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영화는 언제부터 ‘힙한’ 취미가 됐을까? 🎥
작성자 고슴이의비트
비욘드 트렌드
예술영화는 언제부터 ‘힙한’ 취미가 됐을까? 🎥

‘존 오브 인터레스트’ 본 뉴니커 있나요? 나치의 유대인 학살을 이전과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다룬 예술영화인데요. 6월 초에 개봉한 이후 지금까지 누적 관객 19만 명을 돌파하며 흥행 돌풍을 일으키고 있어요. 올해 국내에서 개봉한 예술영화 중 관객 수 1위를 찍은 것.
‘퍼펙트 데이즈’의 바람도 심상치 않아요. 독일의 거장 빔 벤더스 감독이 연출하고 일본 국민배우 야쿠쇼 고지가 주연을 맡았는데, 입소문을 타며 빠르게 누적 관객 수 7만 명을 돌파했어요. 예술영화는 보통 관객 수 3만 명만 넘어도 흥행이라고 말하는데요. 이 기준에 따르면, 올해 들어 ‘흥행 대박’을 친 예술영화가 연달아 등장하고 있는 거예요.
그러자 여기저기서 “예술영화 붐이 온 걸까?” 하는 말이 나오는 중이에요. 1990년대 중후반이나 2010년대 중반처럼 예술영화의 전성기가 돌아온 게 아니냐는 것. 하지만 그때와 지금은 다르다는 얘기도 많은데요. 오늘은 예술영화 흥행 트렌드와 그 배경을 살펴봤어요.
훑어보기 👀: 바람이 분다, 예술영화 바람이 🌬️
수치로만 놓고 보면 예술영화 바람이 불고 있다고 해도 전혀 과장이 아니에요. ‘존 오브 인터레스트’나 ‘퍼펙트 데이즈’ 말고도 많은 관객을 끌어모은 예술영화는 더 있거든요. 올해 3월 개봉한 ‘가여운 것들’은 15만 명이 봤고, ‘추락의 해부’(1월)와 ‘악마와의 토크쇼’(5월)도 관객 수 10만 명을 찍었어요. 예술영화 관객 수 10만 명은 상업영화의 ‘1000만 관객’에 비교되곤 한다는 점에서 엄청난 기록이라고 할 수 있는 것.
그게 전부가 아니에요. 작년 11월 개봉한 ‘괴물’은 무려 53만 명의 관객을 동원했어요. 개봉 12일 만에 20만 명을 돌파하는 등 인기가 이어지자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이 감사 인사를 전하러 직접 한국을 찾아 GV를 진행할 정도였는데요. 코로나19로 잔뜩 쪼그라들었던 예술영화 시장에 새로운 바람을 불어넣었다는 평가를 받았어요. 그밖에 ‘악은 존재하지 않는다’(3월, 4.5만 명), ‘프렌치 수프(6월, 4.4만 명)’ 등도 흥행에 성공했고요 🎊.
SNS에서도 예술영화 관련 게시물이 꾸준히 뜨고 있어요. 한동안은 ‘존 오브 인터레스트’ 해석과 감상평이 많이 올라오더니, 요즘에는 ‘퍼펙트 데이즈’ 마지막 장면에 대한 절절한 간증이 계속 이어지고 있는 것. 올해 초에는 ‘추락의 해부’ 주연 배우의 연기에 대한 찬사가 SNS를 장식하기도 했고요.
이런 예술영화 바람에 대한 분석도 쏟아지는 중이에요. 지난 6월 영화 매거진 ‘씨네21’은 해외 예술영화 흥행 이유 등을 집중 조명하는 특집을 마련했고, 각 작품의 흥행 비결을 짚은 기사도 앞다퉈 나왔어요. “2030이 예술영화 붐을 이끌고 있다”며 그 이유를 분석한 기사도 있었고요.
한편으로는 이런 현상이 조금 낯설게 느껴지는 것도 사실이에요. 한편에서는 관객 수도 줄고 투자도 줄어 한국 영화계 전체가 위기에 빠졌다는 말이 나오는데, 다른 한편에서는 예술영화 붐이 불고 있다니 말이에요. 최근의 예술영화 흥행 트렌드에는 어떤 이야기가 숨겨져 있는 걸까요? 👀
자세히 보기 🔎: 예술영화는 정말 흥하고 있는 걸까
예술영화가 흥행하는 비결로 가장 흔히 언급되는 건 2030세대 관객이에요. CGV 자료에 따르면 최근 흥행에 성공한 예술영화의 20~30대 관객 비중은 60%가 넘어요. 영화진흥위원회도 젊은 관객층이 예술영화 시장으로 유입되고 있다고 평가했고요.
전문가들은 젊은층 사이에서 예술 영화가 하나의 트렌디하고 힙한 문화생활로 여겨지고 있다고 분석해요. 예술영화를 소비하는 방식 자체가 예전과 달라졌다는 것. 우리나라에서 처음 예술영화 붐이 일었던 시기로는 보통 1990년대 중반을 꼽는데요. 이때 영화를 광적으로 좋아하는 ‘시네필’들이 우르르 생겨났고, 예술영화의 관객은 대부분 이 시네필들 뿐이었어요. 하지만 최근에는 상황이 많이 달라졌는데요. 핫한 전시를 보고 페스티벌에 가고 디저트 가게를 찾듯, 핫한 트렌드를 찾아 예술영화를 보러 가볍게 극장을 찾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는 거예요.
SNS 등 온라인에서의 화제성도 젊은층이 예술영화관을 찾는 이유 중 하나예요. 최근 흥행한 예술영화들을 보면 인스타그램이나 X(구 트위터) 등에서 바이럴을 탄 작품인 경우가 많은데요. SNS 유행에 민감한 젊은 세대가 새로운 트렌드를 쫓아 예술영화를 관람하는 일이 많아지면서, 젊은층을 중심으로 예술영화를 보는 문화가 생겨나고 있다는 것. 남들이 잘 모르는 힙한 콘텐츠, 뻔하지 않은 콘텐츠를 소비하고 있다는 만족감도 여기 기여하고 있고요.
한편 지금 상황을 ‘예술영화 붐’으로 해석하기는 섣부르다는 말도 있어요. 잘 되는 예술영화는 엄청나게 잘 되는데 그렇지 않은 예술영화는 관객이 예전보다 훨씬 줄었다는 거예요. 예술영화의 관객 양극화 현상이 점점 심해지고 있는 것. 해외 영화제에서 상을 받은 영화나 입소문을 탄 영화 위주로 관객이 몰리는 반면, 화제성이 떨어지는 한국 예술영화는 좀처럼 주목받지 못하는 거예요. 이런 현상은 일반 상업영화에서도 비슷하게 나타나는 중인데요. 엄청 많은 관객이 쏠리는 ‘1000만 영화’와 관객이 없는 ‘망한 영화’만 남고, 관객 수 200~500만 명을 찍는 ‘중박 영화’가 사라지고 있는 것.
전문가들은 확실한 만족이 보장되는 영화를 찾는 관객의 성향이 영향을 미친 거라고 봐요. 요즘은 OTT에서 더 쉽고 저렴하게 영화를 볼 수 있고, 영화 말고도 볼 게 많은 시대잖아요. 굳이 영화관에서 봐야 하는 확실한 이유가 있거나, “한 편을 볼 거라면 신중하게 골라서 보겠다”는 관객의 기준을 충족시키는 영화만 혼자 흥행한다는 것. 오래된 예술영화가 재개봉되고, 유명한 거장 감독의 영화를 기획전으로 상영하는 곳이 늘어난 것도 이런 관객의 선호에 맞춘 거라는 해석도 나오고요.
저는 스스로를 시네필이라고 생각하지도 않고, 장르별 영화 편식도 심한 편인데요. 영화가 시작되는 순간에는 늘 두근두근 설레는 마음이 돼요. 영화를 직접 끝까지 보기 전까지는 결말도, 내가 이 영화를 좋아하게 될지도 알 수 없으니까요. 잔뜩 기대했다가 실망할 수도 있고, 아무런 정보 없이 본 영화가 너무 좋을 수도 있고요. 어쩌면 그게 바로 영화의 매력이라는 생각도 들어요. 뉴니커의 생각은 어떤가요? 최근 본 예술영화가 있는지, 주위 친구들의 반응은 어땠는지 알려주세요. 뉴니커가 생각하는 '예술영화 붐'은 뭔지 생각 나눠줘도 좋고요.