 관리자로서 신임받으며 성장 중인 자신을 발견하게 되었다는 겁니다. ‘아, 적성 검사 때 나오지 않은 내 적성이 리더십이었나?’ 그 회사는 당장의 고과나 적성 검사 결과에 갇히지 않고, 사람을 꾸준히 길러야 한다는 분명한 철학이 있었던 거예요. 바꾸어 말하면 ‘크게 성장할 수 있는 사람을 지레 포기하지 않아야 한다’는 철학인 거죠.

B처럼, 꼭 고성과자가 아니더라도 리더로 성장할 기회를 모두에게 열어놓는 일종의 ‘온보딩’ 단계를 둔다는 것은 결국 준비된 예비 리더 풀을 만드는 것입니다. 더 많은 사람이 ‘준비된 리더’가 되는 거죠. 리더십 공부를 함께 하고 공감대를 넓히는 경험을 많이 했기 때문에, 실제 리더로 발탁되지 않은 사람이라도 책임감과 로열티가 더 올라가지 않을까요?

이쯤 되면 ‘도대체 그래서 리더십이 뭔데?’라는 질문이 들 수 있습니다. 하지만 리더십이라는 것은 특정한 스킬셋(skill set)의 합이 아닙니다. 직무 적성 관점에서는 잘 파악되지 않을 수밖에 없습니다. 게다가 인격적 측면까지 포괄하기 때문에, 단시간 내에 찾아지거나 길러지기 어려운 속성이 있습니다. 그래서 ‘리더십이란 무엇이다’라고 틀에 가두고 시작할 것이 아니라, 각자 스스로 자기 안에서 좋은 싹을 찾아 길러낼 수 있게 기회를 제공하는 접근법이 더 ‘리더십 친화적’인 방법입니다. 직급 직책 고과와 상관 없이, 배우고 싶은 사람 누구나 환영하세요. 대신 몰입적이고 집중적인 학습이 되도록 콘텐츠 퀄리티 관리에 공들여야 합니다. 처음에는 교육 참가자가 그렇게 많지 않을지도 모릅니다. 리더십에 관심 많고 의욕적인 소수가 참가하겠죠. 하지만 ‘자발적으로 모인’ 이런 사람들은 어떤 교육 못지않게 진지하고 좋은 분위기를 만들 가능성이 높습니다. 다양한 직급과 연령들이 모여 리더십 열공하는 풍경을 한번 상상해 보세요.

그러면 온보딩 프로그램에서는 어떤 학습 기회를 제공해야 할까요? 요즘은 무료나 저비용으로도 얼마든지 리더십을 기를 수 있는 리소스가 많습니다. 단지 스마트하게 활용하는 법을 모를 뿐입니다. 꼭 돈이 많이 드는 것도 아닙니다. 차세대 리더 풀을 늘리는 가성비 온보딩용 아이템으로 필자는 (1) 평전을 이용한 북클럽, (2) 리더의 세계관을 배울 수 있는 프로그램을 권하고 싶습니다.

(1) 평전 북클럽에 대해

조선 임금이 신하들과 리더십을 공부하는 제도였던 ‘경연’에서 즐겨 읽힌 장르가 바로 역사입니다. 그들은 역사를 리더십에 대한 케이스 스터디로 이해했습니다. 이런 관점으로 요즘은 다양한 역사책도 좋지만 평전을 이용할 수 있습니다. 평전은 기본적으로 특정한 관점으로 본 인물의 행적을 사실에 입각해 서술하는 장르입니다. 평전 독서는 리더십을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게 해주고, 배울 점과 반면교사 삼을 점을 스스로 깨닫는 좋은 기회가 됩니다. 분야별 인물 평전이 나와 있으므로 다양한 상황에 대한 케이스 스터디도 되고, 토론형 북클럽으로 운영하기도 좋습니다. 평전을 통해 자신에게 맞는 리더십 롤모델을 찾을 수 있다는 것도 큰 장점이죠. 운영에도 큰 부담이 없습니다. 책과 코디네이터(또는 튜터)만 있으면 되니까요.

(2) 리더의 세계관을 배울 수 있는 프로그램에 대해

세계관이란 당면한 상황을 해석하는 틀을 말합니다. 반드시 책으로만 배울 수 있는 건 아닙니다. 내가 어떤 입장에 처했느냐에 따라 세상이 다르게 보이는 게 바로 세계관이죠. 그래서 우리 말과 행동에 큰 영향을 줍니다. 리더와 팔로워는 입장이 달라서 세계관도 다릅니다. 입장에 맞게 세계관 전환이 이루어지면 다행이지만, 그게 잘되지 않으면 리더 입장이어도 리더답게 생각하고 말하는 게 아니라 자꾸 팔로워처럼 생각하고 말하게 되죠.

예를 들면 이런 겁니다. 우리가 리더십 이슈를 이야기할 때 자주 쓰는 표현 중 잘못 쓰는 게 생각보다 많습니다. 한 예가 바로 초보 팀장의 단골 고충, ‘오늘도 실무하느라 야근하네’죠. 이걸 팀장이 ‘위임’ 못 한다고 이야기하는 경우가 많아요. 리더를 몇 년씩 하신 분 중에서도 위임 안 되는 분이 많다고 하죠. 그런데 위임이란, 내 책임을 다른 사람 책임으로 이전한다는 뜻입니다. 실무자가 할 일을 리더가 하고 있는데, 리더가 ‘위임을 못해서’라는 건 이상하지 않나요? 리더가 해야 할 일을 남에게 맡기는 상황이어야 ‘위임’이지요. 실무자가 못한 일을 리더가 대신 하는 상황은 실무자가 ‘임무 완수에 실패했다’ 또는 ‘직무를 수행하지 못했다’고 해야 맞겠죠. 팀원들이 경험이나 역량이 부족해서 문제가 생겼을 때 리더가 코치나 가이드 역할을 하는 건 위임을 못하는 게 아닙니다. 이는 위임과 아무 상관 없습니다.

실무자 세계관의 바탕은 주어진 일과 일하는 대가의 교환이에요. 같은 일을 해도 기존보다 더 잘하는 데 관심 가지고 노력하고, 지시받지 않아도 스스로 할 일 찾아서 하면서 인정받아 성장해야 해피엔딩이 됩니다. 리더의 세계관은 다릅니다. 실무자는 과제에만 집중하면 되지만, 리더는 전체 흐름을 보아야 합니다. 리더가 바라보는 세상은 일과 일, 사람과 사람의 연결고리로 되어 있습니다. 리더로서 성장한다는 것은 그 연결고리들을 튼튼하게 만들고 계속 돌보는 걸 잘하는 거예요. 이건 리더의 책임인 동시에 권한이죠. 이 일 중 일부를 실무자와 나누는 게 위임입니다. 그래서 위임은 함부로 하면 안 되고, 상황과 사람에 따라 아주 신중하게 해야 합니다. 책임이 따르기 때문입니다. 위임하는 법을 제대로 배우기 위해서는 리더 세계관으로 일을 보는 훈련이 되어야 하겠죠.

리더는 ‘성과 내는 사람’이 아니라, ‘성과 내는 사람을 늘려가는 사람’입니다. 이 역할을 잘 수행하려면 성과내는 사람을 많이 늘려간 리더는 세계관은 어땠고, 어떻게 말하고 일했는지 다양한 사례와 노하우를 접하면서 내 상황에 접목하는 연습이 꼭 필요합니다. 

리더는 하루아침에 만들어지지 않습니다. 본인이 노력해서 간신히 조금 나아졌으면 그 상태를 오랫동안 유지하기 위해 의식적으로 노력해야 합니다. 이를 『대학(大學)』이라는 고전에서는 ‘지어지선(止於至善)’이라 합니다. 가장 훌륭한 상태에 도달해 오래간다는 뜻이죠. 리더십에 대해 깊이 있게 이해한다면 교육에 대한 관점도 달라집니다. 일회성이나 구색 맞추기가 아니라, 리더들이 최대한 각자 도달할 수 있는 최상의 상태를 유지하도록 꾸준히 도와주는 과정으로 보게 되는 것이지요. 지금은 이런 관점으로 리더를 기르는 온보딩 프로그램을 고민해야 할 때인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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